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옷장, 비영리로 스타트업하기 ] 제 17화.
배달의 민족, 열정감자, 이음, 국대떡볶이....
스타트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들 기업 중 하나를 롤모델로 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스타들의 스토리볼 사이에 끼어 열린옷장의 창업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니! 스스로 봐도 우리는 한마디로 '듣보잡'이다. 헐~
다음 스토리볼 Money 섹션에 성공 창업스토리를 연재해보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우리는 황당하기까지 했다. 우리가 성공? 더구나 수십억 매출을 자랑하는 기업들과 나란히? 말도 안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재를 결심하게 된 것은 세상에는 성공하는 스타기업보다 우리 같은 듣보잡이 훨씬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같이 능력도 실력도 부족한 사람들이 이렇게나마 빠르게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경로를 함께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경제적인 성공과는 아직 거리가 멀지만, 분에 넘치게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게 된 이유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아마도 계시지 않을까 생각했다.
열린옷장이 처음 사람들 앞에서 아이디어를 공개한 것은 2011년 11월 19일, 희망제작소의 작은 강당에서였다. 삼사십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다. 아이디어 스케치 수준의 너무나 러프한 PPT였지만 인생을 건듯 열정을 다해 발표했다.
그 후 지금까지 열린옷장을 소개하는 발표를 몇 차례나 했을까? 대여섯명이 동그랗게 둘러앉은 소규모 모임부터 수백명이 모인 대규모 세미나까지 일일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조금 과장해 백번쯤은 하지 않았을까?
어설픈 명언을 급조해보자면, "발표는 발표를 부른다"
요즘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할 수 있는 자리가 참 많다. 새로운 스타트업이나 사회적기업을 소개하는 포럼이나 세미나가 곳곳에서 매일같이 수없이 열린다.
열린옷장은 첫 발표 이후 정말 아낌없이 발표 발품을 팔았다. 우리를 말할 수 있는 자리라면 어디든 달려가 이야기했다. 한번 발표를 하고 나면 그 자리에 참석했던 누군가가 다른 발표 자리에 초대를 했다. 그 곳에 가서 발표를 하고나면 또 그 자리에 참석했던 기자분이 관심을 보여왔다. 그렇게 작게라도 기사화가 되고나면 또 더 큰 자리에서 발표를 요청해왔다.
그렇게 끊임없이 릴레이 발표를 하다보니 마치 마일리지 쌓이듯 인지도가 상당히 쌓여갔다. "어? 지난 번에 거기에서 봤어요!"라는 사람들을 꽤 자주 만나게 되었다.
사실상 발표를 많이 하는 것은 상당히 힘들고 피곤한 일이다. 발표를 하고 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부분들에 대해 질문을 받아내야 하는 것도 상당히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 앞에서 말로 풀어내다보면 무엇이 부족한지 훨씬 더 명확해진다. 자신없는 부분은 자신없게 말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또한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서 잔인할만큼 분명하게 알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발표를 하고 보완을 하는 수없는 과정은 열린옷장 모델이 진화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발표를 많이 하다보면 또 하나의 좋은 점은 '배울만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는 점이다. 함께 발표하는 다른 스타트업이나 단체를 보면서 참고할만한 점들을 엑기스만 만날 수 있다. 또한 협력하고 싶은 멋진 기업이나 단체도 찾아갈 필요없이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아마도 자신의 비즈니스모델이나 제안서에 100% 만족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뭔가 부족한 것 같아 자신없고 남들에게 이야기하기 참 부끄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면 '조금만 더 완성되면 공개하자. 완벽해졌을 때 발표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거야.'라고 생각하며 자꾸 미루게 된다.
하지만 어떤 비즈니스모델에도 '완성'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완성을 향해 갈수록 끊임없이 보완할 부분은 나타날 것이다. 그 속도를 높이는 방법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냉정한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힘을 키우다보면,
맷집도 실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Tip for your start.
"스타트업에 하룻밤 스타는 없다"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되어있는 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특히 스타트업이라면 자신을 알리기 위해 온 몸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 내일 아침 스타가 되기를 꿈꾸지 말고, 오늘 어떤 자리에서든 스타가 되겠다는 열정으로 목이 쉬도록 발품 팔아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 열린옷장, 비영리로 스타트업하기 ] 제17화 끝.
* 본 글은 2013년 <다음 스토리볼> 연재본을 리라이팅하여 포스팅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