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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Oct 08. 2015

신뢰가 쌓이는 시간

아이의 마음에 닿는 단 하나의 길

누군가를 신뢰하면 그들도 너를 진심으로 대할 것이고, 누군가를 훌륭한 사람으로 대하면 그들도 너에게 훌륭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신뢰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보다 멋진 통찰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인간관계의 바탕은 신뢰이며, 관계의 정점 역시 신뢰입니다. 신뢰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믿고 의지하는 것입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란 표현은 인간관계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일지도 모릅니다. 


여기 한 소녀와 선생님이 있습니다. 서먹서먹하던 그들 사이에 어떻게 신뢰가 싹트고 자라났는지 함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좋아요, 던프리 선생님.

그러니까 일기를 쓰긴 꼭 쓰되 개인적이거나 비밀스러운 내용을 쓰고 싶으면 일기 첫 머리에 “읽지 마세요.”라고 토를 달아 놓으라는 말씀이군요. 그러면 선생님은 그 일기는 읽지 않고, 그냥 우리가 뭔가 썼다는 것만 확인하시겠다는 거죠?

그런데 제가 정말 비밀스러운 내용을 썼는데, 혹시 선생님이 읽으시면 어떡하죠?

아무래도 선생님을 한번 시험해 봐야겠어요.  (11쪽)


다행히도 던프리 선생님은 티시의 시험을 무사히 통과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터무니없는 숙제로 여겨졌던 일기는 어느 새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를 털어놓는 친구가 되어 갑니다. 티시의 표현대로 ‘순진해 빠진’, ‘새내기 같은’ 선생님 덕분입니다.


“읽지 마세요, 던프리 선생님.”

“이 일기는 읽지 마세요, 던프리 선생님.”

“제발 읽지 마세요, 던프리 선생님.”

“절대로 읽지 마세요, 던프리 선생님.”

“읽으시면 안 돼요, 던프리 선생님.”

“절대로 읽으시면 안돼요, 던프리 선생님.”


열다섯 살 티시가 “읽지 마세요” 태그 아래 털어놓는 속살 이야기들이 우리가 엄마 미소를 지으며 읽을 수 있는 사소한 사춘기 갈등과 성장 이야기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관심도 흥미도 없는 학교생활, 재미없는 선생님들, 시시껄렁한 과제들, 유치한 남자 아이들... 처음 티시가 일기장에 적는 불평불만들입니다. 비슷한 친구들과 어울리는 재미라도 없다면 학교를 때려치웠을 거라는 그녀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점차 알아갑니다. 스스로 ‘C학점짜리 학생’이라는 티시가 얼마나 머리가 좋은지,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시험 준비는커녕 과제 할 시간도 없이 방과 후와 주말에 햄버거 패티를 굽고 감자튀김을 튀기며 용돈을 벌지 않으면 알거지가 되는 티시의 현실 속에서 구두점과 셰익스피어와 포그너는 사치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저와 블루투스를 헷갈린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실망스러운 눈빛을 받고  속상해하는 티시의 마음을 들여다 보세요.


“좋아요, 던프리 선생님, 이 일기는 읽으셔도 돼요.”

“좋아요, 읽으셔도 돼요, 던프리 선생님.”


가끔은 일기를 읽도록 해달라는 선생님을 위해 티시가 지어낸 몇 개의 가짜일기를 읽어보면 아이가 바라는 가정이 얼마나 평범한지, 그  아무것도 아닌 것을 얼마나 아프게 갈망하는지 알게 됩니다.    


