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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오빠 Dec 10. 2020

'대전'을 떠올릴 때 '빵집'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면

로컬에 색을 입히는 사람들

대전은 1905년 경부선, 1914년 호남선 개통으로 일찍이 교통의 요지로 성장했고, 1932년 충청남도의 도청이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하며 행정의 중심지로도 발돋움했다. 여러 이유로 인해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사람들과 물자가 모이고 흩어졌으며, 한국전쟁 초기에 20여 일 간 임시 수도가 되는 등 각지에서의 인구 유입으로 다양한 출신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가 됐다.  


1950년 15만 명에 불과하던 인구가 1990년 기준 105만 명을, 2020년 기준 15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현재는 조달청, 특허청, 중기부, 관세청 등 14개의 중앙행정기관이 소재된 정부대전청사를 비롯해 행정중심 복합도시인 세종시가 인접해 있어 행정 역할을 분산하고 있다.


서두가 길었는데, 어쩌면 서울을 제외하고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대전은 2015년 이후로 꾸준한 인구 유출을 겪고 있다. 그리고 꾸준히 제기된 동/서 개발 격차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지자체에서는 대전역세권 개발사업 등 원도심 재생 사업이 절실하다고 판단된 것 같다. 그 때문인지 최근 대전의 명동이라고 불리던 중앙로역 인근 대신 중구청 주변의 선화동에서 다양한 개성을 가진 청년사업가들이 활동하며 이 일대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었다.


다행히 대전 중앙로역을 기점으로 한 상권은 아직은 활발해 보였다. 시국이 시국이지만 방문할 때까지만 해도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수준이 유지되고 있어 외출한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작은 명동이라는 말이 어울리듯 대전 원도심의 상징 중에 하나는 이 곳이 맞긴 했다.

대전의 작은 명동, 중앙로역 인근 상권

'대전 = 성심당'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성심당은 단순히 유명한 빵집이라기엔 그 역사와 지역 내 역할이 뚜렷하다. 1955년 대전역 앞에 천막을 세워 찐빵을 팔던 성심당, 300개의 찐빵을 만들면 100개를 나눠주던 인심이 지금은 직원에게 15%의 수익을 나눠주고 수익의 10%는 기부를 하며 존경받는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전의 대표적인 로컬 푸드 기업, 성심당

이 시국에 이렇게 줄을 서서 트래픽이 유입되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되지만, 좋게 해석하면 그만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고 이를 소비자가 알아준다는 뜻도 된다.


중앙로역에서 선화동으로 넘어가며, 그 옛날 일본인들이 거주해 형성된 일본식 거주 문화도 느끼며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상권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었다.

눈에 띄던 브런치 가게

작은 명동이라고 느꼈던 중앙로역과 달리, 선화동으로 넘어가는 거리 곳곳에 일본 거리의 풍경이 느껴졌다. 뻔한 리테일보다는 젊은 창업가들의 색깔을 담은 공간들이 점점 더 많이 보이게 된다.

최근 오픈한 것 같은 버거집

실험적인 오프라인 매장들이 생기고 있고, 골목길을 걷는 재미를 배가시켜 주고 있었다. 최근 연희동에서 잠시 방문했던 정음전자가 떠올랐던 목공소도 한 컷.

목공소도 브랜딩이...?

서울 성수동에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는 공유 주방이 선화동 넘어가는 길에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배달 사업이 호황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 원도심에서 공유 주방 비즈니스를 접하니 새삼 신기했다. 서울도 그렇지만 배달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는 경우 공유 주방 활용은 수익성을 개선하는데 높다고 평가되고 있다.

놀랍게도 공유 주방이 떡하니

일제 시대에 교통과 물자의 요충지로 일본인 거주자가 많은 대전이었는데, 선화동은 일본식 거주 문화가 꽤나 느껴지는 동네였다. 그런 가운데 리모델링 등으로 다양한 사업 모델을 적용하는 가게들이 많았는데, 방문한 날은 그 느낌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텐동 집을 들렀다.

진짜 일본에 온 것만 같았던 공간 경험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시국에, 이 텐동 집은 가히 여행 온 느낌을 줬다. 밥도 밥이지만, 몰입할 수 있는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데 혀를 내둘렀다. 정말 일본에 온 느낌. 이런 경험을 주는 장소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료를 튀기는 모습도 라이브로 감상 가능하다
텐동에는 맥주지, 분위기가 다했다

대전 선화동은 맛집이 즐비한 거리라고 하기에는 개성이 있다. 단순히 핫플레이스를 만들어 트래픽을 모으는 목적 외 지속 가능한 골목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지자체와 청년 사업가들의 노력이 살짝이나마 느껴졌다. 커피 한 잔을 팔아도, 칼국수 한 그릇을 팔아도 말이다.

2020 블루리본을 받은 선화동의 한 카페

마당이 인상적인 애쉬드 커피도 방문

마당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카페
주점인데, 서울에서는 보기 어려운 개성 있는 주점의 모습
고즈넉한 분위기를 살린 카페도 많다

선화동의 특색 있는 분위기가 오히려 기존 중앙로역 쪽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 것일까. 다시 중앙로역 쪽으로 오는 다른 길에서는 또 다른 공간들을 만날 수 있었다.

200만 구독자가 넘는 3D펜 장인, 사XX 씨가 운영하는 카페
다소 서울스러운 카페도 역시 있다
주택을 리모델링한 공간이 유난히 많은 대전 원도심

호기심반 기대 반으로 방문한 대전은 생각보다 변화의 물결이 크게 일어나고 있었다. 소제동과 함께 선화동에서도 골목에서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모습과 열정이 더 많이 벌어지길 기대하게 된 대전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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