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지 Apr 05. 2020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마음에 와 닿은 영화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찬실과 김영의 산책 장면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주인집 할머니에게 글을 알려주는 찬실



“제가 영화를 할 수 있을까요?"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뭐가 문젠데요?"
"당신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모른다는 게 문제죠!"
찬실이는 영화밖에 모르고 살았다.
그렇게 40대가 되고 보니, 영화 말고는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린 찬실.
영화를 보고 집에 오는 길에 이 세상에, 내 주변에, 혹은 내 안에 얼마나 많은 찬실이 존재할까 생각해본다.
사람들은 저마다 원하는 게 있는 시기와, 없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목표를 정하고 목표지점까지 달려가는 시기가 있고, 목표를 찾아야 하는 시기가 있듯.
요즘 나는 가까운 목표는 정했고, 먼 목표는 찾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원하는 것과 목표를 일이나 타인에게 두지 않으려는 연습을 한다.
내 안에 자정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스스로의 힘으로 자주 행복할 수 있는 플로우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락이 뜸한 친구들에게 먼저 연락을 해서 약속을 잡고, 친구들과 등산을 가고, 커피를 배우고, 언어를 공부하고, 여러 카테고리의 글을 구독한다.
-
"그래, 좀 버려. 그렇게 다 이고 지고 살면 뭐해? 버려야 새로운 게 또 채워지지."
감정이든, 물건이든 뭐든 간에 너무 다 이고 지고 사는 건 버거운 일인 것 같다.
버려내야 할 것을 추려낼 줄 아는 지혜와 용기를 가지고 싶다.
버리고 나면 새로운 게 또 채워질 거라는 찬실이네 주인집 할머니의 말을 믿어봐야지!
-
"사람도 꽃처럼 다시 돌아오면은 얼마나 좋겠습니까."
딸을 잃은 주인집 할머니가 하는 이 대사에 생각할 겨를 없이 눈물만 흘렀다.
-
"저요, 사는 게 뭔지 진짜로 궁금해졌어요. 그 안에 영화도 있어요."
이제 더 이상 영화는 찬실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
다른 모든 소중한 것들처럼, 삶의 일부에 영화를 두고 균형을 찾아가게 될 찬실의 앞날을 응원하고 싶다. 제가 멀리 우주에서도 응원할게요!

이 영화는 엔딩 장면까지 너무 좋았다.
텅 빈 상영관에 앉아서 영화를 보는 장국영의 뒷모습. 영화 영상에는 끝이 없는 눈밭밖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만족스럽다는 듯 박수를 치며 영화관을 나서는 장국영.
어쩌면 장국영은 찬실 안에 또 다른 찬실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무언가 화려하고 특별한 것이 있어야만 인생이 아니라, 특별한 것 없이도 소중한 것이 많은 인생이 얼마나 근사한지를 알려주는 영화.
내가 놓치고 있는 주변의 아름다운 것들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본다.



#노지무비
#찬실이는복도많지 #김초희감독작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