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찰리오빠 Jan 10. 2021

부여 자온길에서 본 지속가능한 삶과 일상의 단편

로컬에 색을 입히는 사람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한 때 120년 간 백제의 수도였던 그곳. 한 국가의 수도였다는 점은 자랑스러울 수 있지만 이런 찬란함은 아이러니하게도 고도 제한, 통합 개발 지양, 교통망 우회 등 도시개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지자체의 스마트한 리더십과 골목 상권에서 기발한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기 어려운데, 이는 곧 도시에 생기가 점차 사라지고 관광객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든다.


코로나 19로 국내 여행이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요즘 같은 다양성의 시대에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킬러 콘텐츠가 부여에도 있을까 싶었는데, 규암리를 근간으로 어느 라이프스타일 스타트업의 노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과거와 미래를 이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려는 한 땀 한 땀의 노력이 엿보이는 곳이었다. 


부여 규암리의 흔한 풍경
1930-40년 대에는 이 곳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쇠락해가는 규암리를 다시 일으키고자 총대를 맨 (주)세간 박경아 대표는 규암마을의 자온길을 중심으로 골목길을 다시 가꿔나가고 있다. 서울 삼청동 등지에서 공예 작가로 활동하던 그녀는 젠트리피케이션 없는 공예인의 마을을 만들고자 이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있었다.

담배가게를 리모델링한 독립 서점, 책방 세간
문화와 예술, 공간, 자기계발 등 책방 세간만의 큐레이션 역량을 선보인다

오랫동안 담배가게를 운영하던 집주인의 건물을 매입해 절반은 서점으로, 일부는 카페로 운영하며 외지인과 지역 주민들의 살롱으로 거듭나는 책방 세간. 오래된 건물이지만 지키고 싶었던 부분은 살리고, 손댈 곳은 손대며 각고의 노력으로 탄생시켰다.

책방 세간 내 다양한 공간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

책방 세간뿐만 아니라 자온길에 여러 건물들이 (주)세간의 손길과 관심에 변화하고 있다. 공예 거리를 꿈꿨던 만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이는 공간들과 함께 동네라면 있어야 할 다양한 콘텐츠를 이곳에 심고 있었다.

리빙 편집샵, 부여서고의 모습

낡은 사진관도 간단한 리모델링을 거쳐 이곳에서 도약을 꿈꾸는 청년을 맞이하고 있다. 실제로 21년부터 이 공간에서 젊은 포토그래퍼가 동네의 생기를 불어넣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듯 (주)세간은 동네가 갖춰야 할 콘텐츠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를 공간으로 승화하며 이를 운영할 수 있는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모습이었다.

자온길과 함께 성장할 젊은 포토그래퍼의 새로운 안식처

(주)세간의 자온길 프로젝트 중 단연 눈에 띄는 공간은 수월옥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이 탄 카페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새로운 개념의 카페, 마을회관, 대화의 장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자온길 수월옥 입구, 최대한 기존의 것을 살렸다

이 곳은 이미 쓰러져가는 빈집이었지만 보기 좋게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했다. 한 장의 인스타그램 사진보다 기억에 더 남는 기억과 경험, 그리고 지역주민에게는 다양한 이야기가 오갈 살롱이다.

사랑방을 떠올리는 수월옥의 별관 내부
불편할 수 있는 좌식에 적당한 층고를 줘 유연함을 추구했다

단순히 핫플레이스를 추구했다면 다닥다닥 붙은 자리에 요즘의 것을 접목했을 수 있지만 수월옥은 지속 가능한 공간과 비즈니스를 고민했던 흔적이 역력하다. (주)세간이 손댄 거의 모든 공간들은 부여의 숨결과 지역의 특색, 본래의 모습과 새 것의 만남 등의 조율을 아주 잘 표현해냈다는 인상을 받는다.

옛것과 새것의 불편하지 않은 조화



지금의 자온길은 부여와 한국의 정서를 현대화하며 다양한 창작자와 외지인을 맞이하고 있다. 단순히 지나가는 동네를 너머 특색 있는 숙박 시설과 다양한 F&B 시설의 활성화가 곧 예정돼 있다. 일상에 지쳤거나 새로운 경험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자온길, 규암마을은 슬로 시티지만 어느 곳보다 의미 있는 변화를 겪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춘천, 요즘 어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