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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옷장지기 소령님 Mar 24. 2019

'힐링'이 주요업무인 인턴들

[ 열린옷장, 비영리로 스타트업하기 ] 제 10화.

"열린옷장 힐링인턴 공개수배"


학교를 졸업하고 당연한듯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 열정없이 습관적으로 하는 업무, 자꾸 생각나는 나의 꿈...

과연 이 길이 나의 길이 맞는 걸까? 계속 앞만 보고 달려야할까?

고민해보고 재정비하기 위해 잠시 휴식기를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쉬는 동안 실컷 자는 것도 좋고, 맘껏 여행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뭔가 보다 더 가치있는 활동은 없을까 싶어 아쉽습니다.

그 동안 갇혀있던 '나의 세상'에서 '더 큰 세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내 휴식의 일부를 나누어, 나도 세상도 힐링되기를 꿈꿉니다. 

바로 이런 분이 열린옷장이 찾는 '힐링인턴'입니다.

힐링인턴을 위한 교육이나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힐링인턴을 위한 보수나 혜택도 없습니다.

단지, 열린옷장 운영자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동지들이기에

일정기간 동안 함께 활동하고 이야기하고 생각하며

열린옷장과의 만남이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청년구직자의 열정을 마주하며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저희들의 경험을 조금 나누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딱 내 얘기다' 싶은 바로 당신!

주저하지 마시고 열린옷장으로 연락주세요. 


2012년 12월, 페이스북에 올렸던 인턴 모집공고이다. 모집공고에 매우 뻔뻔하게 밝힌대로 실제로 보수도 전혀 없고, 특별한 프로그램도 없었기 때문에 '아무도 지원 안 하면 어쩌지?'하는 걱정도 없었다. 오히려 누가 지원할까 싶어 반쯤은 포기하고 있었다.


사실상 당시에는 수익이 거의 없어 운영자들도 보수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자원봉사하듯 일하고 있었다. 다른 단체나 기업들처럼 인턴들에게 교통비 정도도 지급할 여건이 되지않는 주제에 인턴을 모집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힐링인턴'이라는 포장만 그럴듯한 이름으로 공개수배를 하게 된 계기가 있다. 12월로 접어들어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된 어느 날, 30대 초반의 여성으로부터 메일이 도착했다. TV에서 열린옷장이 소개되는 것을 봤다. 나는 공기업을 수년간 다니다 최근 그만두고 잠시 쉬고 있다. 열린옷장에 일손이 필요하다면 쉬는 동안 돕고 싶다. 이런 요지의 메일이었다. 


방문자도 많지않았고, 해야할 일은 많았지만 운영자들도 엄두가 안나 손대지 못한 일들 뿐이라 당장 일손이 부족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다만 이런 메일을 준게 고마워서 일단 한 번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만나서 얘기 나누다보니 우리 스스로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 같았다. 우리가 삶에 대한 많은 고민의 과정 중에 열린옷장을 시작하게 되었듯이,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공간을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은 안해도 되니까 힐링하고 돌아가면 좋겠다는 우리의 마음을 담아서 '힐링인턴'이라 이름붙였다. 


모집공고가 나가고 하루가 지나지않아 메일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의도와는 달리 고등학생, 휴학중인 대학생, 퇴사 직전인 직장인, 이미 퇴사한 직장인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힐링하기를 원했다. 누구 한 사람도 이유없는 사람이 없었지만 공간 관계 상 4명을 선발하여 함께 많은 추억을 만들었다. 


우리에게 힐링인턴의 영감을 준 그녀, 선경 양은 인턴기간이 끝난 후에도 결국 다시 취직하지 않았다. 열린옷장의 일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무보수의 인턴이 아니라, 자원봉사자 관리를 하며 열렬히 일하다, 현재는 보다 보다 전문적인 자원봉사 관련 기관으로 이직하여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힐링인턴으로 만난 또 한 명의 친구를 소개하자면, 입사면접 때문에 정장을 빌리러 왔던 동건 군이다. 동건 군은 졸업을 앞두고 다른 친구들처럼 취업준비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열린옷장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작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렇게 일하는 곳도 있구나! 면접 본 회사에 합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대뽀로 열린옷장을 찾아온 동건 군한테 우리도 작은 충격을 받아 함께 하게 되었다. 물론 동건 군도 다시 취업활동을 하지 않았다. 대표들보다 더 열정적으로 주말도 없이 열린옷장에 몰두하다 현재는 마케팅대행사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열린옷장의 기증자-청년 멘토링 프로그램인 <내공식탁>에서 마케팅 내공기증자로도 활약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진정 힐링을 한 것은 인턴들이 아니라 운영자들이었다. 열린옷장은 그들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이후로도 때로는 힐링인턴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혁신활동가라는 이름으로, 참 많은 청춘들과 함께했다. 그리고 그들은 현재 함께 하고 있지 않아도 열린옷장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달려와주는 영원한 옷장지기들이다. 더이상  2기 힐링인턴 모집 계획은 없지만, 다음엔 또 어떤 청춘들을 만나 힐링하게 될지 벌써부터 너무나 궁금하다. 





Tip for your start.

인턴, 뚜렷한 목표없이 채용하지 말라


수많은 청년들이 '인턴'이라는 제도에 소중한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 인턴은 가벼운 계약관계로 일하기 좋은 인력이라는 생각으로 채용한다면 서로간에 건강한 관계를 맺기 힘들다. 열린옷장이 '힐링인턴'을 모집했을 때는 일손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우리와 함께 하면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 오직 하나였다.인턴프로그램을 통해 나누고 싶은 가치 또는 목표가 뚜렷할 때에만 인턴 제도를 채택해보자. 




[ 열린옷장, 비영리로 스타트업하기 ] 제 10화 끝.

* 본 글은 2013년 <다음 스토리볼> 연재본을 리라이팅하여 포스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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