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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세연 Dec 04. 2020

[출판 일기]나는 어떻게 책을 쓰기 시작했을까?

평범한 직장인이 내가 책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책을 너무 좋아해서 직접 쓸 생각은 아예 하지 못했다

책 출판은 내 오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출간한 책의 에필로그에도 적었듯 책을 너무 좋아해서 직접 쓸 생각은 아예 하지 못했다. 나는 그저 평범한 회사원이고, 전문성을 쌓기에는 어린 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 출간은 먼 훗날, 내가 더 멋지고 성숙하고 유능해질 때에야 가능한 일으로 여겼다. 미래의 나에게 성취를 유예한 후, 언젠가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소망만 품고 있었다.


그런데 이 생각을 깨부숴준 사람이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다. 이번 책의 공동 저자이자 나보다 2년이나 먼저 25살의 나이에 출판을 해낸 출판계의 선배님, 내 동생 최세화다. 그는 2018년에 처음북스 출판사를 통해 '아프리카, 한 번쯤 내볼만한 용기'를 출간했다. 이전에 나는 책이란 모름지기 출판사가 위대하신 저자님들을 발굴해서 선제안하면 '엣헴, 어디한번 글쓰기란 손 안 대고 코 풀기보다 쉬운 나님께서 한번 끄적여줘 볼까?'하고 휘리 뽕짝 책이 뿅 하고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책을 낸 다음의 일은 내 상상력 밖의 일이었다. 좋은 책이면 알아서 독자들이 알아봐서 베스트셀러가 되겠거니 막연히 상상했을 뿐이다.


그런데 동생의 출판 과정을 통해 앞의 생각에는 중대한 오류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저렇게 술술 풀리는 책도 있겠지, 이미 유명세와 전문성이라는 자원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저런 식으로 일이 쓰윽 풀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25살의 최세화는 남들이 가기 어려운 아프리카를 다녀왔다는 점에서 전문성의 영역에서는 조금 앞서 있었을지 몰라도(그러나 때는 바야흐로 코로나 전이라 날고 긴다는 여행 작가들의 에세이가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측면에서는 패!) 유명세 따위 없는 '지나가는 대학생 1'에 불과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택한 전략은 열심히, 하나라도 많은 문 두드리기였다. 본인의 원고와 결이 맞는 출판사 리스트를 만들고 하나하나 연락을 취했다. 몇 번의 매몰찬 거절 끝에 처음북스라는 귀인을 만나게 되었고 결국 첫 책을 세상에 내보일 수 있게 된다. 과거에는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출판사에서 작가로 이어지는 출판사 주도의 책 출간이 많았을지 모른다. 그런데 현재는 아래의 이유로 인해 그 구조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는 듯하다.




(1) 출판시장의 다양성 증대 경향

 대형 출판사뿐 아니라 주제가 확실한 다양한 책을 출판하는 중소형 출판사가 많이 생겨났다. & 독립 출간 등 원한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출간할 수 있는 출판 형태 역시 접근성이 매우 높아졌다.

Ex. 에세이를 주로 출판하는 '딥앤와이드 출판사', 누구나 직접 책을 만들 수 있는 자가 출판 플랫폼 '부크크' 등

(2) sns로 대표되는 콘텐츠의 범람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sns 플랫폼을 통해 바야흐로 이야기의 시대가 열렸다. 유명세가 없는 개인도 얼마든지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각자의 독자층을 형성할 수 있다. 그리고 출판 업계는 언제나 '이야기'와 '독자층'에 관심이 많다.

Ex. 인플루엔서들이 자기 이야기를 담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예시를 많이 본 적 있지 않은가?

연애 유튜버 김달의 '사랑한다고 상처를 허락하지 말 것', 여행 유튜버 쏘이(이소연) 의 '지금 행복하고 싶어' 등




'저게 된다고?!'에서 '저것도 좋은 방법이구나!'

동생의 첫 책 역시 출판사 → 작가로 이어지는 출판사 주도 출간이라기보다, 작가가 출판사로 제안한 작가 주도 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걸 지켜보며 '저게 된다고?!'에서 '저것도 좋은 방법이구나!'로 생각을 전환하게 된다. 그리고 2020년 초, 서점에서 에세이 신간을 둘러보며 '와 교환일기로 책을 쓰는 거 정말 신선하고 재밌겠다. 대비되는 성향이 드러나니까 읽는 재미가 있네.' 하며 '퇴근은 내가 할게, 출근은 누가 할래'의 모태가 되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그 때 영향을 주었던 책들은 다음 기회에 다루겠다!)


여느 때처럼 동생의 침대에 누워 시시껄렁한 수다를 떨다가 아이디어는 구체화된다.

‘너랑 나는 같은 뱃속에서 태어났는데 정말 다른 일을 하고 있잖아. 너는 출근하지 않는 프리랜 서고 나는 6년간 출근하고 있는 직장인이지. 나는 사무실이라는 정해진 공간에서 일하지만 너는 온갖 곳으로 강연을 다니고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지.’

대화는 직업에서 파생되는 차이점, 성향의 차이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의 베스트 프렌드라는 사실까지 우리 자매가 가진 평범하지만 특별한 이야기들을 짚어냈다.




그렇지만 걱정되는 부분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동생은 유튜버, 강연가 등 아직 낯선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요소가 많았다. 나만해도 유튜버가 얼마 버는지, 불안정한 직업이 불안하지는 않은지,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는지. 동생의 직업에 대해 궁금한 것이 이렇게나 많았으니까.


평범한 회사원일 뿐인데 과연 내게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까?

그런데 나는? 평범한 회사원일 뿐인데 과연 내게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까? 그런 의구심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더더욱 책의 주제를 탄탄하게 만들고자 노력했다. 우리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극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키워드를 뽑았다. 예를 들어 '월요일', 직장인인 내게는 너무나도 힘든 '월요일'이 바로 연상되었으나, 프리랜서인 동생에게 월요일이 힘들지 않다며,‘월요일이 딱히 힘들지 않은 대신, 금요일이 딱히 즐겁지 않아.'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직장인으로서의 내 이야기만 풀어내면 내가 우려했던 것처럼 너무 단조롭고 평범해졌을지 모르지만, 대조군인 ‘동생’이 생기자 이야기들이 생명력을 얻기 시작했다. 그리고 글을 써 내려가고, 동생과 피드백을 하며, 내 글에는 ‘일을 하는 직업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평범한 삶을 살고 있으니 아무도 내게 관심이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기보다, 내가 평범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 거야.라고 뒤집어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히려 평범한 직장인인 내가 끼었기 때문에 독자층이 더 넓어질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생겼다. 프리랜서가 궁금한 직장인, 직장인이 궁금한 프리랜서, 일을 하는 모든 직업인들, 그리고 사랑과 증오를 동시에 키우는 자매들까지도. 이렇게 타깃 독자를 대략적으로 정하자 자신감이 생겼다.


정리하자면,

 1. 평범한 사람도 책을 낼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
 2. 분명 누군가 관심 있을 거야 하고 확신이 드는 아이템의 선정

을 통해 나는 용기를 내어 책 쓰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만약 출간이 안되더라도  브런치나 블로그에 연재하는 것도 의미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처음의 설렘, 대박 날 거라는 근거 없는 낙관으로 출판사에 보낼 샘플 원고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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