티시의 부모는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요? 티시는 고아원에 사는 아이가 아닙니다. 집도 있습니다. 그러나 티시의 이야기는 점차 어른들의 상상을 넘어섭니다. 허구한 날 엄마와 싸우고 폭력을 휘두르고 가출을 반복하는 아빠, 집 나가 버린 아빠만을 그리워하며 좀비처럼 살아가는 엄마, 부모의 무책임에 방치되고 누나에게만 매달리는 일곱 살짜리 어린 동생 매트가 티시의 가족입니다. 아빠에게 길들여져 무기력하고 자포자기한 엄마는 최소한의 일만 하고 아이들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혼란의 크리스마스를 지나고 또다시 가출한 아빠와 그런 아빠를 찾겠다고 엄마마저 아이들을 두고 집을 나가버립니다. 자식들을 돌보고 살면서 각종 공과금을 척척 알아서 처리하는 평범한 부모를 바라던 티시는 좀비 같던 엄마조차 사라지자 아무런 바람막이도 없이 냉혹한 현실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버려졌다는 두려움에 밤마다 오줌을 싸기 시작한 남동생을 붙들고 어떻게든 살아보려 노력하는 티시에게는 아무도 없습니다. 터질 것 같은 분노와 절망감, 그리고 두려움을 쏟아 낼 수 있는 일기만 남았습니다.


발 밑에 널따란 안전그물을 치고 팽팽한 줄 위에서 줄타기를 할 때, 누군가 그물을 치우기 전까지는 그 그물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전혀 깨닫지 못하는 것 같은 이치야.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한 발짝 한 발짝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떨어져 죽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는 거지.  (135쪽)


만약 경찰에게 잡혀간다면 자신은 도와줄 어른이 아무도 없기 때문에 친구처럼 가게에서 ‘쓱싹’을 절대 하지 않는다던 티시였지만, 먹을 것이 똑 떨어지자 배고픈 동생을 위해 햄버거용 다진 고기 한 덩어리를 옷 안에 품고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훔친 고기를 맛있게 먹는 동생과 달리 티시는 도무지 고기를 삼킬 수 없었습니다. ‘넌 이제 범죄자야’ 티시가 스스로에게 하는 말입니다. 엄마아빠가 싸울 때마다 품안에 꼭 안고 귀를 막아주던,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떠올리며 부끄러운 마음에 목이 멥니다. 



티시는 과연 어떻게 이런 절망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요? 믿을 수 없었던 학교와 어른들에게 어떻게 손을 내밀 수 있었을까요?


“부디 읽어 주세요, 던프리 선생님.”


먹을 것이 떨어지고 전기가 끊기고 길가로 내몰릴 막다른 골목에서 티시가 구원을 요청할 단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티시는 이해받을 수 있을 거라 믿어지는 유일한 어른, 던프리 선생님에게 손을 내밀었고 티시의 믿음은 따스한 응답을 받았습니다.  


<이 일기는 읽지 마세요, 선생님>에는 십대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현실과 냉담한 학교체제, 삭막하기만 한 사회, 그리고 신뢰할 수 없는 어른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것들이 과연 미국만의 이야기일까요?


