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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안녕 Jan 20. 2019

과거에 쓴 나의 글들을 읽고

저 땐 또 왜 힘들어했던건지, 별 거 아닌걸 왜 그리 신경쓰고 있던건지.

스무 살부터 첫 회사를 퇴사하고 제주에 오기까지

고민거리가 생기거나 나름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라던가

남들에게 말하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혼자 끙끙 앓는 일이 생기면 블로그에 뻘글을 싸질러놓곤 했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 이젠 잊고 있었던 블로그.

정말 우연히 들어가서 글을 하나하나 읽다 보니 웃음도 나고 저 때의 내 자신이 더 나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뭐가 그렇게 울고 싶을 정도로 욕을 외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건지

누구를 그렇게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던 건지 아등바등. 

개발은 천직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잘하고 싶다며, 그런데 이 길은 오래 못 가겠다던 나는

지금도 개발을 하고 있고, 지금도 나랑 잘 맞다는 생각은 못하지만 여전히 잘하고 싶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정리하면서 

내가 이렇게 생각을 했구나, 그땐 저게 그렇게 큰 사건이었고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사람들이 된 그들이 당시엔 나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었구나 하고.

오히려 지금은 사용하지 않게 된 어휘들로, 풍부한 감수성이 묻어나는 글들을 보면서,

나이가 들면 인간관계가 노련해질까 생각하던 과거의 나보다

지금이 더 인간관계를 잘 맺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의 나보다 더 말을 못한다. 이게 제일 충격.


시간이 또 지나 지금 쓰인 글을 보면서 나는 또 어떻게 생각할까.

더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어질까.

무슨 감정을 느끼던 지금보다는 더 말랑한 사람이 되어있었으면.



뭘 쓰고 싶은 건지 무슨 감정을 남겨놓고 싶은 건지 쓰면서도 모르겠지만

나중에 읽을 나는 이해하지 않을까. 지금 내 마음이 어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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