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사진 @ 캐나다 밴프공공도서관
퀴즈. 다음 단어와 연관된 한 단어는 무엇일까.
슈퍼마켓, 레스토랑, 쇼핑몰, 은행, 공공기관, 직장, 실외 오락시설, 주거지, 실내 오락시설
질문이 꽤나 어렵지만 이 매거진은 도서관과 관련된 글이므로 센스 있는 사람이라면 답이 도서관일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맞다. 답은 도서관이다. 어느 연구에서 소셜 네트워크 분석 도구를 활용해 도서관을 방문한 사람들이 어떤 장소를 함께 방문하는지 그 공간적 관련성을 분석했다. 위의 장소들은 도서관과의 연결 정도가 높은 상위 약 10개의 장소이다. 아, 미국에서라는 말을 빠트렸다.
결과를 보고 생각해 본다. 나는 도서관과 어떤 공간을 함께 방문할까? 그런데 나는 이에 적당한 답을 할 수 있는 표본이 아니다.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직장과 도서관과의 연결 강도가 높을 것이기에. 그래서 챗지피티한테 물어봤다. 식당, 편의점, 카페, 공원, 집이란다. 이유를 물었더니 공부하다 배고파진 사람이 식당과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고, 도서관에서 열람석을 못 잡은 사람이 카페로 가서 공부를 하고, 공부하다 머리 식히기 용도로 공원으로 가 산책을 한다고. 미국의 경우와 왜 이렇게 결과가 다른 걸까 의아해하면서도 내가 주변에서 본 이용자의 모습과 일치하는 것 같아 신빙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슬프게도.
이게 다 도서관 위치 때문에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가정해 보자. 도서관이 집과 가깝다면, 영화를 보고 외식을 하고 쇼핑을 한 후 책을 빌려올 수 있겠다. 도서관이 직장과 가깝다면 점심시간에 은행이나 공공기관에 들렀다가 역시 책을 빌려올 수 있겠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공원 산책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삶이 미국에서 가능한 이유는 도서관이 우리의 일상 동선과 밀착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운이 좋다면 앞서 말한 것처럼 집과 직장 근처에 도서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은 ‘도서관 운’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도서관이 우리의 생활권 안에 있으려면 우선 도서관 수가 많아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도서관 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2007년부터 2020년까지의 도서관 통계를 이용하여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변화 추이를 연구한 논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도서관 수는 1,172개관으로 2007년에 비해 양적으로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2024년 기준 공공도서관 수는 1,296개관으로 그새 124개관이 더 늘었다.) 하지만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많은 공공도서관 중 절반에 가까운 45.8%가 수도권 지역에 몰려 있다. 심지어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도서관 점유울이 낮아지고 있다고. 지방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와 맞물려 돌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현상이 슬프지 않을 수는 없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웃게 될 만화 『익명의 독서중독자들』에는 '책을 사서 볼 것인가 도서관에서 빌려볼 것인가'에 대해 논쟁하는 장면이 나온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책을 살지 말지 결정할 수도 있고, 읽고 싶은 책이 절판일 때 대안이 될 수 있으며, 도서관 서가를 훑는 것만으로도 독서력이 높아지는 기분이라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본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어지는 대사.
근처에 도서관이 없으면요?
이사를 가. 인간이 살 곳이 아니야!
내 집 근처에도, 네 집 근처에도 도서관이 없다면 우리 모두는 어디로 이사를 가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