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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길효 May 03. 2021

내러티브와 6페이저

(working backward) 단시간에 핵심정보 많이 전달하기

전세계 최대의 온라인 커머스 기업 아마존은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워드로 작성된 6장 내외의 내러티브 페이퍼로 회의한다. 데이터와 숫자로 빼곡할 것 같은 파워포인트가 아닌 워드 문서에서 AWS,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아마존을 더욱 혁신적인 기업으로 나아가게 하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니. 


짧은 시간에 핵심을 이야기 하는 방법


기업과 대학에서 흔히 사용하는 파워포인트는 정보전달에 용이하지 않다. 정확히는 많은 정보를 단시간에 전달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좋은 발표자는 슬라이드의 헤드라인 한줄을 읽으며 핵심만 이야기 하는 것이라고 PPT 발표의 스킬을 익혀왔다. 이는 거꾸로 얘기하면, 슬라이드에서 쓸만한 정보는 고작 한줄이라는 것과 같다. (그 한 줄의 백데이터를 찾기 위해 지새온 나의 수많은 밤은 대체...

파워포인트 발표의 단점

1. 슬라이드 하나에 하나의 메시지만 전달한다
2. 발표 중간에 질문할 경우, 전체 핵심전달을 방해한다
3. 다양한 시각자료를 통해 본질을 흐리기 용이하다
4. 발표자의 역량에 결과가 좌우되기 용이하다

또한 발표 중간에 들어오는 질문에 말려, 그 질문에만 대답하다 발표가 끝나거나 전체 발표의 핵심은 강조하지도 못한채 발표를 마치곤 한다.

국힙원탑도 이건 선 넘었지...


순서파괴(Working Backward) 에서는 슬라이드 한 장에는 400 단어(영어 기준)의 정보 전달이 가능한 반면, 문서 한 장에는 4,000단어 정도의 정보전달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는 극도의 시간관리가 필요한 아마존 S-팀(제프 베조스를 포함한 핵심 의사결정을 진행하는 임원진)의 상황을 놓고봤을 때 10배 이상의 가치가 있는 시간관리 방법이다. (물론 아마존 내에서도 변화초기의 반발은 있었다)


지금 이 시간, 우리가 회의하는 진짜 이유


6페이저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페이지에 담을 수 있는 정보량이 많은 것과 더불어 우리는 읽을 때 가장 많은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아마존의 회의 앞 20분은 주최자가 제출한 6페이저를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6*400 / 우리가 정보를 습득하는 속도 = 20분이라는 계산으로 20분을 잡았다고 한다)


6페이저는 핵심규범과 FAQ를 제외하고는 다양한 형식에 맞춰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핵심규범은 이 순간에 바꾸고자 하는 혹은 논의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의 명문화이기에 제외될 수 없고, FAQ는 주최자가 이미 고려한 상황에 대한 불필요한 질문으로 발생하는 시간낭비를 막기 위해 필수로 포함되어 있다. (정말 간단한 질문일지라도, 담당 부서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FAQ의 도입은 효과적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 6페이저의 구성 (분기 비즈니스 회고)

1. 도입
2. [핵심규범]
3. 달성한 것
4. 미달한 것
5. 차기를 위한 제안
6. 손익계산
7. [FAQ]
8. 부록 

회의는 프리젠팅이 아니다. 주최자가 별 헤는 밤에 고민한 아이디어를 펼쳐놓고, "나는 이런이런 재료들을 이렇게 찾아와서 조합해 이렇게 결론내렸어요. 그러니까 이렇게 할게요" 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다. 특히 아마존 같은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논리가 아닌 고객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전세계에서 가장 미쳐있는 조직이다. (개인적으로는 FAANG의 리더 중 베조스가 특히 그런 리더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비즈니스의 속도는 점차 더 빨라질 것이고, 급속도로 변화할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해/말아"를 묻는 기승전결의 프레젠테이션 보다, "이게 진짜 문제야" 라고 때려박는 빠른 페이퍼 방식의 내러티브 커뮤니케이션의 효과가 점차 높아질 것이다.


보이는 것보다 알맹이(개념/검증)에 집중


사실 PPT는 자기위안이었다.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슬라이드 아이콘부터 그래프 RGB 컬러까지 한땀한땀 맞추는 나에게 PPT는 자기위안의 존재였다. 왠지 좋은 출처의 데이터를 찾아서 얹고 깔끔(?)하게 얹어놓으면, 그 내용이 좋아보인다고 느낀 것도 사실이다. 허나 몇 줄의 단어와 글이라도, 그 개념과 검증이 명확히 이뤄진 내용이라면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치열한 의심과 함께. 이를 아마존은 검증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스타트업들이 검증해 갈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으레 이런 책을 읽으며 내 얘기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기 보다는


시간은 (제프 베조스를 포함해) 누구에게나 유한하다. "아마존이니까, 베조스니까" 라는 생각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든 적은 시간에 많은 효용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라면 진지하게 검토해보자. 


받아들이고 실패하는게 무시하는 것보다 낫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중요한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는 법을 배움과 동시에 아마존이 앞으로도 큰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며, PER 63로 저평가(?) 된 아마존 주식을 내일부터 한 주씩 매수해 볼 예정... (크 취한다)


70%...? 틸 형 기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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