한국의 폴 포츠라 불리는 최성봉씨. <코리아 갓 탤런트 시즌1>에 처음 그가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습니다. 다섯 살짜리 아이가 고아원을 뛰쳐나와 십 년이 넘게 혼자 살았단 말이야? 그 작은 아이가 먹기보다 굶기를 더 많이 하고 거리의 화장실과 건물의 계단에서 자면서,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기면서 혼자 산다는 것이 정말 가능해? 껌을 팔고 동냥을 하면서? 의문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의 말 자체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다섯 살 어린 아이가 10 여년을 그렇게 살 동안 아이를 제도권 안으로 데리고 온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그런 사실’을 믿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는 조직폭력배를 피해 야간학교로 숨어든 14살 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나이와 진짜 이름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야간학교 선생님의 도움이었지요. 그러고도 몇 년이 지난 후에야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됩니다. 그때까지 정부의 도움은 전혀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는 야간학교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학교 한쪽의 낡은 소파에서 생활하며 글을 배우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검정고시를 치릅니다. 음악을 배우고 싶어서 무작정 찾아갔던 한 선생님의 도움으로 성악을 배우고 고등학교에도 진학을 합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삶은 쉽지 않았습니다. 살아온 환경이 달랐기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경제적 어려움은 계속됩니다. 오랫동안 쌓인 상처는 그의 몸과 마음에 깊은 자국을 남겼습니다. 한동안 방황하던 그는 주변의 권유로 새로운 도전에 나섭니다. TV 재능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한 번 세상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의 노래를 듣고 환호했고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렇게 그는 세상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1990년생이니 그는 이제 겨우 27살입니다. 앞으로도 그의 삶에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때때로 과거의 일이 그를 후벼 팔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을 바라본 사람은 느낄 수 있습니다. 그가 처음으로 TV에 등장했을 때* 그는 앞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습니다. 아름다운 그의 노랫소리와는 달리 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습니다. 두 손을 가만히 두지 못했지요. 일 년이 좀 지나고 다시 만난 그는 달라졌습니다. 부드러운 표정으로 앞의 청중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간간히 미소도 지었고 슬픔도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살아줘서 고맙다고요. 그는 조금씩 세상을 믿기 시작했고, 스스로를 믿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야기 속의 티시와 현실 속의 최성봉씨는 모두 혹독한 성장기를 거칩니다. 어른들의 무관심과 냉혹함 속에서 현실 세계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티시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가르쳐주셨던 뜨개질을 붙들고 선생님이 주신 일기장을 껴안고 무서움을 이겨냅니다. 누구의 이야기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최성봉씨는 나이트클럽에서 들려온 성악에 마음을 엽니다. 그리고 음악을 삶의 희망으로 붙들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다행히도 자신을 지탱할 무언가를 찾았고 그들 곁에는 그들을 도와줄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굳었던 마음을 꾸준히 두드려준, 믿을 수 있는 어른들이 있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울타리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거친 바깥 바람과 눈보라를 막아주는 든든한 부모가 있습니다. 그러나 울타리 안에 살고 있다고 그들의 세상이 무풍지대인 것은 아닙니다. 또한 태풍에 부모마저 흔들릴 때가 종종 있습니다. 때때로 부모가 아이를 몰아치는 가장 무서운 바람이 되기도 합니다. 거친 바람이 불어올 때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통해, 누구와 소통하고 있을까요? 친구들과는 풀 수 없는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아이들이 손을 내밀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어른이 그들 옆에 있을까요? 우리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은 신뢰입니다. 신뢰의 시작은 행동입니다. 되풀이되는 행동을 통해 믿음이 생기고 그가 하는 말이 곧 행동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는 순간 그 사람은 믿을 수 있는 사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됩니다. 그런데 신뢰는 매우 까다롭습니다. 입으로 하는 말은 빠르고 쉽지만 몸을 움직여야 하는 행동은 더디고 어렵습니다. 그런 행동들이 쌓이고 쌓여야만 신뢰는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신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간과 행동으로 다져진 신뢰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강력하고도 유일한 방법입니다. 믿음을 쌓은 후에야 마음이 열립니다. 어른과 아이 사이는 더욱 그렇습니다. 던프리 선생님이 티시의 마음을 얻기까지 8개월이 걸렸습니다. 끊임없이 정성을 쏟고 두드렸지요. 


