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주식부터 비트코인까지, 트럼프 1기를 회고하다
우리가 2017년 45대 대통령 트럼프 정권과 46대 대통령 바이든 정권을 겪으며 경험한 가장 확실한 하나는, 세계 대통합 혹은 글로벌라이제이션은 끝났다는 것이다. 그들은 전 세계를 통합과 분열이라는 키워드로 서로 대치했지만, 결과적으로 두 정권 모두 미국 내 자국민과 산업에 어떻게 더 경쟁력을 가미할 것인지에만 촉각을 세우고 나머지 국가들에 대해서는 각자도생의 숙제로 남겨뒀다. 투자 시장도 마찬가지다. 역사적으로 미국 주식시장과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강한 연관성으로 '커플링'이라는 단어가 지금은 사라진지 오래다. 지금은 공화당과 민주당, 어떤 정권이 집권한다고 해도 투자나 경제적 기대는 알아서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트럼프와 해리스. 올해 11월까지 결과는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많은 유권자나 여론이 트럼프의 당선을 조금 더 예측하는 분위기다. 최근 민주당 절대 우호지역인 캘리포니아의 몇몇 유력자와 기업들이 민주당 대선 지원을 끊으면서 내 생각 또한 트럼프가 우세한 상황이라고 느끼고 있다.
'그냥 그렇구나'라고 생각하기에는 지난 2017년부터 2021년 트럼프 대통령 재직 시기에 정치, 경제적으로 많은 변화와 영향이 있었다. 과거로부터 배움을 중요시하는 투자 시장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고, 이후 재선까지 될 경우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미칠 경제적 영향을 이미 분석 중이다. 미국 대선이 임박하기 전, 트럼프의 성향과 트럼프 재임 기간 대표적으로 거론됐던 투자 시장의 주제들을 한 번쯤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 됐다.
트럼프의 3가지
주요 키워드
트럼프를 통해 회자됐고, 앞으로도 거론될 그의 주요 키워드는 인플레이션, 보호무역, 신재생에너지다. 하나씩 살펴보자.
트럼플레이션은 트럼프와 인플레이션을 조합한 단어다. 그만큼 트럼프 집권 시기에 인플레이션이 대단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를 야기한 트럼프의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며, 대표 정책은 아래와 같다.
관세 정책
2017년 트럼프 집권 당시 누구나 기억할 수 있듯 대립각이 가장 심했던 국가는 중국이다. 현재에도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최대 60%의 관세부과를 공약에 내걸고 있고, 중국뿐만 아니라 타국에 대해 보편적인 10% 일률 관세 부과를 외치고 있다. 관세로 상품 가격을 올린다는 것은 기본적인 상품 물가를 끌어올리는 결과를 가져오며, 공약을 실천할 경우 상품 물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꽤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민자 정책
미국인 고용우선주의는 정치적으로 표심을 얻을 수 있는 방향이지만 실제로 이민자 중 많은 경우 상대적 저숙련, 저임금 노동자의 유입이 다수이다. 이들은 미국의 전반적인 생활물가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직간접적 역할을 하는 계층이다. 이들의 부재로 인해 자연스럽게 인플레이션이 발생된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다.
법인세 정책
이미 트럼프는 재임기간 중 1993년부터 약 30년 간 유지돼 왔던 35%의 법인세율을 '감세 및 일자리 법'을 통해 21%로 낮춘 바 있다. 24년 트럼프는 공약으로 이 21%의 법인세를 최대 15%까지 감면할 것을 내걸고 있다. 법인세는 이론적으로 기업의 세금 부담을 경감시켜 재투자를 유치하고, 새로운 고용창출과 기술 혁신을 유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많은 경우 남는 돈이 투자 대신 풍부한 유동성으로 남아 자산과 주식 가격 등을 상승시키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는 현상에 미국 연준은 금리를 높이는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미국의 금리인상은 이머징 마켓에게는 안전자산인 달러로 유동성이 회귀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줄뿐더러, 자국 경제에도 대출 비용 증가와 소비 위축을 통해 경제 침체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트럼프는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운 보호주의에 극단적으로 적극적인 정권이었다. 보호주의를 통해 미국 자국민 중심의 미국으로 다시 태어나자는 호소가 통했으며, 이제는 이를 한층 더 강화해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적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불공정 무역국가에 대한 관세를 더욱 인상할 것을 공언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전반적인 미국의 국제 원조 규모를 삭감하고 나토 탈퇴, 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아젠다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21년 트럼프의 재선 실패에도 바이든 정부 또한 중국에 대한 압박과 자국 우선주의가 유지됐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우선주의' 트렌드가 당을 초월해 존재했다는 것을 뜻하며, 때문에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부터 TSMC 등 중국에 패권을 넘길 수 없는 산업의 대표 기업들이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향후 이 공장들에서 새로운 고용이 창출되고, 소비가 촉진되며 미국 경제를 버티게 할 환경이 트럼프 재선 시 그대로 연장선 상에서 적용될 예정이다.
