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
그 날은 정말 처참했습니다. 뭐 그랬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하고 싶은대로 프리젠테이션 발표자료를 구성하고, 그 동안 꼰대스럽기로 유명한 회사에서 7명의 임원을 대상으로 발표를 했으니까요. 막 프리젠테이션이 끝이 나고 분위기가 요상했습니다. 장표 하나에 바라만 봐도 토가 나올 정도로 빽빽한 도형과 글씨가 없었으니까요. 한 장에 하나의 메시지만 넣고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장표를 구성했으니 그 동안 보던 형식과 완전히 달랐으니까요. 그래서 그들은 처음에 약간 당황했습니다. 까야할지, 칭찬을 해야할지 순간적으로 판단이 안 되는 표정이었죠. 잠시의 웅성거림과 어색함 뒤에 아니나다를까 가장 안전한 건 일단 까는거지요. 형식이 너무 급진적인거 아니냐. 너무 단순화해서 우리 회사의 강점인 전문성이 전혀 안 보인다. 너무 튀어서 고객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것 아니냐. 한 임원이 시작하니 줄줄이 공격을 하더군요. 웃기는건 처음에 호의적이었던 임원조차 뒤에는 분위기에 휩쓸려 공격을 해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죠. 그게 안전하니까요. 만에 하나 잘되면 누구도 상관하지 않겠지만, 결과가 나쁘다면 뒤에 한 마디씩은 해야 하니까요. "그 봐. 내가 그때 이상하다 했지?" 이 한 마디로 빠져나가야 하니까요.
그 공격들이 진심인지, 제가 추측한 도망용 토끼굴인지는 질문 하나면 충분합니다. '어떤 방향으로 다시 구성하면 될까요?' 후자의 목적이었다면 딱히 바꾸라는건 아니라던지, 시간이 촉박하니 일단 그대로 가라던지. 그런 대답이 돌아올테니까요. 그 날도 그랬습니다. 당시에는 너무 자주 겪는 일이라 크게 타격감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딱 하나의 평가에는 쓱 긁혔습니다.
"내용이 너무 평이하지 않아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고, 어떤 회사 이름을 붙여도 다 되는 내용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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