잃어버렸던 신뢰를 다시 찾고 부정적인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면 곱절로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일기를 몰래 읽고 아이의 핸드폰 카톡을 훔쳐보며 모두 아이를 위해서라고 말하는 부모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런 부모의 눈을 피하기 위해 핸드폰에 더 복잡한 패턴을 걸고 암호를 바꿉니다. 위협은 설득만 못하고 설득은 신뢰만 못합니다. 위협은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지만 마음을 움직이진 못합니다. 설득은 머리를 두드릴 수 있지만 마음을 움직이지 못합니다. 신뢰는 마음과 머리와 몸을 움직입니다. 아이들의 마음과 머리와 몸을 움직이는 것은 부모의 신뢰뿐입니다. 부모가 아이의 모든 것을 알 수 없고 통제할 수도 없습니다. 아이의 통제의 대상도, 관리의 대상도 아닙니다. 통제하려 하면 할수록, 관리하려 하면 할수록, 아이들은 손안의 모래처럼 우리 곁을 빠져나갑니다. 아이들을 방치하거나 아이들에게 무관심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던프리 선생님을 떠올려 보세요. 티시가 원하는 대로 일기를 읽지 않으면서도 티시의 마음을 계속 두드렸습니다. 무려 8개월 동안. 선생님의 도와주고 싶고 걱정하는 마음이 전달되어 꽉 닫혔던 문을 여는데 그렇게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이를 기르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보석처럼 간직한 한 순간이 있습니다. 40년 넘게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기도 합니다. 어느 늦은 저녁 중학생 큰아이와 침대에 함께 누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선생님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 등등 수다가 이어집니다. 한참 이야기를 하던 딸아이가 말했습니다.

“엄마는 제 인생 제일 좋은 상담자예요.”

눈물이 왈칵 나왔습니다. 얼른 눈물을 참고 말했습니다.

“와, 영광인데! 엄마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게^^”    

그 감동적인 순간에 저는 몇 년 전 아이와 제가 힘들었던 시간들을 떠올렸습니다. 저희 가족이 살던 동네에 새로운 초등학교가 개교하면서 원래 다니던 학교의 아이들 중 일부가 새 학교로 이동을 했습니다. 작은 아이는 새로 개교한 학교의 첫 입학생이 되어 새 학교를 마음껏 즐겼지만, 4년간 함께 했던 친구들과 헤어져 혼자만 새 학교에 가게 된 큰아이는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그 때 신규 사업 개발팀에서 정신없이 바쁘던 저는 아이가 그렇게 힘들어 하는 줄 까마득히 몰랐습니다. 집에서도 가깝고 여러모로 시설도 좋은 새 학교에 무척 만족했던 저희 부부가 아이의 이상행동을 발견한 것은 학교를 옮기고도 한참 후의 일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전학은 갔지만 여전히 같은 피아노 학원을 다니던 큰애는 유치원 때부터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과 미묘한 갈등을 겪고 있었습니다. 큰아이가 더 힘들어했던 것은 서로의 집에서 자고 놀 만큼 친했던 단짝친구가 갈등의 주도자였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이는 학교가 달라진 예전친구들과 계속 어울리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좋아하던 학용품을 나눠주면서, 아이의 표현으로는 ‘친구들의 비위를 맞추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에 대한 배신감과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으로 힘들어하던 아이가 마음을 다시 추스르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도 아이가 힘들어할 때 알아차리고 도와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한동안 괴로웠지만, 이 일을 계기로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의 양과 질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온 마음과 에너지를 쏟아 아이의 말을 듣고 집중하는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또 저와 성향이 정반대였던 아이를 잘 이해하고 마음으로 소통하기 위해서 일 년 동안 MBTI 상담공부도 했습니다.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고 피아노를 쳐다보지도 않던 아이는 다시 즐겁게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힘들었던 경험을 통해서 친구들의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하고 도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아이는 많은 사건들을 겪을 것이고 힘든 시간도 보내겠지만, 그래도 자신을 믿고 기다리는 부모가 있다는 것을 잊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 또한 아이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 속상해서 눈물이 날 때마다 행복했던 이 순간을 꺼내보려고 합니다. 


지금 말문을 닫은 아이의 마음을 두드리고 싶으신가요? 

아이가 손을 내밀 수 있는, 믿을 만한 어른이 되고 싶으신가요? 


