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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옷장지기 소령님 Apr 13. 2019

비영리는 '영리'하면 안되나요?

[ 열린옷장, 비영리로 스타트업하기] 제 20화.

오늘이 마지막이다. 


스토리볼 Money섹션에 연재했던 19개의 열린옷장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우리의 첫 열정과 꿈, 마음 따뜻한 기증자들, 청년구직자들과의 셀레는 만남 등 대개 훈훈한 이야기들로 채워온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어느덧 스무번째 이야기. 에필로그와 같은 마지막 편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으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했다. 결론은 Money섹션에 걸맞도록 열린옷장의 '돈'에 대한 생각을 한번 정리해보자! 


훈훈하고 따뜻하게 마무리해도 아쉬울 판에 비영리단체가 돈 이야기라니! 후.... 하지만 이런 질문을 꽤 자주 받는 걸 보면 우리가 좀 특이체질의 비영리 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요즘 장사 어때요?" 

"요새 손님 많이 와요?"

"영업은 어떤 식으로 하세요?"


장사, 손님, 영업... 이와 같은 표현은 확실히 비영리단체인 열린옷장에서는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말들이다. 일반적인 비영리단체에서는 주고받을 일이 아예 없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별로 당황하지 않는다. 그냥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은 영리적인 목적이 아니기에 적절한 표현이 아님을 차분히 설명드린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물어보시는 건 정장을 대여하고 대여비를 받는 우리의 활동이 너무나 '영리'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백하건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우리에게는 '수익'이 너무나 중요한 이슈였다. '아무리 가치있는 일이라도 먹고살 수 없으면 소용없어!'라고 단호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세상을 위해 이로운 일을 하면서, 수익도 창출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정말 없을까?


옷장 속 정장을 기증받아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유해보자는 아이디어에 모두 공감한 후에도 실행을 결심할 때까지 고민은 한참동안 계속되었다. 


이 아이디어로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우리가 먹고 살 만큼 가능할까? 


이렇게 비영리답지않은 고민은 지금도 매일매일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오랫동안 계속 해나가기 위해서이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비영리인가 영리인가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목적하는 일을 해나가는데에 '영리기업'보다는 '비영리단체'라는 옷이 더 잘 맞는다는 판단에 그 옷을 입고 있을 뿐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일을 계속해서 잘 해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계속 해나가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또한 구성원들에게도 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 계속 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자립가능한 경쟁력과 경제력이 바탕이 되어야만 안정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우리 나름의 소신이다. 우리가 '영리'한 생각과 '영리'한 시스템의 비영리가 되기를 지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자립하기 위해 안간힘 쓰는 것을 보는 지인들은 대개 의아해한다. 비영리조직은 정부의 지원이나 기업의 후원을 받기 쉽지 않아? 왜 그리 힘들게 자력으로 해결하려고 해? 


하지만 지원이나 후원보다 우리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먼저다. 세상이 암묵적으로 정해놓은 '비영리'의 틀에 조금 들어맞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이 우리 만의 방식이다. 약간은 '돌아이'같은 이 생각에 우리는 무모한 도전 중이다. 


하지만 우리의 무모한 도전이 성공한다면, 더 많은 인재들이 비영리조직에서 일하기를 꿈꾸게 되지 않을까? '비영리 스타트업'이라는 조금은 아이러니한 장르에 더 많은 청년들이 도전하여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신선한 비영리조직들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영리'한 비영리단체 열린옷장이 이 험한 세상에서 어떻게 생존해 나아가는지, 

정장 공유를 통해 청년구직자들의 도전을 응원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를 어떻게 지켜가는지,

끝까지 지켜 보아주기를 바란다. 


어쨌든 가봐야 알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Tip for your start.

"불가능한 꿈을 응원해주세요"

그동안 열린옷장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신 당신에게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열린옷장의 이야기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기만 합니다. 새로운 시작을 꿈꾸고 있는 당신과 열린옷장은 어쩌면 '도전'이라는 길 위에 나란히 선 동지입니다. 불가능한 듯 보이는 꿈을 함께 꾸고 있는 그대여~ 우리, 서로를, 응원합시다. 


[ 열린옷장, 비영리로 스타트업하기 ] 제20화 끝.

* 본 글은 2013년 <다음 스토리볼> 연재본을 리라이팅하여 포스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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