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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옷장지기 소령님 Mar 31. 2019

늬들, 도대체 소셜미션이 뭔데?

[ 열린옷장, 비영리로 스타트업하기 ] 제15화.

소. 셜. 미. 션


사회적기업이나 비영리조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겐 너무나 익숙한 단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무척 생소한 말일 것이다. 일반 기업에서는 대부분 미션과 비전을 이야기하지만, 사회적기업에서는 소셜미션에 목숨을 건다. 


소셜미션은, 말 그대로 '우리는 어떤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존재하려 하는가?'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다. 좀더 직접적으로 표현해본다면 '왜 이 일을 하려 하는가?' 정도가 될 것이다. 


사회적기업이 소셜미션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현실적으로는 왜 하려는지 목적과 명분이라도 분명하지 않으면 수많은 고난과 역경의 순간들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까지 함께 지켜내고 이루어야 하니, 일반 기업보다 최소한 두 배 이상 어려운 일인 것이다.


사회적기업은 아니지만 '사회적기업'의 형태를 지닌 비영리단체 열린옷장에게도 소셜미션은 역시 중요한 문제이다. 아니,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사실상 처음에는 미션과 비전에 대한 개념조차 몰랐다. 열린옷장을 하기 전에 여러 회사를 오랫동안 다녔지만 '우리 회사의 미션과 비전'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소셜미션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관련된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면서 그 중요성에 대해 알게되자, 소셜미션은 열린옷장의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숙제가 되었다.  


답을 찾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다.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무료강좌부터 100만원이 넘는 값비싼 사설강좌까지 소셜미션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다. SGS아카데미, 카이스트 SENM, 모금전문가학교, 사회적기업아카데미, 사회적기업 리더과정..... 열린옷장 운영자들은 소셜미션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지금도 아낌없이 시간과 돈을 쏟으며 어딘가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그 사이 늘어난 식구들이 모두 동의할만한 소셜미션을 찾기 위해 워크샵도 했다. 겨우 하루뿐인 일요일도 반납하고 모두가 나와 온종일 머리를 맞대고 서로 물었다. "우리, 이 일을 왜 하는 거지?"


그렇다면 그렇게 피나는 노력을 통해 찾아진 열린옷장의 소셜미션은 뭘까? 오랜 토의를 거쳐 최근에서야 "정장 공유옷장을 통해 청년들의 취업비용 부담을 덜고, 그들의 시작을 응원하는 일"을 우리의 미션으로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누구나 멋질 권리가 있다"라는 캐치플레이즈로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부끄러운 고백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우리처럼 앞뒤 순서가 바뀌는 비극이 또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우리도 뭘 좀 알고 시작했더라면 분명 처음부터 소셜미션을 고민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을 것이다. 아니, 소셜미션이 분명하지 않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미 시작을 하고 나서 그 놈의 '소셜미션'을 찾으려고 하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찾았다 싶으면 어째 억지로 끼워맞춘 것 같고, 또 찾았다 싶으면 괜히 멋진 말만 늘어놓은 것 같고..... 진짜 우리 것을 찾는 것은 그리도 어렵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며 코웃음 치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당장 성공할만한 비즈니스모델만 있으면 됐지 미션이니 비젼이니 하는게 뭐가 중요해? 그건 그냥 거창한 말 뿐인 거 아냐?


우리도 그런 마음을 겪었기에 충분히 이해하지만 막상 닥쳐보면 그리 만만치 않다. 


어떤 중요한 사안을 결정해야한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삼겠는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대부분의 기업이라면 수익이 날 것인가 안 날 것인가를 보고 결정하면 그만 일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이라면 '우리의 미션에 합당한가? 합당하지 않은가?'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그 기준이 없다면 얼마나 갈팡질팡하게 되겠는가.


또한 구성원들 간에 의견 충돌이 있을 때는 어떠할까? 소셜미션이 분명하다면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가장 믿음직한 등대 역할을 해줄 것이다. 그러나 소셜미션이 불분명한 조직이라면 구성원들의 제각각 의견을 설득하고 한 곳으로 마음을 모을 방향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이렇듯 소셜미션이 없다면 순간순간마다 혼란에 빠지게 되고, 결정한 후 후회를 반복하게 되고, 결국은 부지불식 간에 처음 생각과는 전혀 다른 길을 겪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지금 창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시작했다면

특히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조직을 꿈꾸고 있다면

부디 열린옷장의 용기 낸 고백을 헛되이 듣지 말기를.





Tip for your start. 

"미션은 만병통치약!"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창업을 위해 일순위로 필요한 것을 꼽으라면 전 직원이 한 곳을 바라볼 수 있는 '미션'이다. 일반 영리기업이라 할지라도 조직의 가치를 일관되게 추구하고자 한다면 미션은 꼭 필요하다. 대부분의 영리기업 홈페이지에 가보면 기업소개 부분에 미션과 비전을 보여주고 있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 내부 구성원들을 위해 더욱 필요하다. 모든 구성원이 자부심을 가지고 추구할만한 '미션과 비전'은 두고두고 조직의 만병통치약이 될 것이다.    



[ 열린옷장, 비영리로 스타트업하기 ] 제15화 끝.

* 본 글은 2013년 <다음 스토리볼> 연재본을 리라이팅하여 포스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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