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가 없어도 괜찮아
먹고살기 바쁜 대한민국. 나 혼자 살아가기도 바빠 죽겠는데, 남은 언제 생각하랴. 사치다.
피를 나눈 가족들도 파편화되고 있는 마당에, 직장 등 사회생활을 통해 만나게 되는 대다수의 관계는 점점 더 휘발성이 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어느덧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짊어지고 직장을 다니는 나로서는 역시나 회사에서 이런 현상들을 목격하곤 한다.
나뿐만 아니라 요즘 직장인 대다수는 상당 수가 예전보다 약한 유대관계를 보이며, 자신의 인생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높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직장 내에서도 꼭 필요한 관계 중 하나인 사회초년생과 사수 관계의 부재, 중간 관리자의 관리 능력 부재(이거 진짜 큰일이다)는 언제든 발생하고 목격할 수 있는 부작용이 됐다.
내가 다니는 회사만 해도 그렇다. 개인의 성과는 수치화가 돼야 하며 이보다 중요한 지표는 없다. 인간다운 삶을 사는 세상이 왔고, 다양한 평가 요소가 있는 업계에 있지만 컨베이어 벨트로 일하던 시절의 성과 측정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신입사원도 성과를 숫자로 증명해야 하며, 경력자들도 오자마자 수치화된 목표 설정에 여념이 없다. 나는 개인의 성과는 개인 역량과 더불어 다양한 요소, 특히 관계 형성도 큰 기여를 한다고 믿는다. 책상 앞에 앉아서 기계처럼 열일하는 사람에게 우수 평가를 준다면 미래가 밝은 회사인지는 모르겠다. (꽤 있다고 하더라)
최근 함께 일하는 막내 팀원들이 회사 생활의 아쉬움을 토로하는 내용을 듣자 하니, 놀랍게도 사수의 부재인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 여러 번에 걸쳐 사수가 필요한 사회초년생을 포함해 사수 역할의 필요성이 있는 사람이 참고할만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는 이 관계만큼은 세상이 변해도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아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
첫 번째는 '나 자신을 아는 것'이다. 평범한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스스로의 모습이나 성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이런 현상은 사람들이 실제 자신의 모습보다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이나 성격을 자신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소심한 성격임에도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나는 쿨해'라고 자기 암시를 넘어 본인의 성격이라고 오인하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누가 소심한 성격이 문제라고 하던가! 그저 그런 모습을 본인이 거부하는 것에 가깝다)
언론이나 세상이 만드는 일종의 framing에 자신을 맞추다 보면 부조화가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는 매일 같이 '요새 30대는', 'Gen-Z의 특징으로는'과 같은 인구통계학을 기반으로 한 옛날 정보에 노출되고 있다. 그런데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이런 정보들은 '신호와 소음'을 잘 구분할 필요가 있다. 사주를 봐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참고할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하지 못하면 말 한마디 한마디에 휘둘리게 된다.
어쨌든 내 진짜 모습과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모습과의 불일치가 심할수록 내 인생은 고통스러울 수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에서는 내가 어떤 모습이든 그 모습이 나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수용할 수 있는 조직이 바른 조직이다. 또한, 자기 자신을 알고 사람과 관계를 맺는 사람은 진정성이 있다. 오히려 서로 마음을 열기 쉽다는 의미이다.
나 자신을 알려면
어떻게 하나요?
나는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한다. 내 모습을 아니까 넥스트 스텝이 현실적으로 세팅될 수 있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아래와 같은 단계별 접근이 있다.
1. (익숙하지 않더라도) 자기 자신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법을 익히자
2. (부끄러워 하지말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인정하고 자기 이해를 높이자
3. (발전하고 싶어지면) 현실감을 증진시켜 자기 스스로의 변화를 시도하자
이 단계들은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상당히 어렵다. 일반적으로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현실감을 바탕으로 스스로 변화를 시도하는 일은 노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자기 관찰과 자기 이해는 자기 변화에 이르게 하는 영감을 준다. 특히 변화를 위해서는 현실 인식이 불가피해, 실제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아는 사람들은 허황된 꿈을 설계할 확률이 낮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과정에서 방법이 어렵다면, 익히 알고 있는 MBTI나 에니어그램 등의 방법을 참고할 필요도 있다. 이 또한 완벽한 분석법은 아니겠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 판단의 기준이 되어줄 수 있다. 나 또한 우연히 에니어그램을 접한 후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를 얻었었는데, 상당히 큰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내가 자아 근본적으로 두려워하는 것, 잘하는 것, 특징들을 짚을 기회가 있었는데 실제로 내 성격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고, 현실적인 감각 위에서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있었다.
결국 이렇게까지 스스로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모든 시작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회사 생활뿐만 아니라 친구 관계, 부모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자신을 아는 사람은 행동과 대화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지금처럼 듣는 것도 보는 것도 많은 세상에 진정성 하나만으로도 그 사람이 인간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런 사람들이 실수를 하거나 부족한 모습을 보여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를 아는 사람들이 특정 부문의 집중도를 보이거나 성취하기 시작하면,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가기도 한다.
나 자신을 알고 받아들이면, 오히려 더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