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을까? 후였을까? 한동안 나무와 담벼락, 트럭 같은 높은 곳을 겁도 없이 올라타며 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얼굴도 기억 안 나는 동네 친구들과 동네 구석구석을 쏘다니며, 높은 곳을 정복하는 게 그 시절의 낙이었다. 요즘은 사라진 놀이터의 정글짐도 당시 우리의 정복 대상이었지만, 오히려 정글짐은 잘 올라가지 않았다. 마음껏 올라가라고 일부러 판을 깔아 놓으니 오히려 반발심이 생겼던 걸까, 어른들이 다듬어 놓지 않은 곳을 어떻게든 올라가는 일에 우리는 더 즐거워했다. 그리고 역시나 어른의 눈 밖에서 놀던 아이에게 찾아올 미래는 자명했다. 친구들과 아파트 단지 사이사이를 막고 있던 철창을 넘나들다 그만 바지 밑단이 걸렸고, 뒤집히듯 넘어졌다.
바닥에 닿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높이가 높지 않아서 어디가 부러질 만큼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아니면 갑작스레 일어난 사고에 놀라고, 친구들 보기에 창피한 마음이 더 커서 몰랐거나. 놀란 친구들이 괜찮냐고 물었고,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바지 어딘가에 묻은 흙먼지를 탁탁 털면서 다시 가던 길을 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발목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곧 발까지 절뚝거리는 지경에 이르자 결국 친구들에게 이실직고했다.
“나 발목이 너무 아파서 안되겠어, 집에 갈게….”
집에 도착했을 땐 다행히 부모님 두 분 다 계시지 않았다. 아버지는 아직 일터에서 돌아올 시간이 아니었고, 어머니는 또 어디를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이렇게 집을 나가서는 그날 저녁에 들어오거나, 며칠이 지난 뒤에 돌아오는 게 어머니의 패턴이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무섭지 않았다. 아버지.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면 어떻게 혼날지 짐작할 수 없어서 두려웠다. 더러워진 옷을 갈아입고, 늘 펼쳐진 상태인 이부자리에 들어가 머리끝까지 이불을 올렸다. 심장처럼 두근거리는 발목의 통증을 애써 참으면서 급하게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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