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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 Apr 05. 2022

2주만에 끝난 금주

2022.04.05

1.

지난 주말권. 회사 회식으로 오랜만에 와인을 많이 먹고서 다음날 하루종일 누워있었다. 난 유독 와인 숙취가 심한데, 얼마 전 맛있는 와인 한두잔이 그렇게 즐겁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너무 많이 먹어서 숙취가 있는 것 같다.


2.

토요일은 하루종일 누워 지내다 일요일 아침, 명필름에 레벤느망이 종영인 걸 알고서 헐레벌떡 뛰어가 봤다. 아침 잠을 깨우려 커피를 들고 들어갔지만 영화의 충격으로 커피를 마시기도 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금요일 밤의 음주는 토요일 하루를 날려버렸고, 술을 먹지 않으니 일요일 아침부터 영화도 보고 감상을 글로 남기고 좋았고 뿌듯했다.


하지만 내겐 영화를 보면 쉽게 감정이입해서 술을 먹고 싶어하는 습관 같은 게 있는데…

영화 보고 울적해진 나는 집에 가서 술을 마셨다. 한창 술을 먹던 때에 인터넷으로 구매해서 차에 싣고 다닌 일 년도 넘은 서울의밤 2병을 얼마전 꺼내 방에 가져다 놓았다. 토닉워터 한 병에 서울의밤 반 봉을 타서 먹는데 맛은 좋았다. 살짝 취한 기분은 좋았지만 배부른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술을 안먹었다면 글이라도 끄적이거나 책이라도 몇 장 읽었을 저녁을 날려버렸다. 그나마 잘 한 일은 술을 더 먹지 않고 술이 깨기를 기다렸다가 잠든 것이다.


3.

문제는 어제였다. 다시 맥주를 사와 먹은 것이다. 그것도 많이! 지난번 서울의밤 반 병 남은 것까지 다! 그래서 결과는? 핸드폰을 손에 쥐고 화장실에 갔다가 변기에 빠뜨렸다. 오늘 머리도 무겁고 속은 울렁거리는 것 같고 목은 타고 얼굴엔 갑자기 없던 뭐가 났다.

결국 장장 2주에 걸친 금주는 막을 내렸다. 내 딴에는 매우 긴 기간동안 금주였는데 이게 어쩌면 내 의지 때문에 성공한 게 아니라 코로나 완치 후 몸이 약해진 게 스스로 느껴져서 몸을 사린 게 아닌가 싶다.


4.

내일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다. 메뉴는 맥주가 잘 어울리는 걸로 친구가 이미 정했다. 새삼 이럴 때 생각한다. 전엔 나 역시 늘 당연하다는 듯이 맥주집으로 장소를 정했고, 많이 마셨다. 그걸 보아온 친구는 당연히 나를 만나면 술을 마시려 하는 것이다.


정말 몇 년만인지도 모르게 오랜만에 본 다른 친구는 고기와 술과 커피를 다 끊었다고 했다. 과로로 몸이 크게 아팠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식습관까지 다 바꿨다고 한다. 그 친구가 너무나 대단해 보이는 요즘이다. 나도 크게 아프고 나서 정신차릴 게 아니라 지금부터 내 건강을 잘 챙겨야 할 텐데…


5.

그래서 오늘의 이 불쾌함을 똑똑히 기억하기 위해 글을 쓴다. 머리가 무겁고 지끈거리고 속이 울렁거리고… 무엇보다 술로 허비한 시간이 오늘로 거의 3일에 가깝다. 목요일부터는 다시 금주 하자. 그 시간에 차라리 이런 넋두리 같은 글이라도 쓰고 책이라도 읽자. 영화를 보고 술을 먹지 않기로 하자. 울적하다는 건 좋은 핑계거리다. [금주 다이어리] 저자 처럼, 나도 그냥 술을 입에 안 대야 안 먹을 수 있는 것 같다. 말이 좀 이상한데, 적당히가 없어서 조금이라도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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