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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옷장지기 소령님 Mar 18. 2019

이런 이름도 상표등록이 될까?

[ 열린옷장, 비영리로 스타트업하기 ]  제5화.

인정한다. 확실히 우린 좀 오바쟁이에다 따라쟁이다. 


'열린옷장'같이 평범하고 지루한 이름을 누가 탐내기라도 한다고 특허청에 상표 등록까지 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서비스표 등록이다. 


서비스표는 무형의 서비스에 대해서 사용되는 표장으로 흔히 알고 있는 상표의 일종이다. 즉, 상표가 자신의 상품이 타인의 상품과 구별되도록 하기 위한 것라면, 서비스표는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타인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구별되게 하기 것이다. 


제1화에서 이야기했듯이 열린옷장은 큰 고민 없이 만들어진 이름이다. 

열린책들, 열린약국, 열린교회, 열린부동산, 열린카페, 열린음악회... 길을 가다가도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이름이다. 심지어 열린옷장의 바로 이웃 사무실의 간판은 '열린전당포'인지라, 방문하는 분들마다 "전당포 사업도 하시는지 몰랐어요~"라며 놀라거나 놀리거나 한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을 보면 세상에 없던 새롭고 통통 튀는 이름을 고심하게 마련인데, 우리는 너무 쉽게 컨셉이 그대로 이름이 되었다. 이름만 딱 들어도 더 이상의 부연설명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개성 없이 너무 쉬운 이름 탓에 가끔 이런 문의전화를 받기도 한다. "거기 열린정장이죠?" "열린옷집 아닌가요?" 등등 버전도 다양하다. 


그런데 이렇게 평범한 이름을 가지고 특허 등록을 하겠다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변리사를 소개받아 부탁을 하며 부산을 떨었다. 무슨 깊은 뜻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그저 옆자리의 스타트업 팀이 상표등록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귀가 팔랑팔랑 "어? 그럼 우리도 해볼까?" 했을 뿐이다.


그런데 알아보니 상호 등기와 상표 등록의 차이가 있었다. 상호 등기는 지방 법원에 등기를 하여 시, 도, 군같은 일정 지역에서만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반면, 특허청에 상표 등록을 하면 대한민국 전역에서 효력이 있을 뿐 아니라 독점적인 사용에 있어 상호 등기보다 그 효력이 훨씬 강력하다는 것이다. 다만 등록 과정이 훨씬 어렵고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대개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상호 등기로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오바쟁이다. 기왕이면 상표 등록 (서비스표 등록)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CI (Corporate Identity)디자인이 필요했다. 덕분에 명함도 없던 우리에게 멋진 로고와 심벌을 만들어준 디자이너 혜영과도 만나게 되었다. 그녀 역시 우리들처럼 바쁜 회사생활 틈틈이 ‘열린옷장'하면 떠오른다고들 하는 옐로우 컬러의 로고와 심벌을 우리에게 선사해주었다. 이탈리아의 몰타섬으로 어느 날 훌쩍 떠나기 전까지 열린옷장의 모든 노란 제작물들을 도맡아주었음은 물론이다.


옐로우를 열린옷장의 아이덴티티 컬러로 결정하기까지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 '정장'이라는 아이템과 안 어울리는 것은 아닐까? 좀더 쉬크해져야하지 않을까? 심벌에 타이가 들어간 것은 좀 1차원적인 표현은 아닌가? 넥타이 모양의 심벌이 방사능 아이콘처럼 보인다는 의견까지 분분했다. 그래서 선택의 기준을 분명히 세웠다. 


기분 좋아야 돼! 

쉬워야 돼! 

친근해야 돼! 


기준을 세우고 보자 결정이 쉬워졌다. 모두가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예전엔 노란색 옷은 물론 노란색 물건도 사용해본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어디에 가서 무엇을 봐도 노란색부터 눈에 들어온다. 옐로우 컬러가 건네주는 '희망'의 에너지를 사랑하게 되었다.


자, 결론을 말하자면 특허청으로부터 서비스표 등록증을 우리 손에 건네받기까지는 거의 1년의 시간이 걸렸다. 가끔은 방사능 아이콘으로 오해받는 옐로우 심벌과 조금은 투박한 서체의 열린옷장 로고는 그렇게 지금 온전히 우리 것이 되었다. 


"그런 거 좀 없으면 어때? 없어도 그만 아니야?"라고 누군가는 비웃을지 모르겠지만, 상표등록증을 받았을 때의 짜릿함을 느껴본다면 그리 말하지 못할 것이다. 처음 주민등록증을 손에 쥐었을 때 같은 뭔가 알 수 없는 책임감과 뿌듯함을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동안 사용해온 내 이름 외에 가꾸고 지켜가야 할 또 하나의 소중한 이름이 생기는 것이다. 


혹시나 우리의 호들갑 때문에 특허청이 바빠질까 걱정도 되지만, '나만의 이름'이 생기면 사업에 대한 책임감도 달라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끝까지 해내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욕심, 내볼만 하다.







Tip for your start.

상표 등록은 법적으로 진짜 내 것 만들기!


상표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중복 여부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팀원들과 함께 마라톤 회의에 1박 2일 워크샵까지 하며 고심 끝에 이름을 정했는데 이미 다른 업체가 등록하여 사용하고 있다면 낭패다. 변리사에게 전문적인 검색을 부탁하기 전에 특허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특허정보 사이트를 이용해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 www.kipris.or.kr



[ 열린옷장, 비영리로 스타트업하기 ] 제 5화 끝.

* 본 글은 2013년 <다음 스토리볼> 연재본을 리라이팅하여 포스팅하였습니다. 


소령님의 열린옷장 Hi story  제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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