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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보이 Nov 26. 2019

독자를 유혹하는 6가지 방법

스티븐 킹 - 유혹하는 글쓰기


 글쓰기는 유혹이다. 좋은 말솜씨도 역시 유혹의 일부분이다.


우리가 누군가의 팬이 되는 이유는 정말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정말 그렇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흥미롭기 때문이다. 그간 쇼생크 탈출, 미저리 등 영화의 제목들을 통해 익히 들어봤었지만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라서 접근하지 않았던 스티븐 킹 또한 그렇다. 그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기는 이번 '유혹하는 글쓰기'를 통해서가 처음이다. 고백하건대 나는 집중력이 좋은 편이 아니다. 자기계발서와 같은 딱딱한 실용서적을 볼 때는 집중력이 더욱 떨어진다.(팀 페리스의 책은 예외다.) 그러나 SF 공포물을 썼던 작가의 실용서는 모르긴 몰라도 무언가는 달랐다. 글쓰기 책 주제에 뒷내용이 궁금해지고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책장을 덮고 나자 자연스럽게 그의 다른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아마 필력이란 이런 것을 이야기하는 싶었다. 현재 인터넷 서점에서 그의 걸작선 세트를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고민 중이다.


그의 스토리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비행기에 가지고 탈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다. 처음부터 마음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아서 끝까지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그런 소설 말이다. (중략) 이야기의 내용이 독자 자신의 삶과 신념 체계를 반영하고 있을 때 독자는 이야기에 더욱더 몰입하게 된다.


그는 시종일관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주변에는 늘 자기만의 썰을 잘 푸는 사람들이 있다. 매력적인 그들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든다(그러한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무라카미 하루키, 파울로 코엘류 등이 있는데 그들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수 천명들의 팬을 거느린 이야기 꾼이다. 내가 이번 기회에 팬이 되기로 자처한 스티븐 킹 또한 타고난 이야기 꾼이다. 심지어 그가 고안해낸 이야기의 대부분이 영화화가 되었을 정도로 그의 스토리에는 다른 작가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어떻게 독자들이 이야기에 빠져들게끔 하는 것일까? 그의 자전적 저서인 유혹하는 글쓰기를 통해 그 특징을 몇 가지 살펴보았다.



1. 그들만의 독특한 문체가 있다.



여러 문체를 받아들이는 것은 자기만의 문체를 개발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다. 폭넓은 독서를 하면서 끊임없이 자기 작품을 가다듬어야 한다.


사람을 모이게하는 이야기 꾼들의 공통적인 특징으로는 그들만의 문체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설가 김훈이 독특한 문체를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잠시 위에서 언급했던 마크 트웨인, 무라카미 하루키와 파울로 코엘류 또한 본인들만의 문체를 지니고 있다. 이미 수많은 작가들이 언급한 방법이지만 자기만의 문체를 개발하는 방법으로 필사를 권한다. 저자인 스티븐 킹 역시 자기만의 문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여러 문체를 받아들일 것을 권유한다. 반대로 문체를 모방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특정 장르에 대한 어떤 작가의 접근 방법까지 모방하는 것은 금한다.



2. 그들에게는 자신만의 루틴이 존재한다.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날마다 아홉 시부터 정오까지, 또는 일곱 시부터 세 시까지 반드시 작업을 한다는 사실을 뮤즈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그것을 알게 되면 뮤즈는 조만간 우리 앞에 나타나 시가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마술을 펼치기 시작할 것이다.


유명한 작가들의 가장 공통적인 특징으로는 자신만의 루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루틴은 빌게이츠나 워런 버핏 등 유명 사업가들도 가지고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람들 중 대부분은 자신만의 루틴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스티븐 킹 또한 정해진 루틴대로 생활을 한다. 한 분야에서 굉장한 실력을 얻고 싶다면 중구난방의 생활패턴이 아닌 정해진 시간에 꾸준히 그것을 해야만 한다. 그들은 그 틀에 박힌 행동이 어떠한 영감을 준다고 믿는 것 같다. 결국 그들은 그 영감을 이용해 매력적인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메이슨 커리가 쓴 '리추얼'을 참고하기를 추천한다.


3. 이야기를 들려줄만한 누군가가 있다.



