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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보이 Oct 06. 2019

글 쓰는 사장이 되어야하는 이유

마음을 움직이는 글은 무엇일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장인들 사이에서 꽤나 유행하던 말이 있었다. '퇴직하고 카페나 차려야지.' '다 때려치우고 카페나 차리고 싶다.' 하지만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드는 업계의 양상을 피부로 느낀 것일까. 어느샌가 그들은 카페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아끼기 시작했다. 게다가 백종원씨가 나오는 프로그램이 매번 큰 화제가 되면서 자영업에 대한 환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경제상황까지 어려워지자 자영업 폐업률은 건국 이래로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도 심심찮게 접하게 되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대게 회사에서 퇴직한 분들이 자영업의 세계로 진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회사가 노후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자 많은 청년들이 일찍이 회사를 나와 자영업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는 끝없는 경쟁의 혼돈 속에서 밥벌이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빌어먹을 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 다행스럽게도 어떠한 혼돈에 시대에서 든 지 희망은 있다. 현재 내가 몸담고 있는 카페 업을 예로 들어보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세는 프랜차이즈 카페였다. 그러나 sns의 발달과 함께 개인에 집중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개성을 표현한 '개인 카페'가 뜨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고객은 기업보다 당신이 궁금하다



최근 고객은 현명한 소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키워드인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가 그러하다. 내 시간과 자원에 중요성을 깨달은 뒤로 좋지 않은 품질의 재화나 서비스에 시간을 쓰는 것이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결과 우리는 무작정 근처에 있는 가게에 들어가기보다는 사전에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신중하게 검색한 뒤에 소비한다. 대기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그것은 상관없다. 우리에게는 근처에 널린 기성 제품보다 당신이 제안하는 색다른 무언가가 더욱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 사업을 시작한 사업주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든 뒤 가게의 일상을 홍보하는 것이다. 그 결과 관련 마케팅 기법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고, 개개인의 인스타 피드를 관리하는 수준이 웬만한 전문가만치 향상되었다. 심지어는 팔로워를 사고파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적인 것에 집중하는 사이 한때는 개성이라 불리었던 것은 흔한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들과 나의 차이점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글쓰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잘 찍은 디저트나 음료 사진 혹은 피드 구성이 아니라 나의 철학이 담긴 글과 말로써 고객을 설득해야만 한다.


이쯤에서 참고할 만한 아주 가치 있는 책이 있다. 바로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 두 대통령의 연설문을 책임져온 강원국의 < 대통령의 글쓰기>이다. 이 책은 실용적 글쓰기에 관한 책이다. 물론 개인 SNS 홍보글이 연설문에 비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지만 여기에는 글쓰기에 대한 많은 전략적 노하우가 담겨있다.


설득력이란 무엇인가? 바로 말과 글이다. 글 한 줄에 리더가 가진 정보와 생각과 지향을 다 함축해낼 수 있다. 또 진심이 담긴 리더의 말 한마디가 구성원들의 마음을 움직여 조직이나 국가의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통령의 글쓰기 P.312>


위에서 조직이나 국가라는 말을 가게로 바꾸어보면 이해하기 한결 쉬울 거이다. 모든 비즈니스는 결국 고객이 지갑을 열게끔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기 위해선 리더의 역할 중요하다. 공부하지 않는 리더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그렇다면 설득력 있는 글은 어떻게 쓰는 것일까


글로써 고객과 교감하라



늘 그들 안으로 들어가 읽는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글쓰기 P34>


요즘 젊은 카페 사장님들은 자기의 로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창업을 하는 것 같다. 미안한 얘기지만 장사에 로망 따위는 없다. 장사에서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고객이다. 그들의 의견이나 생각을 무시한 결과는 뻔하다. 자영업자에 길에 들어선 순간부터 안전바는 찾을 수 없다. 매일이 주변 가게와 경쟁이고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SNS의 발달로 개인 홍보에 대한 큰 이점이 생겼지만, 그만큼 개인 가게들 간의 경쟁은 치열해졌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자영업자 중 10명 중 9명이 SNS 홍보를 이용하는데 그중 8명이 기계적으로 글과 사진을 올린다는 것이다. 그들의 글에는 음식에 대한 자부심도 장사에 대한 철학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남들이 하기 때문에 본인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방적으로 알리는 것에서 벗어나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


대통령의 글쓰기에서는 독자와 교감하는 글을 쓰는 방법을 2가지 제시한다.


읽는 사람이 공감하지 못하는 글은 아무 쓸모가 없다. 쓰는 사람 입장에서 읽는 사람을 배려해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예 읽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

누구나 글을 쓸 때에는 그 글을 읽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슨 얘기를 기대하는지를 의식해야 한다.

< 대통령의 글쓰기 P.34 >


우리 가게만의 글을 쓰자.



글을 잘 쓰려고 하기보다는 자기만의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글을 잘 쓸 수는 없다. 하지만 자기만의 스타일과 콘텐츠로 쓰면 되고, 이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성공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다.

