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 같았던 부모님도 나이를 든다.
어느새 내가 부모님의 보호자가 되어야 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흘러버린건지…
축 처진 어깨와 작아진 몸집을 보면 내가 커버린건지 부모님이 작아진건지 잘 모르겠다.
아빠는 괜찮아. 안 아파.
엄마 병원 갈 정도로 아픈 거 아니야.
몸이 아픈 자신이 행여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아프다는 말을 몇 번이나 참고 또 참다가 더 이상 못 참을 정도로 고통스러워져서야 사실 아팠다며 한마디 툭.
병원에 가자고 해도 이 정도로는 병원에 안 가도 된다며 잡아떼는 부모님이 답답하기만 했었는데, 사실은 엄마아빠도 병원이 무섭고 겁나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많이 아픈 걸까 봐, 이미 아픈 걸 온 몸으로 느끼고 있는데 병원에 가서 확실한 판정을 받아버리면 진짜 아픈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여러모로 부모님도 무서운 게 많았나 보다.
나에게 엄마아빠는 늘 나보다 지혜롭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는 사람. 나와 관련된 일이라면 세상 어디에 있다가도 단숨에 달려와 주는 존재. 세상에 무서울 거라곤 없는 단단한 사람들이었다. 아니 혼자 그렇게 정의를 내려버렸다. 엄마아빠도 무서운게 있을 거라는 생각을 나는 왜 못했을까… 당신네의 몸 여기저기가 아파지고 체력이 이전 같지 않음을 느끼면서 그간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지 생각하면 명치 끝이 싸해진다.
내 남은 삶의 시간 중 절반을 떼서 엄마아빠의 건강과 바꿀 수 있다면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당장 그렇게 하고 싶다. 부모님의 남은 생의 건강을 위해서는 뭐든 하고 싶다. 그게 내 인생을 내어주는 일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