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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옷장지기 소령님 Mar 18. 2019

홈페이지, 얼마면 되겠니?

[ 열린옷장, 비영리로 스타트업하기 ] 제6화.

1단계, 스티브잡스나 마크주커버그처럼 청년 창업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어릴 때부터 나의 성향으로 볼 때 취업보다는 CEO가 맞아 라고 생각한다)


2단계, 요즘 대세는 어떤 아이템인가 구글에 검색해본 후 사업 아이템을 정한다.

      (이미 너도 나도 하고 있지만 나라면 좀 다르게 할 수 있어! 라고 생각한다)


3단계, 바야흐로 온라인 비즈니스의 시대! 홈페이지부터 쌈박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

      (홈페이지 완성되면 어플리케이션도 바로 만들어야지 하고 생각한다)


4단계, 잘 만들어진 홈페이지 몇 가지를 찾아보고 그 전문업체에 의뢰한다. 

      (애써 모은 자본금의 절반이 들어가지만 꼭 필요한 거니까 괜찮아 라고 생각한다)


5단계, 과연 어떤 기업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않는 홈페이지가 완성되었다. 

      (사실은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구현되진 않았지만 일단 멋지니까 라고 생각한다)


6단계, 이렇게 훌륭한 홈페이지인데 방문자수가 도무지 늘지를 않는다. 

      (홈페이지 말고도 돈 쓸데가 너무 많은데 왜 그랬을까...땅을 치며 후회한다)


7단계, 홈페이지에는 먼지만 쌓여가고, 사업계획은 처음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어 어쩔 수 없이 웹사이트를 다시 만들기 시작한다.


상당수의 청년 창업가들이 이러한 오류를 범하는 것을 목격했다. 세상에 없던 완벽한 웹사이트를 꿈에 그리며 1년 가까이 오픈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창업가도 주변에서 보았다. 10명이 방문하는 100점짜리 웹사이트와 100명이 방문하는 10점짜리 웹사이트. 어느 쪽이 옳을까?   


이런 연유로 우리 역시 웹사이트 제작에 시간과 비용을 쏟기가 무척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당시 사용하고 있던 카페 형태의 홈페이지로는 대여자나 기증자가 방문했을 때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 좀 더 편리한 웹사이트가 꼭 필요했다. 


웹사이트를 만들기로 했지만 우리에게는 '사업자금'이라는 게 전혀 없었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사업계획에는 ‘예산’이라는 항목이 아예 없었다. 실제로 사용된 돈이라고는 정장 촬영을 위해 구입한 중고 마네킹과 상표등록에 들어간 약간의 비용뿐이었다. 하지만 웹사이트를 만드는데 있어 가장 큰 숙제는 예산이 아니었다. 당장 어떤 웹사이트가 필요한지 우리 스스로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무작정 전문가에게 맡겨봐야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만 많고 진전이 없는 와중에 '워드프레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조금 공부를 해보니 워드프레스는 우리가 원하는 장점을 여러가지 갖추고 있었다. 검색엔진에 최적화되어있어 구글, 네이버 등에서 검색이 잘 된다는 점, 모바일과 태블릿에서도 잘 보이는 반응형이라는 점, 리뉴얼이나 업데이트가 필요할 경우 기존의 방식들보다 쉽게 작업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블로그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이라 초보자도 조금만 공부를 하면 직접 제작이 가능한 장점이 있었다. 우리가 고민하던 웹사이트의 실마리가 풀리는 순간이었다.  


당장 50달러짜리 워드프레스 테마를 하나 구입하고 우리 손으로 웹사이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컨텐츠 구성은 물론 디자인, 코딩까지 분담하고 논의하며 한 땀 한 땀 만들어갔다. 아마 '워드프레스, 일주일만 하면 열린옷장 만큼 한다' 뭐 이런 책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약 2달간 밤낮으로 틈만 나면 책도 보고 물어도 보며 씨름을 한 결과, 2012년 7월 2일 열린옷장 웹사이트는 오픈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www.theopencloset.net 사이트는 그 사이에 두 번 정도 리뉴얼한 버전이다. 사용하다 보니 필요로 하는 부분들이 보여 우리들이 직접 테마를 고르고 한땀 한땀 꾸며서 만든 것이다. 


지금도 열린옷장에는 홈페이지 관리를 하는 개발자가 없다. 웹사이트는 우리가 직접 관리하고 업데이트한다. 지독한 컴맹이었던 팀원조차도 간단한 워드프레스 작업은 가능해졌다. 현란한 기능이 가능한 것은 아니라서 아쉬운 부분도 있고 불편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개발자를 내부 인원으로 두거나 전문외주업체에 관리비용을 지불하기에 아직은 부담스러운 현 상황을 감안할 때 나름대로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모두들 웹사이트를 직접 만들라고 권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지금쯤 아마 열린옷장의 웹사이트를 방문해보고 실망한 많은 독자가 있을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이것은 어디까지나 열린옷장의 상황에 맞춘 웹사이트 만들기일 뿐이다. 


그러나 지금 창업을 위해 웹사이트를 만들고자 한다면 한번쯤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누군가의 집을 한번 방문하고 나서 다시 한 번 가고 싶다면,

그 집의 끝내주는 인테리어와 가구 때문일까?

그 집에 사는 사람의 기분 좋은 이야기와 매력 때문일까?





Tip for your start.

웹사이트는 오픈보다 업데이트가 더 중요하다


비즈니스의 목적이나 규모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일단 소자본으로 시작하는 청년 창업가라면 귀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웹사이트 오픈은 신속하게! 업데이트는 꾸준히! 사업에 있어 온라인과 모바일이 중요한 시대인 만큼 웹사이트는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한번의 작업으로 완성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업의 진행에 따라 끊임없이 고치고 닦고 꾸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빠른 속도로 오픈해놓고 실제 사용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나가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게 더 나은 방법이 아닐까.



[ 열린옷장, 비영리로 스타트업하기 ] 제 6화 끝.

* 본 글은 2013년 <다음 스토리볼> 연재본을 리라이팅하여 포스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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