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도쿄는 모바일 페이 vs 현금 중
한국에서 지낼 때는 지갑에 현금이 없어도 생활이 가능했고, 카드 결제도 다 받아줘서 불편함이 없었지만 일본은 예외다. 일단 일본은 현금 결제만 받는 곳이 너무 많다. 지갑에 카드만 있고 현금이 없을 때 정말 난감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형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카드를 냈는데 현금밖에 안된다더라. 진짜 일본에 온 지 8년차이지만 너무 적응이 안 된다.
노무라 종합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캐시리스(CASHLESS:무현금) 결제 비율은 20% 정도다. 80%가 넘는 한국이나 50-60%의 타 국가와 비교해보아도 큰 차이를 보인다.
게다가 의외로 체크카드 이용률이 저조하다. 카드를 안 받는 곳이 많다 보니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나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체크카드로 결제하고 지출 관리를 했던 나로서는 그 부분이 제일 불편했다. 물론 일본도 Debit Card(= 체크카드)를 각 은행에서 발급하고 있기에 리서치 후에 은행에서 발급받았다. 그것도 불과 6년 정도 밖에 안된다. (그전에도 있었겠지만 주변 일본 친구들한테 물어봐도 다들 모른다고 해서 직접 검색하고 은행 사이트 들어가서 알아봄)
그래도 일본에 왔던 2011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 각 은행사와 카드사 그리고 IT 업계가 성장한 부분도 있을 것이고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캐시리스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도 주효하다고 생각된다.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정말 도쿄 이곳저곳에서 공사를 안 하는 곳이 없을 정도로 탈바꿈하고 있는 게 자주 보인다. 그리고 방일외국인도 매년 늘어나고 있고 2020년은 400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때 외국인의 소비를 이끌어낼 주요한 수단은 카드 결제가 될 것이다.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뉴스 등 기사로 접하고 있다. 현재의 카드 결제 인프라를 개선하지 않으면 일본으로서는 상당한 기회 손실로 이어질 것이다.
세계의 모바일 간편 결제 흐름에 맞게 일본도 몇 년 전부터 OO페이라는 단어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카드 결제도 잘 안되는 나라에서 무슨 모바일 페이인가 생각했다. 심지어 도쿄에서도 카드 결제가 안되는 곳도 상당한데 모바일 페이로 가겠나 싶었다. (물론 시대는 계속해서 바뀌고 있으니 언젠가는 정착될 것이라 생각은 했다)
그런 나에게도 드디어 모바일 페이를 이용할 기회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Origami Pay였다. Origami Pay에서 제공하는 쿠폰으로 편의점에서 결제하면 매일 커피 한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었다. (그때가 여름이라 출근할 때마다 편의점에서 아아를 사 먹는 나에게는 둘도 없는 혜택이었다)
이 프로모션이 꽤 길어서 습관처럼 Origami Pay를 열었는데 첫 번째 프로모션은 한 달간 매일 편의점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였고, 반응이 좋았는지 같은 내용으로 추가로 한 달을 더 했던 기억이 난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가 생각해보니 내가 카카오톡도 아닌 앱을 매일 이용하게 되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나는 Origami Pay를 30 - 60일간 매일 이용한 헤비유저로 분류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카드 연동을 했기에 종종 지갑이 없을 때는 Origami Pay로 결제한 적도 몇 번 있다. 프로모션이 종료된 후 나는 자연스럽게 Origami Pay를 이용 안 하게 되었다. (커피 잘 마셨습니다)
그렇게 모바일 페이에 대한 니즈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현금 + 카드 결제 생활을 이어왔던 나에게 관심을 끌만한 프로모션 소식이 들려왔다. Yahoo! Japan에서 만든 모바일 페이 PayPay가 초대형 프로모션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1,000억 원 다 소진할 때까지 결제 금액의 20%를 돌려주는 프로모션이었다. 1,000억 원이라니 실로 어마어마하지 않는가.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자 확보를 위해 큰 금액을 사용하기보다 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돌려줘서 PayPay 이용을 늘리겠다는 전략이었다.
