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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오빠 Nov 22. 2020

건축물과 사람이 소통하는 골목길, 연희동

찰리오빠의 공간 이야기

1970년대 고급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개발돼 정적인 동네의 상징이었던 연희동이 다이내믹한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곳은 일제시대까지 경성순환노선이 다니던 연희역이 존재했던 곳으로 1939년 역은 폐역됐고, 1946년 정식으로 연희동으로 개명됐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을 통해 연희궁의 존재를 알 수 있는데, 아마도 지금 연희궁터에 자리잡은 것이 연세대학교라는 설이 있다.


여튼 연희동의 상징이라면 단독주택마다 쳐진 높은 담장이었지만, 2010년부터 서울시의 도시재생사업 착수와 쿠움파트너스 등의 민간 건축디자인회사가 연합해 연희동 자체를 리모델링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담장은 낮게, 주택 옆으로 빠졌던 계단 등은 외부로 노출시키며 골목길과 건축물 간 개방감을 주는 방향으로 변모했다.


점점 더 많은 상업 콘텐츠가 유입되며 연희동의 거리는 사람들이 걷는 속도에 맞춰 대화하기 시작했다.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연희동 상권의 소비층은 지역 주민이 40%, 직장인 등 반나절 상주인구 30%, 외부 방문객 30% 수준으로 체감된다고 한다.

담벼락 너머 시선을 이끄는 개조된 주택

여러 건물들의 낮아진 담장은 지나가는 사람으로 하여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 기존의 외형은 그대로 보존한 상태에서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진 간판과 사이니지가 내부 진입을 유도한다.

보존할 것은 보존하며 옛 정취와 기억은 남긴 리모델링 상업 시설이 많은 연희동

연희동의 대표적인 인테리어 편집샵인 tta도 외관은 평범한 단독주택으로 개조되거나 내부가 상업 공간일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운 곳이다. 하지만 오래된 출입구를 열고 내부로 들어서면 넓은 창문에서 쏟아지는 햇빛과 브랜드가 의도한 제품 배치와 공간감을 느끼며 색다른 눈호강을 할 수 있다. 여기가 연희동이구나.

연희동은 주택이 주는 색다른 평면 구조를 적극 활용하는 공간이 많다

우리가 아파트의 판상형 구조에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일까, 아파트와 다르게 정원이 있고, 2층이 있으며, 가족 구성원도 지금과 달랐던 것을 고려하면 주택을 리모델링해 새로운 경험을 주는 공간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정원에서 쏟아진믄 빛을 그대로 받는 거실이었던 공간

연희동에 있는 다양한 공간들이 외형은 그대로 보존한채, 문을 열고 입장했을 때의 놀라움을 고민한 흔적들이 역력하다. 이조차 트렌드일 수 있지만, 아파트가 대표적인 주거 시설로 자리잡은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해봤을 때, 연희동은 확실히 다른 감성과 기분을 느끼게 한다.

개방감을 주기 위해 벽을 뚫어 연결시킨 공간도 인상적이다

2010년 이후로 연희동의 모습이 변해오기 시작했다고 했는데, 건축물의 리모델링 방향뿐만 아니라 건축물 내부를 채우는 콘텐츠도 다양해졌다. 지금은 인사동 등 다양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금옥당도 시초는 연희동으로 양갱 외 다양한 제품들을 출시하며 독특한 색을 이어가고 있다.

양갱을 양갱이 아닌 것으로 승화시켰던 금옥당

최근 연희동의 변화를 이끈 주인공 중에 어반플레이를 빼놓을 수 없다. 연희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들을 실험하며 도시의 다채로운 색을 내는 기업인데, 연남장부터 연희대공원 등이 대표적인 공간이고 최근에는 성수동에서도 활동을 시작한 것 같다. '사람들의 발길을 찾게 만드는 공간',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고민과 디테일들이 그들이 만든 공간 전반에 녹아 있다.

김포 유명 카페인 카페 진정성이 입점해 있는 연희대공원

그동안 어반플레이의 다양한 공간이 다소 실험적이었다면 가장 최근 프로젝트라고 알려진 '캐비넷 클럽'은 방향성이 보다 명확한 공간으로 느껴졌다. 이곳은 연희동 카페거리 등 메인 상권에서 벗어난 언덕길에 있는 3층짜리 단독주택을 개조하고 콘텐츠를 채웠는데, 입구를 들어선 후에는 등산(?)한 보람을 느끼게 한다.

카페, 전시, 방송용 공간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캐비넷 클럽

캐비넷 클럽은 크고 작은 수많은 공간이 존재하는 데, 적지 않은 공간을 전시 공간에 할애했다. 이곳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공유할 수 있을 듯 한데,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브랜드의 팝업이라던지 상업성이 가득한 목적의 전시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전시 콘텐츠의 경우 연희동에 방문한 사람들의 성향에 맞게, 그리고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부분에 대해 자극할 수 있는지 여부를 고심한 흔적이 보였다.

친환경 관련 주제 전시가 진행 중인 캐비넷 클럽

앞으로도 이 곳에서 상업성이 강하지 않은 전시를 볼 수 있다고 한다면 방문 빈도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연희동은 사색할 수 있는 동네, 중요하지만 평소에 잊고 지내던 것을 상기시켜주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극적이고 강렬한 콘텐츠보다는 생각에 잠기게 할 수 있는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공급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웨이스트 라이브러리는 의도와 구성이 좋았던 전시였다

커피를 한 잔하며 연희동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도 젊은 세대에게 낭만과 추억을 주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지만, 카페 옆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작가들의 일러스트를 만났던 것이 더욱 흥미로웠다.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지만, 작품 배치에서 유명 작가와 신진 작가의 경계를 느낄 수 없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작품들의 평등한 배치는 작품 그 자체만으로 호감과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유명 작가의 전시회에 더 매력을 느꼈던 나에게 작은 반성을 불러 일으켰다. 이런 디테일이 존재한다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상생과 협력을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다양한 작가들의 일러스트 작품들을 자유롭게 볼 수 있었던 순간

연희동의 몇몇 장소만 포스팅에 활용했지만, 이 보다 훨씬 더 많은 매력적인 공간들이 연희동을 채워가고 있다. 단순히 맛집과 핫플레이스만 존재하는 동네가 아닌 연희동. 동네에 다양한 스토리와 이야깃거리를 만들려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느껴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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