어둠 속에서도 실체를 볼 수 있고, 멀리 있는 물체도 식별하며 누구보다도 강한 힘을 발휘한다. 더 큰 상상 안에서는 하늘을 날고, 눈앞에 있는 물건을 공중으로 띄우며 그 혹은 그녀가 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는 일. 사람의 상상 속에서 연명하는 초자연적인 힘은 사람에게서 태어났으나, 실체가 없기에 오래전부터 우리에게는 동경 혹은 갈망의 대상이었다. 우주보다 더 막연하고 불가능한 힘. 우리의 어린 시절은 그것들을 소원하는 연속의 나날이었다.
즐겨 보던 판타지 장르의 영화나 만화 속에서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존재들이나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신비의 묘약은 동경에 더욱 불을 집혔다. 그래서일까, 나는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히어로 무비에 열광한다. 말도 안 되는 일로 가득 들어찬 영화에 응원과 팬심을 드러내면서.
그런 면에서 음식은 마녀의 묘약과도 같다. 특정 효력을 내재한 마녀의 마법 약과 같은 음식은 우리 몸에 들어와 특정한 힘을 발휘한다. 정확히는 음식이라기보다는 음식이 되기 전 상태의 재료들 이를테면 농산물이 그러하다.
갈색의 땅에서 태어났음에도 다양한 색과 모양으로 존재하는 농산물은 각각의 개성만큼 다양한 효능을 가진다. 붉은색의 토마토와 석류, 사과, 초록색의 파, 호박, 아보카도, 주황색의 오렌지, 자몽, 귤, 파란색의 블루베리까지. 개성 있는 모양과 색을 가진 채 각자의 마법을 지닌 농산물은 닿을 수 없는 인간의 상상에 간접적인 만족을 선사한다.
그중에서도 블루베리는 우리의 눈을 보다 건강하게 만든다. 잠깐 블루베리에 얽힌 옛이야기를 하자면, 때는 2차 세계 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약탈 혹은 쟁취 같은 상대의 무언가를 취하기 위해 발발했던 전쟁의 실상은 잃기 위한 싸움이나 다름없었고, 그 슬픔 안에서 더욱 애처롭게 느껴지는 블루베리의 순박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전쟁 중이었던 영국의 공군 조종사는 빵에 블루베리잼을 가득 발라 먹은 뒤 출전하였는데, 자국은 물론 적국까지 놀라게 할 정도로 대단한 성과를 이뤘다. 당연히 그 연유에 대해 모두 궁금해했고, 블루베리를 먹은 뒤 "희미한 빛 속에서도 물체가 잘 보였다"라는 당사자의 증언을 토대로 블루베리의 연구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연구를 통해 점차 드러난 블루베리의 효능은 이야기와 함께 급속도로 블루베리의 이름을 알리는 촉매제가 되었고 결국, 상업적으로 인정받음으로써 전 세계로 블루베리의 명성이 퍼지기 시작했다는 옛이야기.
북미에서 시작되었고, 기록되지 않은 먼 과거부터 아메리카 원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식량으로써 소비되었던 블루베리가 현시대의 슈퍼푸드로 자리매김한 사연의 뒷배경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블루베리는 노화나 건강 이상으로 인한 시력 감퇴에 효과적인 식품일 뿐이지, 전쟁 당시 조종사의 증언처럼 직접적인 시력 향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혀졌다. 이처럼 와전된 연유로 일각에서는 영국군이 자국에서 개발한 신형 레이더의 존재를 적국에게 숨기기 위해 블루베리 이야기를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추측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실제로 블루베리가 과거 한 남자의 증언처럼 시력 향상이라는 마법 같은 일을 해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시력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명확히 드러난 사실이다. 그리고 현시대의 우리에게는 마냥 거짓 이야기로 치부하기에는 그 존재감이 거대해졌다.
우리에게 익숙한 컴퓨터, 스마트폰과 같은 작은 화면을 장시간 들여다보는 일은 시력 건강에 굉장히 큰 영향을 주는데, 이미 많은 매체에서 보도했다시피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저시력자 발생률이 사용하기 전보다 몇 배나 상승했다고 한다. 불과 10년밖에 되지 않은 스마트폰의 역사는 컴퓨터가 등장한 이후의 시간보다 더 빨리, 더 크게 인간의 시력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당연히 이 위기를 방치할 수 없는 사람들은 점차 작은 화면을 들여다보는 일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눈 건강에 좋다는 블루베리 소비도 덩달아 늘어나게 됐다.
초자연적인 능력을 준다거나 하는, 상상에서나 가능할 법한 엄청난 일은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기에 그것을 바라는 것은 철이 없고 무의미한 행동일 수 있다. 하지만 상상은 인간에게 있어 없어선 안되는 권리 같은 것이다. 상상으로써 과거에는 불가능이라 생각했던 일들이 현시대에서는 진짜가 되었으니까. 철없고 막연한 상상으로 무모한 도전과 죽음을 맞이한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우리는 지금이라는 현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식품이 가진 마법과 같은 효력은 상상이라는 무모함에 힘을 실어주는 하나의 수단이 되었다.
음식을 먹는 것은 각각의 재료가 가진 효력을 몸에 받아들이는 일이며, 가장 현실적인 마법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 많은 것들 중 블루베리는, 우리의 눈에 마법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