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심 관리의 중요성

by 전성배

오래전부터 농민들 사이에는 "농사는 땅심 관리"부터 라는 말이 소전되어 오고 있다. 욕심을 부리며 땅에게 쉼 없이 영양과 노력을 강요하고 착취하면 땅도 쇠약해진다는 걸, 땅과 가장 가까이 살던 그들은 선대부터 경험을 통해 알았던 모양이다. 땅에도 그만의 기운과 활력이 있다며, 그들은 땅 또한 하나의 생生이라 말한다.


지속적으로 피부를 피로하게 하면 푸석해지고 각질이 일어나 윤기를 잃듯 땅도 매한가지 이기에, 농민은 땅심 관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어느 집단 이건 누군가는 꼭 뜻을 소홀히 하며 무심으로 일관하는 법. 그들은 욕심을 부려 쉼 없이 땅에게 온갖 것을 강요하고 착취하다 결국, 좋은 작물을 얻어 내지 못해 제 값은 고사하고 농사를 그르쳐 허덕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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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실을 어느 기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농산물 도매시장인 '가락시장'. 그 안의 농협공판장에서는 요즘 딸기를 경매할 때면 매번 같은 농가의 딸기가 최고 경락가를 찍는다는 말로 서문을 열었던 기사였다. 연일 최고 경락가를 차지하는 딸기 농가의 노하우와 함께 농부의 인터뷰도 실려있었는데, 다음이 농부의 인터뷰 중 일부 내용이다.


농부는 땅심 관리를 첫 번째로 내세우며 2년을 경작하면 1년을 휴경하는 원칙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휴경을 할 때는 하우스를 제거하고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땅을 노출시켜 객토하고(토지에 성질이 다른 흙을 넣어 섞는 일) 좋은 퇴비를 뿌려 이후에는 눈과 비, 바람, 얼고 녹는 일등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한다고 했다. 그렇게 토지가 풍파 속에서 내실이 다시금 튼튼해짐을 기다린 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육묘·발효액비·영양제를 손수 만들어 쓰고, 기본에 충실한 선별. 이를 테면 꼭지까지 빨갛게 익은 완숙과만을 따내며, 잔 흠집이라도 보이면 꼼꼼히 골라내 출하시기에 맞춰 급하게 상품을 출하하기보다는 품위로 승부를 하는 것으로 최고 경락가의 영예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나는 기사의 내용에서 '땅심 관리'라는 단어에 눈길이 머물렀다. 그 어떤 좋은 퇴비와 영양제보다도 땅이라는 어미가 베푸는 영양과 기운 만큼, 과일이라는 자식에게 좋은 건 있을 수 없으니 말이다. 과일만이 아닌 모든 농산물이 해당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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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작물을 키워내는 일련의 과정은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과정과 비슷하다. 살아 있는 것은 일정한 흐름을 가지지 못한다. 수많은 전례를 통해 간접적으로 예측만 할 수 있을 뿐, 무언가를 예상하여 행동을 대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를 더불어 작물을 심고 보듬는 이 땅도 일정한 흐름을 가지지 못하는 생명이다. 휴식과 응원이 필요하며, 그래야만 땅도 넘치는 기운을 작은 것들에게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농부는 수많은 전례를 통해 이를 깨달았다.


'번아웃 증후군'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으로 땅심 관리도 이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재산이 많건 적건, 연줄이 좋건 안 좋건, 만인은 반복적인 삶을 살아간다. 오늘과 내일이 비슷하고, 올해와 내년이 별반 다르지 않고, 이 젊음과 노년 사이의 수십 년의 시간조차도 결국에는 늘 똑같은 하루가 집약되어 완성된다. 당연히 우리는 그 안에서 회의감과 피로감, 박탈감등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무엇도 하고 싶어 지지 않고, 때론 피하고 싶다는 욕구가 머릿속을 지배하게 되며 결국, 업무 혹은 삶이 비생산적이게 되어 좋지 못한 결과물만 반복적으로 만들어내게 돼버린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숨을 쉬며 사는 모든 생生이 그렇다. 지속적인 기력의 소비는 반복적인 행동에서 더 가속화되고 결국 지쳐버리게 된다. 일분일초가 까마득할 만큼 쏟아져 나오는 결과물에 퀄리티는 점점 떨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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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했던 강연 프로그램에 나온 웹툰 작가는 "슬럼프에 빠졌을 때, 때론 잠시 도망쳐야 할 때도 있습니다. 휴식이 필요할 때도 있죠. 또 다른 이유가 생길 때까지"라는 말을 청중에게 전했다.


생生은 필연적으로 '쉼'이 필요하다. 땅도 쉼이 필요하다. 사람이 살아가며 이유 혹은 의미가 삶을 지탱할 힘이 되듯, 때론 그것이 무색해질 때 다시금 재정비하여 일어설 수 있는 기력을 찾아야 한다. 땅도 다르지 않다. 계속해서 키워내는 생에 기력이 쇠해지고 지칠 때, 회복과 격려와 시간, 휴식이 필요한 법이다.


그로써 사람도 땅도 더 좋은 빛깔과 기운으로 또 다른 생生을 대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