방법은 딱 하나 시간과 정성입니다. 신뢰가 없는 곳에서는 어떤 관계도 자라지 못합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신뢰는 백 마디 말로 쌓이는 것이 아닙니다. 습관적인 사랑한다는 말보다 정말 친밀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로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서 보고도 표현하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사려 깊은 무관심도 필요합니다. 우리는 아이를 믿고, 부모로서의 스스로를 믿고 시간을 쌓아야 합니다. 우리는 너를 도와주고 싶어하고 또 도와줄 수 있는 부모가 언제나 옆에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전달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 랄프 왈도 에머슨

* 참조 : 2011년 6월 4일 tvN<코리아 갓 탤런트>

        2012년 9월 7일 KBS TV 강연 100도씨 

- 함께 읽은 책

<이 일기는 읽지 마세요, 선생님>  마가렛 피터슨 해딕스 지음 / 정미영 옮김 / 우리교육 (2006)

<믿음만큼 자라는 아이들> 박혜란. 웅진싱크빅. 1996.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박혜란. 나무를 심는 사람들. 2013 

<신뢰가 답이다> 켄 블랜차드 외. 정경호 역. 더숲. 2013.      

                          


<이 일기는 읽지 마세요, 선생님>  

마가렛 피터슨 해딕스 지음. 정미영 옮김. 우리교육 (2006). 187P

저자 마가렛 피터슨 해딕스는 신문기자로 일할 때 아동 학대 및 방치에 대한 취재를 위해 십대 아이들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이야기들이 늘 머릿속에 남아있었습니다. 그녀는 그 후 (던프리 선생님처럼) 영어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에게 일기 숙제를 내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읽어도 좋다고 허락한 일기에서도 굉장히 놀랄 만한 내용들을 발견하면서 과거 기억들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이 일기는 읽지 마세요, 선생님>은 이렇게 탄생한 이야기입니다. 이제 부모가 된 저자는 그 때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 아이들에게도 던프리 선생님같은 믿을 만한 어른이 꼭 생기길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국제독서협회'와 '전미도서관협회'가 선정한 '최우수 청소년 작품', '책읽기를 꺼려하는 아이들에게 권하는 책'에 선정되었고, 책읽기를 꺼려하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보아도 아주 재미있는 얇은 책입니다. 

일기형태의 1인칭 시점은 티시의 깊은 속마음을 아주 잘 표현해 줍니다. 8개월에 걸친 티시의 일기를 따라가면서 웃다가 눈물짓다 보면 어른과 아이 사이에 어떻게 신뢰가 싹트고 자라나는지 저절로 느낄 수 있습니다.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박혜란. 웅진싱크빅. 1996.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박혜란. 나무를 심는 사람들. 2013   

가수 이적의 엄마로도 유명한 박혜란님의 책입니다. 전업주부로 아들 셋을 키우다가 막내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던 해 다시 공부를 시작해 여성학자가 된 박혜란님은 과외 한번 시키지 않고도 아들 셋을 모두 서울대학교에 보낸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자녀를 모두 명문대학에 보낸 비법이 아니라, ‘아이는 믿는 만큼 자라는 이상한 존재들’이라는 저자의 교육철학이 아닐까 합니다. 

만약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이 너무 오래전 책이라고 느껴진다면, 할머니가 된 박혜란님이 쓴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을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손주 여섯을 둔 할머니가 되어서도 그녀는 ‘아이를 끝까지 믿어줘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신뢰가 답이다> 켄 블랜차드 외. 정경호 역. 더숲. 2013.

10여년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였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작가 켄 블랜차드가 쓴 ‘신뢰’에 대한 책입니다.

켄 블랜차드의 책답게 신뢰에 대한 가벼운 우화로 시작되는 이 책은 실제 삶에서 신뢰를 파괴하는 요인과 신뢰를 진작시키는 요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자녀와 배우자 간의 신뢰뿐만 아니라, 조직에서 동료와 상사 간의 신뢰까지 전반적인 삶의 영역에 있어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실용적인 조언을 합니다. 

가장 참고로 할 부분은 ‘자기 신뢰도’를 스스로 평가하는 부록들입니다. 여러 번에 걸쳐 ‘자기 신뢰도’를 확인해가다 보면,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고, 또한 반대인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자녀와의 관계에 있어서, 부모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인 것 이상의 중요한 일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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