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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오빠 Aug 30. 2020

지방 소멸, 젊은 세대가 마을을 구할까?

부동산으로 읽는 대한민국

서울 아파트 값이 치솟는 사이, 죽어가는 지방 도시로 인해 우리가 몰랐던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최근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지방 소멸 위기감이 현실화되면서 경상북도와 전라남도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원을 요청하는가 하면, 충청도의 한 교육청은 특정 초등학교 입학 시 주택 1채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그 동안 전 세계적으로 지역 균형 발전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았던 우리나라가 20년 전의 일본과 유사한 모습으로 지방 소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저출산 트렌드와 급속한 고령화는 이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고,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는 무기력감과 함께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화두를 던지고 있다. 

TK뿐만 아니라 전라도, 그리고 인천 구도심까지 소멸 위험으로 분류된다 (출처: 한국고용정보원)

한 줄기 희망이라고 한다면 그동안 경제 성장에 매진하느라 잃어버렸던 연대와 커뮤니티 문화가 소수의 사업자와 여기에 응답하는 젊은 층들의 활동과 만나 결과물을 내기 시작한다는 점이겠다. 


"라떼는 말이야~"
"됐습니다"

58년 개띠 등 밀레니얼 세대에게 아버지 세대라고 할 수 있는 베이비부머는 국가와 직장에 충성심을 갖거나 소속감을 가지기 충분했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도 그랬을뿐더러, 지금보다는 이른 결혼 적령기, 가정을 일구고 국가에 보탬이 되기 위한 출산과 사회적 인정에 대한 노력 등 여러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세대에게 이와 같은 동일한 인내심을 요구하기란 쉽지 않다. 단순히 세대의 특성이 바뀌었다기 보다는, 바뀐 환경이 젊은 세대를 바꾼 이유가 크다. 능력 중심의 세상이 됐다고는 하지만, 언제든지 조직으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는 긴장감, 충실하게 4대보험을 납입하고 있지만 돌아오지 않을 연금. 월급쟁이는 도대체 본인이 무엇을 위해 충성심과 인내심을 보여야하는지 이유를 상실해 가고 있다. (여기에 치솟는 집값은 덤이다) 

향후 복지성 세수 소진이 가속화되면 더욱 당겨질 수 있는 연금 고갈

국가와 조직, 경제 성장에 무조건적인 충성과 희생하는 문화가 저물어 간다. 젊은 세대에게는 그것이 예전처럼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과 자기에게 소중한 몇몇 사람들에게 집중되기 시작한다. 


의지할 곳 없는 새로운 세대,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다

2014년 일본 정부가 도쿄 거주자 1,20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탈도시를 생각 중인 젊은 세대의 이주 계기가 '여유로운 삶'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여기서 언급된 '여유로운 삶'이라는 것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자기가 하는 일이 의미 있음을 확인받고, 사회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위상을 인정받고 싶어한다는 것에 근간한다고 한다. 이는 도시 내에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이 가고 있는 길과 방향에 대해 강요받는 상황에 대한 지긋지긋함의 반작용이다.


좋건 싫건 SNS의 발전은 이를 더 가속화시키고 있다. 모르면 좋았을 것을, 우리는 예전 세대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가고 있고, 땅의 끄트머리에서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알 수 밖에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요즘은 능력있는 젊은 세대가 자기에게 집중한 삶을 선택한다 (출처: 푸마시 페이스북)

서울에 아파트를 갖고 싶은 욕망 뒤에, 그리고 지방 소멸 위기의 시대에 젊은 세대는 아이러니하게도 '로컬(동네, 혹은 지방)'을 향하고 있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단순 트렌드 아닌
거대한 흐름의 징조

일본 사례에 따르면 향후 젊은 세대가 이끌 로컬 비즈니스는 완벽한 전략을 세워 실행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지역에 대한 학습과 지역 주민들과의 대화, 그리고 이를 통한 느슨한 관계 구축으로 각자 능력에 맞춰 노력하며 필요한 역량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의 결속력으로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젊은 세대는 '연대와 경험'을 구축하는 '과정' 자체를 중시한다. 그들의 소비는 물질보다도 '연결'과 '경험'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대량 생산 관점의 제품 제공과 판매는 더욱 한계를 보일 것이다. 여러 사람에게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는 비즈니스는 그런 시대가 아님을 깨닫고 짐을 싸게 된다는 의미다. 기술 진보와는 별도로 소비 행태는 '얼굴'을 보고 싶어하는 것으로 다채로워질 것이라는 선례들이 많다.

후암동에서 도시재생을 위해 뭉친 젊은 건축가들 (출처: 더 프로젝트 후암)

작은 마을에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하고, 일이 생긴다. 그렇다. 젊은 세대가 일하는 방식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는 자영업이라 프리랜서 신분으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사업 영역을 만들어가며 사람들과 교류하고 가능성을 개척해 나가는 스몰 비즈니스가 대두될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사회 보장이 충분치 않을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창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고 한다. 오히려 예전처럼 작은 가게, 개개인의 인간의 시점에서 도시의 보편적 본질이 거론되며 지역 소멸의 일부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조금 기대해 본다.



*이번 글은 '내돈내산'한 마쓰나가 게이코 교수의 '로컬 지향의 시대'를 통해 영감 받아 풀어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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