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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실컨설턴트 Oct 31. 2023

니맘내맘

강조점은 내가 아니라 보는 사람이 찍는 것

40분의 긴 딜리버리가 끝이 났습니다. 이제 판단은 그들의 몫,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했습니다. 주섬주섬 노트북을 챙겨 가방에 넣고 있는데, 후배 녀석이 귀에 대고 들릴 듯 말듯 말합니다.

"피엠님, 세 번째 항목에서 고객들 눈이 반짝거렸어요. 이상하지 않아요?"

소리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빨리 나가자는 눈짓을 보냅니다. 아마도 고객 평가단은 남아서 심사에 대한 얘기를 조금 더 할 계획인가 봅니다. 그들의 눈빛이 우리 등을 떠밀고 있습니다. 5층에서 1층은 몇 초 걸리지 않았지만, 밖의 공기는 회의실 안의 공기와 완전히 달랐습니다. 압박감도 의심도, 두려움도 섞여있지 않았으니까요. 어느새 후배 녀석이 옆에 서서 방금 던진 질문의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니맘내맘이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

"작가질을 하다보면 가끔 신기한 경험을 하곤 해. 간혹가다가 신들린 듯 글이 쓰여질 때가 있거든. 그때는 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눈앞에 보이는 듯해. 이 부분에서 탄성을 내겠지. 무릎을 칠거야. 혼자 황홀경에 빠지지. 그런데 막상 책을 내고 후기가 올라오잖아. 그러면 희안하게 내가 힘을 준 부분이 아니라, 내가 언제 쓴건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구절에서 감동을 받아. 쓰는 내 맘과 읽는 니 맘은 다른거지. 그래서 쓰는 사람은 그냥 쓰는 거고, 감동을 받을지 말지는 듣거나 읽는 사람의 몫이야. 글을 쓰는 사람이 독자를 자기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면 그건 신의 경지지."

"정말이요? 의외네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정성껏 준비해서 딜리버리하면 되는거야. 그 다음은 그들의 몫이지. 자꾸 니맘을 내맘처럼 흔들려는 욕심이 프리젠테이션을 망치게 만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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