트럼프는 기존 에너지를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것정도에만 관심이 있고, 전기와 수소 등 대대적인 대체 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이다. 트럼프는 단기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전통적인 에너지 산업을 유지하는 것을 주장한다. 실제 트럼프 집권 당시에도 석탄, 석유 기반의 미국 산업연료 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고, 셰일가스 개발에 박차를 가한바 있다. 이번 트럼프 핵심 공약인 'Agenda 47'을 보면,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다시 이루겠다'는 공약이 존재한다. 트럼프는 친환경 정책이 에너지 비용을 높여 인플레이션을 심화했다고 비판하며, 정유시설과 발전소를 건설해 값싼 전기를 제공하겠다는 주장을 한다. 이는 미국의 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것과 동시에 태양광 등 친환경 전환이 적극적인 중국과 같은 국가를 견제할 수 있다.
트럼프 2기와
투자 시장의 영향
트럼프 1기를 되돌아보면, 노동자 임금이 상승하고, 주식 투자가 더 활발해지며, 다양한 이유를 통해 미국 경제가 개선됐지만 꾸준히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트럼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하지만, 대표적인 미국 경제 지표인 S&P500을 보면 2016년 11월 8일 대통령 선거 이후, 미국 증시는 1년 간 22.1%의 상승을 기록한 바 있다. 시장에서 이를 인지했는지 24년 트럼프 재임이 예측되기 시작한 순간부터 S&P500, 달러인덱스 지표, 10년물 미국채권 금리가 급등했다. 트럼프는 미국 경제에 있어 여전히 긍정적일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든다면, 지속적인 금리 인하를 검토하던 연준은 고민에 빠질 것이다. 2023년부터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2~3%대 수준으로, 22년 8% 대를 찍었던 기간 대비 안정화가 진행 중었지만, 트럼프 당선 시 취업자 증가, 임금 증가, 소비 증가로 다시 본래의 미국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정상적인 인플레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머징마켓에게는 위기감을 조성하지만, 미국 증시와 경제는 지표 기준으로 다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재임 후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다시 이슈가 된다면 연준은 금리를 다시 인상하는 것을 검토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위에 언급한 대로, 미국 금리 인상은 미국 달러로의 자금 회귀 현상을 유도하는데, 이에 대한 기본적인 방어책은 한국 입장에서 미국보다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 금리가 지금 미국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는 국내 가계부채 리스크, 은행 대출금리 상승 방지 등의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IMF 이후 달러보유분을 충분하게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금융위기까지 갈 수준은 아니지만, 증시에 부정적 영향은 확실해 보인다. 오히려 방어가 어려운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등의 이머징마켓은 금융위기에 대한 리스크가 매우 높아진다.
트럼프 1기때는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사이를 오가며 실리 외교, 실리 무역을 추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본격적인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잠정적 동의를 하고 있으며, 수출이 중요한 지표인 우리나라 기준에서 중국과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기대감이 감소하고 있다. 실적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잔존하는 한 신고가, 코스피 3000 등의 기대감은 트럼프 재임 기간 기대하기 어렵다. 가장 현실적인 의견은 박스권, 변동세 장세로 이런 시기에는 전략적인 분석을 통한 기대 이상의 투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친환경 전환, 친환경 에너지에 부정적인 트럼프로 인해 석유가격은 폭등과 폭락 사이에서 안정적인 가격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제는 중동 국가의 석유 생산량에 의존하지 않고 셰일가스 개발을 통해 에너지를 수급할 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에 미국 자국 내에서 혹은 글로벌 단위에서 석유 가격 제어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금(Gold)의 경우는 다소 다른 트렌드가 예상되는데, 스위스 귀금속 트레이딩 업체 MKS팸프의 메탈 전략가 중 한명은 트럼프 당선 시 미국의 인플레이션 이슈가 재점화되어, 이는 정부 측면에서 재정적자로 이어질 것을 예상하며, 금이라는 안전자산의 매력이 높아진다고 언급한 바 있다. 더불어, 중국과의 무역갈등은 중국으로 하여금 금에 대한 매입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금에 대한 수요는 꽤 많이 증가하고 있으며, 실제로 24년 7월 18일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2,480달러 선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역대 최고치이자, 1년 전 대비 26% 상승한 가격이다.
트럼프는 가상화폐의 온건주의자다. 중국이 가상화폐 산업을 장악할 것을 핑계로 비트코인 등 전략적인 가상화폐 옹호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각국이 금을 매입하는 것처럼, 비트코인 등 전략 가상화폐는 미국 주도하에 꾸준한 매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가상화폐는 매도자와 매수자의 양쪽 수요가 모두 높아야 가격이 오르는만큼, 하락 요소보다는 상승 요소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실제 2016년까지 무반응에 가까왔던 비트코인 가격은 2017년부터 상승을 시작해 2020년 신고가를 찍는 결과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BBC 앤서니 저커 기자가 트럼프 집권 2기를 다룬 아티클을 공유하며 포스팅을 마무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