궁극적으로 내가 가장 경청하는 사람은 태비인데, 그것은 내가 애당초 그녀를 대상으로 글을 쓰기 때문이다. 내가 감동시키고 싶은 사람은 바로 그녀이기 때문이다.


나 같은 일반 사람도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원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은 그 글을 읽는 사람을 누구인지를, 그들이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의식해야 한다고 한다. 스티븐 킹은 태비(그의 부인)를 대상으로 글을 쓴다고 이야기한다. 그녀가 그의 글을 읽고 감동을 했다면 그녀와 비슷한 감성을 지닌 사람들 또한 같은 감정을 느끼리라.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애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4. 그들 대부분은 메시지를 숨겨놓는다.



메시지나 교훈 따위는 몽땅 햇빛이 안 드는 곳에 감춰놓아야 옳지 않겠는가? 내가 원하는 것은 울림이다.


예전만큼 영화를 자주 보지는 않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만큼은 꼬박 챙겨본다. 대게 그의 작품에는 숨겨진 메시지들이 많아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곱씹어보는 재미가 있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열린 결말이라 하여 관객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쳐 저마다의 결말을 짓게끔 유도한다. 


20대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 소설을 꼽자면 주저 없이 어린왕자를 선택할 것이다. 청소년 권장도서이기도 한 이 단편소설은 매번 볼 때마다 색다른 울림을 준다. 예를 들어 보자.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오아시스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라는 구절이 있다. 아마 쓱 한번 보고는 '그런가?' 라며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인생에 비유하여 좀 더 곱씹어본다면 좀 더 큰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예측하기 쉬운 것은 우리에게 별다른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5. 일에 관하여 써라



특히 일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일에 대한 내용을 즐겨 읽는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실이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지만 '과연 진실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한번 확인해보았다. 위의 자료화면은 브런치의 메인에 올라온 글들이다.(11월25일자) 일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틀린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사람들에게 인생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에 관한 글 또한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내용인 듯 보인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책과 관련된 내용은 그다지 흥미를 끌지 못하는 것 같다.


6. 가능한 과감하게 덜어낸다.



요즘도 4천 단어짜리 초고는 3,600 단어를 목표로 수정 작업을 한다. 그리고 초고가 35만 단어짜리였다면 수정본은 31만 5천 단어, 가능하면 30만 단어까지 줄여보려고 노력한다. 대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내가 그 공식에서 배운 것은 장편이든 단편이든 어느 정도는 압축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글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 혹은 스토리의 방향성을 고려하여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하게 삭제할 필요가 있다. 스티븐 킹은 글을 수정하면서 초고의 10퍼센트를 삭제한다고 한다. 특히나 요즘 독자들은 굳이 내 글이 아니더라도 보아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너무 늘어진다 싶으면 고민하지 않고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여 저자는 문제의 어떤 부분에서 가상 독자가 싫증을 느낄지 안느낄지를 상상해보라고 한다. 만약 그들이 싫증을 느꼈다면 유혹에 실패한 것이다.


나는 앞으로 그의 열렬한 팬이 되기로 했다.



서평을 작성하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면, 매주 책 한 권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굉장히 고된 일이지만 누군가가 계속해서 보고 싶게 만드는 글을 쓰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특히나 요즘 세상처럼 읽을거리, 볼거리들이 넘쳐나는 시대에서 내 글을 특별하게 만들기란 오랜 기간 실력을 갈고닦지 않는 이상은 어려울 것이다. 이 글에는 전부 담아내지 못했지만 본문에 '연장통' 장의 내용은 기술적으로도 꽤나 도움이 된다. 게다가 책을 읽으면서 가벼운 실소를 터트리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대부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표정으로 읽을 때가 많다.) 그만큼 그가 구사하는 비유는 신박하면서도 입맛을 당기는 것들이 많았다.(특히 묘사, 비유에 관련된 부분을 주의 깊게 보시라!)


결과적으로 스티븐 킹은 글로써 나를 유혹하는 데 성공했다. 단순히 그의 작품을 섭렵하는 것을 넘어서 그의 문체를 따라해보자는 결심이 들게 하였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내 취향과 방향성을 찾은셈이다. 지루하지 않은 글쓰기 책을 읽고 싶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 이 책의 일부분은(어쩌면 너무 많은 부분이) 내가 그런 사실을 깨닫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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