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도안녕 Apr 15. 2019

짧은 서울 마실

내가 살던 동네가 이렇게 예뻤구나

어릴 때는 생각 없이 걸어 다니던 길이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너무 어여쁘다 못해 멍해진다.


시작을 알리는 연한 초록빛을 띠는 잎들이 나기 시작했고, 동네에 어린아이들이 걱정 없이 웃으면서 뛰어놀고.


내가 살던 동네가 이렇게 예뻤구나.

서울이 이렇게 멋있구나.


서울에 살 때는 한강이 엄청 나 보인 다던지

큰 빌딩들이 웅장해 보인다던지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는 커다란 나무들이 예뻐 보인다던지 하는 마음이 없었는데


이렇게 떨어져서 보니 서울 참 멋있다.



제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잠실로 코엑스로 종로로 휘적거렸다.


제주에는 없는 자라 매장도 가야겠고

대형서점에 가서 책도 뒤적거리고 싶고

내가 좋아하던 코엑스 빵집도 들려야지 하고


어깨에 노트북에 전선에 바리바리 들어있는 가방을 메고 열심히 다녔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박삼일 가득 채웠구나 싶은 마음에 뿌듯해하다가 또 지금을 생각한다.


너무 예뻐서 너무 살아보고 싶어서 내려온 제주.

그렇게 삼 년을 살고 나니 이젠 또 무뎌진다.

떨어져서 보면 또 감탄할 게 뻔한데.


언젠가는 또 제주를 떠나 어디에서든 살겠지만

지금은 내가 사는 곳에 흠뻑 빠져 살자.


내일은 또 제주에 반해야지.


작가의 이전글 과거에 쓴 나의 글들을 읽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