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기자가 홍보담당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 1.

덧) 바이오제약 또는 전문산업 홍보인들에게

브런치 글을 뒤져보다가 PR인들의 업무고충에 대해 읽어보았다. 대부분 홍보인은 기자를 상대하는 직업이라, 기자 입장에서 무엇을 원하고 콘텐츠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알면 업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본인은 한때 한국의 바이오제약기업의 딜 & 투자를 영어로 보도하는 일을 했는데, 정말 애를 많이 먹었다.

1) 우리 매체가 한국에서 그닥 알려지지 않은 영어매체였 2) 바이오 스타트업의 경우 홍보담당인력이 없고 뭘 홍보할지 계획이 없으며 3) 아직은 홍보할 때가 아니고 내부 역량 키우기에 집중하자는 기조 때문에 언론보도의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 매체력을 저쪽에서 알아주지 않으니 (+ 유료기사인 줄 알고 기자와의 대화를 피하려 하니) 전화 한 통으로 홍보담당자랑 빨리 연결되지도 않았고, 기업 홈페이지를 들락날락거리며 가치있는 한 줌 정보라도 캐내기 어려웠다. 아래는 그때 개인적인 의견을 페북에 쓴 글인데, 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페친이 전체공개해달라고 요구해서 공개했더니 35회 정도 공유되었다. 참고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아 약간의 에디팅을 거쳐 옮긴다.


********


매주 4-5개씩 바이오제약 / 의료기기업계 기사를 영어로 쓰면서 몇 달간 제약사 홈페이지 200개 정도 훑었다. 의약업계에서 벌어지는 비즈니스 딜을 중점 보도하고 있지만 제약학이나 생명공학을 영 모르면 기업 홈페이지 내용을 상당 부분 발췌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약 200개의 홈페이지를 보면서 1000번 정도 속이 터져(...) 느낀 점을 정리하려 한다. 주변에 귀띔해주셔서 제약사들 홈페이지가 조금이나마 개선되는 나비효과가 생기면 좋겠지만 우선은 스트레스 해소차 써본다. 사실 매우 베이직한 이슈들이다.


1. 제발, 업데이트! 


홈페이지 대문인 기업소개 (About us나 Overview)에 기업 자랑을 세부적으로 늘어놓으면 특허나 임상 관련 업데이트를 꼭 놓친다. 최근 유럽 특허를 땄는데 기업소개에 '아직 신청 중'이면 무슨 홍보 손해인가? 새로 발견한 적응증 (어느 병에 효과가 있는지)도 바로 추가해야 한다.


그리고 영문 국문 내용 완벽히 일치 안된 홈페이지가 99%다. 해외시장을 바라본다는 이유로 국문은 손을 안 대거나, 영문의 경우 최근뉴스 카테고리를 방치하거나 해외투자 관련해서도 의미있는 뉴스인데 올리지 않는다.


홈페이지 설명이나 IR용 PPT 자료를 텍스트 아닌 이미지로 해놔서 내용을 긁을수 없거나 큰 스크린에선 글자를 알아볼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러면 받아쓰기 정말 힘들다.


아, 그리고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영문 기업명 끝에 Co. Ltd.나 Inc.나 Corp.을 홈페이지에 쓰지 않는데 어떤 기자들에겐 굉장히 필요한 정보다. 별거 아니잖아요 좀 올려주세요. ㅠㅠ


2.제품과 파이프라인은 검색 없이도 볼 수 있게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을 많이 파는 대기업은 검색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다. 약 이름을 쳐야 성분과 치료목적이 뭔지 나오는 식이다. 일반 소비자에겐 좋겠지만 회사 자체에 관심이 있어 제품 목록을 한눈에 봐야 하는 이들에겐 소용이 없다. 대표적인 약이라도 자세하게 소개하는 페이지를 만들든지, 치료 목적 등 카테고리별로 정리해서 한 페이지에 보게 하는 용도도 만들어야 한다. 사족이지만 기업소개를 클릭했는데 찾아오시는 길로 간다든지 하는 UI는 제발 고쳐주길 바란다. 의외로 많다.


3. 이메일과 전화번호


최근 속터진 일은 회사가 자기 비전, 이름과 로고의 연유 (얼마나 예술적인 로고인지 긴 설명…), 지역별 지사 주소랑 구글맵까지 있는데 그 흔한 전화번호가 없고 구글에도 안 나왔다. 사실 홈페이지에 올리는 info@회사명.com은 어차피 안 보는 메일이라 생각돼 손이 안 간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비전 자랑하기 전에 제대로 된 연락처부터 올려주세요. 그리고 제발 전화좀 받아라…놀랍게도 10군데 중 2군데 정도는 (분명 그정도로 바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하루종일 전화를 안 받거나 직원 핸드폰에 전화를 연결하지도 않는다. 연구만 한다고 다가 아닙니다 바깥세상이랑 연결도 되셔야죠


4. 뭘 개발하는지 제발 콘텐츠 좀 적자


홈페이지가 깔끔한 것과 소극적인 것은 다르다. 회사 자체는 훌륭한 기술과 잠재력을 갖고 있는데 홈페이지가 그걸 충분하게 담아내지 못하면 신비주의 전략도 아니고 그냥 홍보에 실패한 것이다. 제약업계 뿐일까. 많은 중소기업들이 이걸 상대방의 입장에서 충분히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또는 소극적인 걸 깔끔한 거라고 오해하는 것 같다.


