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2022)
이처럼 완벽한 서사를 만들어낸 게임은 당분간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이 될 정도로 서사에 많은 공을 들인 게임인 게 티가 났다. 물론 모두가 서사적인 부분에서 후반부에 아쉬움을 드러내고 나 또한 후반부 스토리 및 연출을 조금만 더 늘렸으면 어떨까 싶었다.
가장 아쉬운 건 펜, 요르문간드, 수르트 등 거대한 존재들의 존재감이 너무 배경적으로만 소모되었다는 점,
또한 운명을 뒤틀 전환점이 되었을 민간인 대피 파트에서 라그나로크를 줄곧 외치던 아트레우스가 갑자기 민간인을 지키고자 하는 결심을 한 점 등.
하지만 결국 제작진이 이 갓 오브 워 시리즈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충분히 전달이 되고도 남았고 이 이야기가 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이고 최고의 엔딩으로 마무리를 지었다고 생각된다.
아트레우스는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길을 떠났고 크레토스는 그를 믿고 사랑하기 때문에 보내주었다. 독립하는 자식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으로.
전반적으로 이 게임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크레토스가 줄곧 말하는 '더 나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와 '사랑'으로 귀결할 수 있다. 이미 '전쟁의 신'으로써 수많은 피를 흘린 크레토스는 아트레우스만큼은 자신과 같은 길을 걷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 나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몰아세운다. 하지만 아트레우스는 사춘기 시절의 소년답게 엄격한 아버지를 두려워하면서도 '우리'를 위해 아버지에게 반항하며 자신의 존재와 자신의 종족에 대한 의문점을 해결하기를 갈망했고, 정해진 운명에 반항하길 원했다.
이런 대립 속에서 플레이어들은 아트레우스를 답답하게 생각하는 여론이 형성되었는데, 나는 오히려 이 갈등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크레토스와 아트레우스의 감정을 둘 다 이해할 수 있었다. 서로를 너무 사랑하지만 표현이 서툰 두 부자의 갈등은 결국 서로의 비밀을 풀어놓는 '대화'를 통해 해결된다. 그게 가족이다. 아무리 치고받고 싸워도 결국 대화를 통해 다시 서로를 마주한다.
이런 '가족애'는 작품 전반적으로 꾸준히 등장한다. 그리고 화해한 가족들은 전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한다. 눈과 귀, 마음을 열고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그 사랑을 확인한다.
크레토스와 아트레우스, 프레이와 프레이야, 트루디와 시프, 브록과 신드리.
그러지 못한 가족들은 결국 파괴된다. 프레이야와 발두르, 오딘과 토르 아이러니하게도 브록과 신드리.
브록과 신드리는 결국 죽을 때가 되어서야 브록의 일방적인 용서로 가족관계가 끝나버린다. 신드리는 스스로 용서받을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절망에 휩싸인 삶을 살게 된다. 이 관계를 어찌 보면 예언대로 이루어진 크레토스와 아트레우스의 이야기가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대화를 통해 가족에 대한 사랑을 일깨우고 운명을 뒤틀어 라그나로크를 끝냈다.
먼 길을 떠나는 아들을 배웅하는 아버지의 등. 이 장면에서 크레토스는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아트레우스의 표정을 통해서 봤을 땐 크레토스도 살짝 미소를 짓지 않았을까. 더 나은 존재가 되길 바란 크레토스의 마음이 아들에게 닿은 것에 대한 안도감과 자랑스러움이 그의 미소를 통해서 아트레우스에게 전해진 게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한다. 전작 갓 오브 워에서부터 혁신적으로 평가받은 연출을 그대로 유지한건 어찌 보면 이 서사를 끝내기 위한 가장 최적의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든다. 많은 이들이 4년이 지난 지금 전작보다 더 혁신적인 무언가가 있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이렇게 안정적인 방법으로 크레토스와 아트레우스를 떠나보내는 게 제작진이 생각한 캐릭터를 향한 예우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