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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일공원 May 16. 2021

난 말이야, 술자리가 좋은 게 아니라 술이 좋은 거야-

한겹한겹 기록하기

술에 관련한 얘기를 풀자면 정말 한도 끝도 없긴 하다. 술에 대한 취향을 이야기하기 앞서 술을 너무 좋아한다. 지금도 마시고 있고. 어렸을 때에는 즐거운 인간관계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술을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요즘에는 술 자체가 목적이다. 예전에는 술 약속이 잦을뿐더러 한번 마시면 보통 새벽까지 마시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되도록 늦게까지 마시지 않으려는 편이다. 술 약속도 최소 1주일 이상은 기간을 두려고 한다. 아, 생각해보니 이렇게 약속 패턴이 바뀐 이유는 코로나 때문이 크다. 가끔은 새벽녘까지 대화 주제 잘 통하는 사람들과 복작복작하게 떠들고 싶기도 하다. 2차 가자 소리 지르고, 먼저 가는 친구 녀석 아쉬워하고.



술을 마시면 표현의 절제력이 느슨해진다.

누구나 그렇듯 술을 마시면 속에 있던 이야기를 쉽게 말하고, 또 감정을 쉽게 표현하게 된다. 이런 점을 이용해서 최근엔 술을 마시고 무언가를 더 하려고 한다. (물론 혼술) 예전에는 혼술 중에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집중력이 너무 낮아져서 안주까지 다 먹고 나서는 잠드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만화책이나 웹툰을 보면서 마시면 다음 날 다시 만화를 보면서 어떤 컷에서 취했는지 유추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보기’보다는 ‘하기’에 집중하려는데 아무래도 술을 마셨을 때 조금 더 솔직해지는 것 같아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써보고 있다. 표현을 하는 데에 망설임도 적어지고, 실수가 있더라도 다음날 고칠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작업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술을 마시는 속도가 줄어들어서 술 조절이 훨씬 수월해진다.


문제는 사고의 절제력도 느슨해진다.

평소라면 안 했을 불편한 생각이 불쑥불쑥 든다. 다행히 아직은 생각을 행위로 옮겨 본 적이 없다. (물론 그 행위가 아주 심각한 것은 아니고 다음 날 창피한 정도의) 그런 생각이 들고는 곧바로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지? 싶은데, 무의식중에 나는 이미 안 좋은 생각들을 이만큼이나 가지고 있었던가 싶어서 불안할 때가 종종 있다.


위스키 잘은 모르지만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일류라구요.

술자리에서 주종은 보통 소주고, 혼술시엔 위스키다. 그리고 가끔 마트와인. 맥주도 정말정말 좋아하는데 운동을 하고 나서는 되도록 피하고 있다. 맥주의 탄수화물도 문제지만 취하질 않아서 무한대로 들어간다. 운동하기 전에는 금요일에 혼자 맥주 8+남은 소주, 와인까지 마셔봤다. 그래서 알콜 도수가 높은 술을 위주로 마시다 보니 위스키, 소주 등을 마시게 됐다. 위스키는 마신지 얼마 안돼서 제임슨, 글렌리벳, 글렌피딕과 같은 무난한 입문용 술을 마시고 있다. 음식이나 음료가 가지고 있는 향에 대해서 크게 민감하지 않은 편인데 위스키는 병마개를 열고 향만 맡고 있어도 좋다. 가끔 재택 중에 몰아치는 일을 끝내고 술을 마시고 싶지만 퇴근 시간이 안됐을  가끔 냄새만 맡으면 좋다. (약간 미친놈 같다) 치킨이 현대인들에게 무조건적인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처럼, 위스키가 나한테 치킨과 같은 아이다. 며칠  여자친구가 글렌리벳 15년을 선물해줬는데  가는  부터 다음  아침 출근~퇴근 시간까지 설레서 콩닥거렸다. 저녁에 퇴근하고 한잔하는데 춤췄다. 진짜로.

따뜻한 수영장에 떠있는 기분


술은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겁니다.

주량은 3 정도다. 다행히 주사가 없다. 문제는 1 이하로 마셨을 때이다. 날마다 다르긴 한데 술자리에서 인당 1 이하로 마시거나 혹은 원하는 만큼 취하지 못하면 정말 들다. 술을 취하기 위해서 마시는 건데.. 그런 날이면  편의점 들려서 술과 안주를 산다. 문제는   정도 마셨을  식욕도 같이 폭발한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술자리가 끝나고 집에 와서 삼겹살과 공깃밥 배달로 시켜서 소주 한병 마시고 잤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술자리에서 최대한 만족스럽게 취하고 가려고 한다. 아무래도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분위기에서 나만 열심히 먹는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기도 하고, 이상하게 술자리에서 혼자 마시면 그렇게 취하지가 않더라. 술도 집중을 해야 한다. 그래야 기분 좋게 취한다.



그러니까, 나는 기분 좋게 취할 때까지 마시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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