1인당 결제 금액의 20%를 포인트로 돌려받는 금액은 매월 최대 50만 원. 그리고 20번 결제 중에 1번은 무조건 결제 금액의 전액(1인 100만 원 상당)이 돌아오는 보너스 프로모션까지 있었다. 이 부분이 그렇게도 움직이지 않았던 일본 소비자들을 움직이게 했던 시발점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회사 동료는 기분 전환 삼아 Big Camera(가전제품 판매점)에서 아이패드(때마침 아이패드 프로 신형이 나왔을 때)를 구입했는데, 바로 전액 페이백이 당첨되어서 100만 원이 다음 달에 들어왔다. (20번 중에 1번의 확률로 당첨되는데 그게 바로 당첨되다니 진짜 부러웠음)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때 결혼 준비로 혼수를 마련하는 동료가 있었는데 거의 다 PayPay로 결제했다고 한다. 혼수 용품의 20%가 돌아오니 얼마나 원더풀한가. 혹여라도 전액 페이백으로 최대 100만 원이라도 당첨되기라도 하면 진짜 핵이득. 이런 주변 소식을 보더라도 일본 열도가 PayPay 열풍이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1,000억 원 돌려주는 프로모션은 실시 10일 만에 1,000억 원 페이백이 도달했다는 공지와 함께 프로모션이 종료되었다. 정말 대단했다. 결제 금액의 20%인 1,000억 원이 포인트로 페이백 되었다는 것은 단순 계산으로 5,000억 원이 PayPay로 결제되었다는 뜻이다. 현금을 그렇게 선호하는 일본에서 카드 결제도 아닌 모바일 페이(PayPay)로 5,000억 원 상당의 결제가 10일간 이뤄졌다는 것은 일본 모바일 페이의 가능성에 대해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10일 만에 종료되었기에 PayPay는 조금 더 길게 가고 싶었을 것이다. 상당한 이슈였고 PayPay 이용자들이 매일 결제하게 하는 습관을 만들고 싶었을 테니 말이다. 나도 그 당시에 그동안 못 사고 있던 제품을 사야지 하고 시기를 보던 와중에 프로모션이 종료되었다는 소식에 허탈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PayPay는 바로 1,000억 원 돌려주는 프로모션 2탄을 준비해서 공개했다. 혜택은 20% 그대로였지만 페이백의 최대 금액을 조절하여 매 결제시 최대 1만 원을 돌려주며, 10번 중 1번의 확률로 결제 금액의 전액(최대 1만 원)을 페이백해주었다.
일본에서 다양한 모바일 페이가 등장하고 사용자 확보를 위한 프로모션으로 내걸고 있는 페이백 금액이 꽤 많아서 결제가 즐겁다는 생각을 올해 처음으로 해봤다. 결제가 성공되었을 때 나오는 효과음. 이용 명세서에 20% 페이백이 +금액이 적혀 있어서 해당 금액이 일정 기간 후에 한꺼번에 들어온다고 생각하니 일상생활에서 소액 결제가 즐거워지는 경험을 일본에서 하고 있다.
상상해보자. 모든 결제에 20% 페이백이 되며 게다가 10번 중 1번의 확률로 전체 금액이 페이백된다. 실제로 10번 중에 1번 전체 금액이 페이백 되는지 계산해보니 정말 10번 중 1번은 무조건 전체 금액(최대 1만원)이 페이백 되는 것을 확인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확률로 계산하기보다는 정해진 확률 안에서 소비를 권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기업 입장에서도 소비자의 결제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PayPay의 1,000억 원 돌려주는 프로모션 2탄은 5월 말에 종료하였다. 올해 초부터 매 결제 금액마다 20%가 돌아온다는 기대감과 결제의 즐거움. 그리고 프로모션이 종료되었음에도 포인트가 상당히 돌아왔기에 그 포인트를 이용한 결제까지 지금까지 정말 잘 이용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언급하지 못했지만 PayPay를 시작으로 LINE Pay 등 다양한 모바일 페이에서 상당 금액의 포인트 페이백을 내걸며 프로모션을 하고 있기에 나로서는 PayPay에 국한되지 않고 모바일 페이 자체를 소비 상황에 맞춰서 사용하기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출 습관을 들이고 있다.
결국 일본 모바일 페이 경쟁의 승리는 나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프로모션이 있기에 사용하기 시작한 모바일 페이였지만 본질은 캐시리스(CASHLESS:무현금) 결제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폰만 가지고 있으면 결제가 가능하기에 지갑이 없어도 되는 두손의 자유로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일본의 캐시리스(CASHLESS:무현금)는 이제 시작이다. 오랜 기간 현금 결제만 고집하는 가게 및 주변 지인들이 변해가는 모습에 응원하게 되고 나 또한 적극적으로 캐시리스에 동참하여 이 변화가 조금이라도 빨라진다면 모두의 소비가 즐거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