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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語』의 가치

『論語』의 가치 

         

‘多事多難’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또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우리가 가장 많이 건네고 듣는 말 중 하나다. 물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이 1순위일 것이다. 

코로나 시국이 3년째 이어지고 부모형제를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고, 생계를 위한 생업을 접어야하는 절체절명의 순간도 겪었다. 그럼에도 고마운 분들이 치료제에 백신을 개발해주어 끝이 보이는 것 같아 인간의 존엄과 위대함에 새삼 경의를 표한 순간이 많다.     

 

나는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이때마다 『論語』를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생각날 때마다 꺼내 읽는다. 읽고 싶은 곳이 있어서가 아니라 수십 번 읽었기 때문에 그냥 펼쳐지는 곳을 읽는다. 읽다가 눈과 마음이 머물면 잠시 책을 덮는다. 고전의 매력이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論語』는 못 볼 것을 보거나,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듣거나, 아니면 내가 해서는 안될 생각이나 해서는 안될 말을 무심코 했을 때 읽고 마음이 차분해지면 다시 덮고 문득 내 등짝을 후려치는 죽비 같은 책이다.

선친께서 물려주신 수불석권의 고귀한 유산에 머리 숙여 감사를 표한다. 책을 아끼는 마인드와 애티튜드는 내 자식들에게도 이어져 학업에 필요한 책은 물론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스스로 읽는다. 어떠한 물질적 유산보다 큰 가치가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책을 안읽은 사람보다 한 권 읽은 사람이 위험하고 무섭다는 말을 알기에 동서양의 유명하다는 인문 고전들을 읽었고 그것들은 비루한 내 삶을 빛내주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특히 『論語』를 반복해서 읽는 것은 새겨야할 문장이 많고 나이를 먹으면서 정신이 해이해지고 문득 욕심이 생겨 염두에 뒀던 『論語』의 문장을 자주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다시 읽다보면 무릎을 치게 되고, 다시 마음을 잡고 마음에 새기기를 반복한다.      

작년 말에 언론을 담당하는 언론팀장을 맡고 한 달 가까이 지났다. 유명한 라면가게 만큼 인원이지만 여기에도 리더가 필요하고 말 그대로 ‘다사다난’할 수 밖에 없는 언론 業의 특성상 직원들을 다독이면서 외풍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밖이라고 모두 적이 아니고 내부라고 해서 모두 내 편인 것은 아니다. 


새해에는 판교에서 서울사무소로 베이스캠프도 옮겼다. 지리적으로 변방에 머물다 강남이라는 강호로 진출(?)하면서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고난과 역경은 지금의 나를 점검하고 뒤돌아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된다. 대외활동이 많은 업무지만 다른 직원들이 볼 때는 똑같은 월급쟁이일 뿐이다. 혼자서 덕업일치를 외쳐봤다 꼰대, 똘아이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세상은 내 맘 같지 않기 때문이다. 내 편은 없다고 생각해야 된다. 법과 원칙, 그리고 상식에 맞게 말하고 처신하는 게 강호에서 목숨이라도 부지하는 방법이다. 능력이 부족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덕이 부족하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덕을 쌓고 상식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내가 올곧게 설 수 있는 힘이다. 『書經』에 이르기를 ‘군자에게 임금 노릇을 하려면 바르게 해야 그들이 덕을 행할 것이고, 미천한 사람에게는 관대해야 그들이 힘을 다한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은 단순히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성품과 인격, 가치관 그리고 본성이 집약되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말은 그 사람의 인격과 품격을 말해준다. 홍보맨, 특히 기업의 언론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제대로 말하고, 표현하고 설득하는 소통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莊子』에 이르기를 ‘주머니가 작으면 큰 것을 싸지 못하고 두레박 줄이 짧으면 깊은 물을 긷지 못한다.’고 했다. 

다가오는 설날 연휴 때 『論語』를 한번 더 읽어야겠다. 사람과 소통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무기가 무엇인지 깨닫는 기쁨을 한번 더 누려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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