아무리 훌륭한 역량을 갖춘 회사라도 적절한 '알림의 기술'이 없으면 기자나 투자자들이 갑자기 팬이 되어 그 회사를 추적하지 않는다. 다들 바쁘고 그럴 시간이 없다. 회사 내부에서 자부심 (애사심)이 높을수록 우리는 잘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모이겠지, 지금은 홍보가 아니라 내부 역량에 집중해야 할 때야 라고 생각하고 홈페이지 관리를 적당하게 하는 거 같다. 매일 다른 회사들을 취재하다 보니 이젠 그 적당함의 레벨이 가슴에 파고들어 느껴질 정도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내 작업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는 직접 상대방의 생각을 들어봐야만 안다. 내가 상상해서 판단하지 말고.


덧)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abcde12345@company.com 이라든지 네이버상 전화번호를 123-4567로 등록하면 취재하는 내가 자괴감 든다. ㅠㅠ 아무리 새 메일주소가 급하고 사무실 번호가 없어도 그렇지.


5.전문 설명 이전에 친절한 설명


대부분의 홈페이지가 약 또는 기술플랫폼의 원리를 전문적으로 설명하고 홈페이지를 방치해 두는데 그 회사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약학이나 생명공학 비전공자라는 걸 고려해야 한다. 특히 유전자 조합 해체 돌연변이 공격 항암제로 변신…이런 내용 나오면 머리 터진다. 전문 용어를 쓰기 이전에 각각 요소의 핵심 역할이 뭔지 형용사 하나라도 붙여주면 훨씬 명쾌하게 읽힌다.


핵심 내용만 쓴다고 명사+명사+명사+명사+명사 만 써붙이면 최악이다. 비전공자면 원리와 결과 (효과)를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문장은 당연히 못 쓴다. 그리고 이건 저작권 문제로 가능한지 모르겠으나 끝에 관련 논문 (회사 대표나 연구자가 쓴)이라도 국문/영문으로 하나 붙여주면 홈페이지의 짧은 내용을 보충할 수 있어서 훨씬 낫다.


6. 홍보팀은 전문적으로


프로페셔널한 홍보팀을 따로 둘 여유가 없으면 연구분야와 사업개발을 둘다 잘 아는 영업직에게 기자컨택을 맡기는게 차라리 낫다. 회사의 기술에 대해 잘 모르거나 보도자료에 나온 내용을 더듬거리는 경우가 많아서다. 방사선과 의사와 방사선사의 역할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대기업 홍보팀인데도 자기 회사가 Co. Ltd.인지 Inc.를 쓰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매우 어렵겠지만 전문가와 과학 알못 사이에서 언어를 잘 풀어주고 이해시키는 것이 홍보인의 역할이다. 적어도 ‘나쁜 유전자 역할을 못하게 막아서 항암을 해요!’ 보다는 좀더 나아간 표현을 써야 기자도 기사를 쓰지 않겠는가? 대부분의 바이오제약 기자는 4년제 대학을 졸업했고 약학이나 생명공학 비전공자라는 걸 염두에 두기를.


7. 규모 자랑 이전에 핵심 내용


투자유치금액, 공장 신설, 해외시장 진출 이런것이 ‘틀’이라면 ‘핵심’은 어떤 약품과 기술이 거래되는지, 그 약품과 기술이 왜 인정받았는지, 그 시장에서 왜 의미가 있는지 등이다. 최근엔 어느 대기업이 동남아 시장 딜을 따냈다고 해놓고 무슨 약을 팔건지 전혀 보도지 않은 경우가 있다. 회사에 연락하니 홍보팀도 그제서야 주섬주섬 알기 시작했다.


하나의 약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후보물질 발견, 개발, 임상시험 신청 및 승인, 제품 출시까지 몇 년이 걸리고 도중에 기술이전이 되면 그 후엔 어찌되는지를 나도 기사 쓰면서 알았다. 이런 부분을 커버하면서 기자나 소비자에게도 친절하게 웹사이트를 단장한 기업을 꼽으면 한미약품이다. 사실 아직 안 다룬 기업인데 보도자료 하나하나에 홍보팀 직원들 이름과 전화번호를 쓴 기업은 몇  안 된다. 이정도만 해줘도 연구만 하는 기업이 아니라 투자자, 소비자들과 소통을 잘하고 있는 사례가 되는 것이다. 아. 최근 다룬 노을 Noul 이란 스타트업도 기자와의 소통은 정말 빠르게 잘한다. 브로셔도 정말 잘 만들었다.


* 덧붙이면 명함에도 자기 회사가 뭘 개발하는지 핵심 단어라도 써주길 바란다. We make vision, change the world 같은 뜬구름 문장은 비즈니스에 대한 감이 전혀 안 온다. 컨퍼런스 가서 수십장 명함을 받고 돌아왔는데 이런 식으로 디자인한 명함의 회사는 기억될 가능성 제로다.

작가의 이전글 2021년 1월 1일 홍콩 풍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