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의 전성시대이다. '놀면 뭐 하니'에서 부캐란 말이 등장하기 전부터 본캐(본 캐릭터), 부캐(부 캐릭터)는 존재했다. 머슴 돌쇠의 삶에도, 한 가장을 책임지는 본캐와, "마님, 이거 어디로 둘깝쇼?"라며 윗 계급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부캐가 존재했다. 오늘은 '본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직장인이라면 부캐는 필수
"뽑아만 주시면 목숨을 바쳐 일하겠습니다!"
라고 면접 때 이야기를 할 순 있겠지만, 스타트업 대표처럼 본인의 회사가 아닌 이상에야 그 맹세가 과연 얼마나 갈 것인가? 천운이 아닌 이상 본인이 정말 원하는 일을 하긴 쉽지 않은 시대이다. 특히나 한국처럼 급속도로 발전한 곳에서, 성장을 하는 쭉쭉하던 시대는 지났기 때문에, 원하는 일을 하더라도 느끼는 보람은 굉장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실적 장표를 하얀 종이 위에 펜으로 한 땀 한 땀 쓰셨던 분들과, PC 사용 자체를 많이 안 해본 스마트폰 세대가 함께 일하는 세상이다. ㅎ)
거기다 또 대단한 변수가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사람"이다. 누구와 일을 하느냐에 따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일터가 될 수도 있다. 사람이 사는 곳이기에 '학연, 지연, 혈연, 흡연(?)'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도 하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없는 훌륭한 외국계 회사도 있을 것이지만, 외국계를 다녔던 베스트 프렌드 B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일도 사람도 둘 다 내가 생각한 바가 아니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때는 온라인 게임에서 뉴 캐릭터 생성 버튼을 누르는 것처럼, "부캐"를 생성해 보는 것이 "사표"를 던지기 전에 해볼 만한 일이 틀림없다.
정의는 게임 밖에서...
이것은 나도 잘되지 않는 것 중에 하나인데, 입사 16년 차를 맞아 아주 조금씩 실행하고 있다. 이전 글('초등학교 시험'만큼 '직장인의 평가'는 공정한가?)에서 논했던 것처럼, 공정하지 않은 일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생겨난다. 내게 주어진 몹은 100마리인데, 나보다 월급을 훨씬 더 많이 받는 저 사람의 몹은 꼴랑 2마리로 보인다. 이러면 억울해질 수밖에 없다.
정의를 구현하겠다고 부캐를 아무리 갈아 넣어도, 그 부캐에 대해 회사가 가진 신뢰도가 상한가를 치고 있지 않다면 정의 구현은 쉽지 않다. 아니, 솔직히 말해 대부분의 정의 구현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필귀정은 회사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나 하나 없어진다고 회사에는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라고 많은 선배들이 말한다.) 우리 부서가 사라진다고 해도 수많은 부캐들이 넘쳐나는 Co-World에는 잠깐의 혼돈만 있을 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회사는 굴러가게 되어 있다.
내가 가진 정의에 대한 생각은 철저하게 내가 가진 입장에서의 생각이고, 다른 속성의 정의감을 가진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내가 정의에 위반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신입 캐릭터와 과장 캐릭터가 알고 있는 정보가 다르듯,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또는 그는 철저하게 부캐를 악당형으로 성장시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본캐에 집중하면 좋은 점
친구가 게임에 빠져, 본인의 가족, 친구들을 다 버리고 밤새 PC방에서 시간을 보낸다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은가? 아마도 내 친구였다면 PC방에 가서 "프로게이머가 될 것이 아니라면, 당장 그만두고 집에 있는 애기들 생각을 하라"라고 할 것 같다.
회사 역시 목숨을 걸고 회사 부캐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구는 임원을 꿈꾸고, 누구는 직책자를 꿈꾸며, 누구는 정년퇴직을 꿈꾸지 않는가? 앞선 예시에서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사람처럼 "임원"을 꿈꾼다면 목숨을 걸어봐도 훌륭한 배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처럼 정년퇴직을 꿈꾼다면, 본캐에 더 집중하기를 추천드린다. (TMI 같지만) 요즘 내가 집중하고 있는 본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캐릭터명 : 피드백 프로
직업 : 에세이스트 (브런치, 블로그)
활동 주기 : 주 2회, 콘텐츠 업로드 (목 : 단주, 월 : 직장, 삶, 영어 )
활동 이유 : 도움이 되겠다는 마음
스킬 확장 : 주 1회 유튜브 발행 (채널명 : 하오나채)
추가 예정 : 시각장애인 포함한 일반인 타깃의 오디오북형 콘텐츠
최종 목표 : 팟캐스트 진행 및 직업 탐색 기회를 고등~대학생에게 제공
드백이의 경우, 본캐에 집중을 하다 보니, 회사의 부캐에는 영혼이 좀 덜어진다. 부캐가 미친 듯이 몹에게 맞고 있더라도, 이건 게임이고 저밖에 있는 진짜 나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늘도 본캐에 집중하는 하루를 보내길 기원하며, 피스!
(유튜브 오디오북 콘텐츠 추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