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주 600일 기념
나는 단주와 참 잘 맞는다는 것이다.
단주를 하고 브런치를 시작해서 무엇인가에 홀린 듯 하루 한 시간 이상은 글 쓰는 데에 몰입하면서, 신기한 일들이 일어났었다. 글을 쓰니 여러모로 이해도가 높아져가며 회사에서나 일상생활에서나 생활 효율이 매우 높아져갔다. 물론 그렇게만 계속되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지만, 인간은 늘 실수를 반복하며 배우는 것이기에 '무리한 계획'을 짜고, 그 모든 것을 해내겠다고 발버둥 치다가 다시 한번 바닥끝으로 떨어지는 일을 겪었었다.
벌려놓은 일들을 수습하고, 여기저기에 내가 말한 다짐과 계획들을 뒤집어야 하는 상황이 오고 나서는, 정말이지 '아무 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찾아왔었다. 회사 출근을 제외 하고는 모임을 나가거나 책을 읽거나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등등 어떠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의미없이 핸드폰을 클릭하는 단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으며, 의식에 흐름에 따라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하루하루 늘어났다.
이렇게 시간들을 호탕하게 쓴지 한 3개월 정도가 지났을까? 어느 정도 나의 "의지력"이 충전되었는지, 너무나 심심한 상태가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진짜 이렇게만 지내도 되는걸까?'라는 의심이 들었었고, 다행히 모든 활동을 접으면서도 단 하나 접지 않았던 "독서모임(독하당)"을 위해 꾸역 꾸역 책을 읽어가던 어느 날, 마음을 사로잡는 책을 만나며 다시 내 삶의 "의욕"이 돌아왔다. 아, 물론 위에서 말한 그로기 상태에서의 3개월 간의 독서 발제는 그간 읽어놓은 책으로 적당히 땜질했었다. ㅎㅎ
육체적 - 술을 끊은지 오랜 시간이 지났고, 돌아온 의욕을 잡고서 신중하게 생활을 하다 보니 '얼굴이 좋아졌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래도 생각보다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쉽지가 않아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최근에 3가지 처방을 개인적으로 테스트해보는 중이다.
1) 비타민 메가도스 - 물론 부작용과 체질에 따른 문제를 꼭 확인하고 진행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내 몸과 잘 맞아서 오늘로 46일째 시행 중인데, 평소 물속을 걸어가던 기분이었다면 지금은 적어도 머리는 물 밖으로 나와있는 느낌이다. 2) 커피 끊기 - 이건 2주 정도 되었는데 '명현 현상'때문인지 최근 며칠간 수면 흐름이 매우 심각하게 나빴다. 하지만 모든 끊기가 그렇듯이 한두 달은 더 실행해 볼 예정이다. 3) 운동 - 맨몸 스쿼트 15회, 팔굽혀펴기 15회, 최소 3세트 반복하기와 지하철 탈 때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로 관리 중에 있다.
정신적 - 삶의 목표가 명확해지고 있다. 아직 상세하게 말하기는 이른 시기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목표를 정하고 도움이 된 책 이야기도 해보고 싶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지력"은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고, 내 소중한 시간은 소중한 곳에 집중해서 쓰는 것을 계속 지켜 나갈 것이다.
그동안 여러 번 이야기했듯이 술은 먹고 나서 누군가에게 민폐만 끼치지 않고, 본인이 괜찮다면 굳이 술을 끊지 않을까? 다만,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 드백이처럼 상태가 안 좋은 상황이 온다면 큰 고민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카톡에 디데이 설정을 한 뒤 '며칠간만 해보자'라고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새로운 습관 역시도 가볍게 시작하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쌓이는 시간들을 보면서, 앞으로 술을 '절주'할지, '금주'할지, '단주'할지에 대한 방향성도 자연스럽게 잡힐 것이다. 체질과 맞지 않은 술로 어디선가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 조금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며 단주 600일 기념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