< 대통령의 글쓰기 P275 >


모방은 흔히 창조적인 일에서는 좋은 의미로 쓰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다르다. 창조적인 모방이 아닌 밑도 끝도 없는 모방을 한다. 게다가 어느 나라보다 유행에 쉽게 휩쓸린다. 개성을 살리기보단 집단이 추구하는 이미지에 편승해서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점을 역으로 이용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남들과 다른 차별화를 두는 것이다. 대신 나만의 글, 우리 가게 만의 무언가를 쓰려면 나 자신과 내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보통 사색과 대화, 독서 등 일련의 경험을 통해 완성된다. 그것들이 쌓이고 나면 그것은 나만의 콘텐츠로 진화한다. 도무지 '나만의 콘텐츠'가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없다면 저자가 제시한 다섯 가지 기준에 부합하는지 정리해보자.


첫째. 목적의식이 분명할 것
두 번째.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세 번째. 사물보다는 사람과 연관 짓는 게 좋다.
네 번째. 내 것이어야 한다.
다섯 번째. 널리 확산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라.


글로써 내 마음 상태를 점검할 것



글을 쓰는 게 기쁨이라고 했다. 누군가를 향해 내 뜻을 펼치는 게 설렘이라고 했다. 글을 쓰는 일은 그 자체로 많은 것을 준다. 생각이 정리되고 공부가 된다. 위로와 평안을 준다. 용기를 얻는다. 무엇보다 나를 들여다보게 된다. 스스로 성찰하게 된다. 가슴속에 맺힌 것이 풀린다.

< 대통령의 글쓰기 P.315 >


고객과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았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멘탈을 점검하는 일이다.

자영업자들에게는 남들 쉬는 휴일은 휴일이 아니다. 오히려 더욱 바쁜 하루가 될 것이다. 그렇게 며칠 못 쉬고 일만 하다가 보면 결국 매너리즘이 찾아온다. 그때가 고비다. 그 순간을 잘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매출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하락한 매출은 상실감을 더욱 크게 하고 주저앉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서 자신을 다스려야 한다.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이제 그만두자. 잦은 음주는 건강을 해치고 진한 숙취를 남길뿐이다.


진정성 있는 글은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모든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적 신뢰를 쌓는 것이다. 입장이나 의견 차이가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진심으로 대하면 신뢰가 생기고, 신뢰가 쌓이면 모든 문제는 풀 수 있다. 진정성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인다. 진정성 있는 대화는 그 시작은 힘들지만, 한번 시작되면 쉽게 깨지지 않는다.

< 대통령의 글쓰기 P.192 >


지난날 우리는 먹거리를 가지고 장난치는 사장들 때문에 더 이상 판매자들을 쉽게 신뢰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작년에 일어났던 수제쿠키 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들의 시작은 좋았다. 가게 주변에는 매일 빵 굽는 냄새가 퍼지고, 유기농 재료를 사용해 만든 제품은 아이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찾는 엄마들을 통해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급기야 대중매체에 소개되더니 가게 앞은 매일 줄을 서는 사람으로 일찍이 빵이 소진될 정도였다. 그러나 갑작스레 얻은 관심은 그들의 진정성에 영향을 미쳤다. 부족한 물량을 기성 제품으로 몰래 대체하고, 수제인 줄만 알았던 제품 역시 대형마켓에서 판매하는 빵과 동일 제품으로 밝혀졌다. 그 결과 잠깐의 전성기를 누린 채 부부는 몰락하고 말았다.


결국 장사란 계속해서 찾아주는 고객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찾아주는 사람에 대한 감사함은 곧 만드는 사람의 정성을 통해 드러나게 되어있다. 그것이 진정성이다. 제품뿐만 아니라, 우리는 글을 쓸 때도 고객을 향한 마음을 담아서 써야 한다. 그것이 꾸준히 쌓이면 그들은 저절로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성 있는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다섯 가지의 방법을 서술했다.



첫 째. 솔직하고 정직할 것
두 번째. 진실할 것 - 감추지 않고 속이지 않는 것에서 끝이 아니라 한 단계 더 나아간 것
세 번째. 뉘우치는 것, 즉 반성할 것
네 번째. 행동과 실천 - 그 사람이 살아온 날들을 보면 그 사람이 살아갈 날들이 보인다.
다섯 번째. 자신이 빠지면 안 된다 - 사돈 남 말하듯 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는 것이다.



진정성은 단기간에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자기를 단련하고 관리하는 사람만이 진정성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있다. 그만큼 진정성을 전달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그것을 누군가가 느끼기 시작한 순간 파급효과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몇 년 전,  대한민국 밀크티 붐을 일으킨 '카페 진정성'의 예가 그러하다. 김포의 작은 공간에서 시작한 카페가 현재는 여의도를 비롯 도심의 굵직굵직한 장소에 직영점이 있고 밀크티를 생산하는 개별 공장을 소유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을 읽고 현재의 내 상황에 맞추어 서평을 남기게 되었다. 굳이 맞추었다기 보다도 이건 나를 비롯한 많은 사장님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책을 뒤적거려가며 필요한 내용을 간추렸다. 리더의 어깨는 늘 무겁다. 고객과 시장의 반응을 끊임없이 살펴야 할 뿐만 아니라 직원과 거래처 등 많은 관계 속에서 자기를 점검해야 한다. 조용한 곳에서 내 생각을 메모장에 끄적거리는 것부터 시작하자.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면 블로그에 올려 생각을 나누자. 새로운 세상이 열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도자는 자기의 생각을 조리 있게, 쉽고 간하게 말하고 글로 쓸 줄 알아야 합니다.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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