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평생교육과정 경험 후 느낀 정부지원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단상
40을 바라보는 나이에 돌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독일에서의 삶을 선택했다. 이민생활을 결정하는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은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이 컸다. 무언가를 계획하고 준비해서 추진하기보다는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상황을 맞닥드린뒤 살아남기 위해 계획하고 추진하는 편인데 퇴사와 퇴국(退國) 이라는 거사를 결정함에 있어서도 별다를 건 없었다. 그렇게 단백하게 독일이민을 결심하고 3개월 정도의 준비 시간이 지나고 나니 독일에서의 삶은 현실이 되었다. 이 모든게 2017년 여름동안 있었던 일이다. 모아둔 돈과 연금, 퇴직금까지 털어야 했던 도전인 만큼 결과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감에서 오는 설렘으로 행복했던 시기였다.
현지에서의 거주지 결정, 관공서를 통한 행정업무, 거주지 주변 시설 및 교통편 등을 파악하며 2달여의 적응기를 보냈고 이후 본격적으로 독일어 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유럽이지만 현지 취업 또는 영주권까지 염두하고 있다면 독일어 증명서가 필수이기에 처음 1년간은 어학에 매진할 계획이었다. 이민의 패턴이 대부분 그렇듯 자본을 통한 투자이민이나 공급이 부족한 전문직종의 취업이민이 아닌 이상 현지 언어를 익힌 뒤 유관 경력이나 전공 관련 업종으로 취업하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언어를 익히는 것은 안정적인 이민생활에 있어 필수적인 과정이었고 나 또한 그 과정을 밟게 되었다.
대학 부설 어학원에서 독일어 과정을 시작했다. 당시 구성원은 연령은 19-30 세 정도로 대부분 20대였으며 현지 대학/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수강했거나 교환학생 형태로 독일에서 수업을 들으며 언어 수업을 병행하는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수업 사이즈도 크지 않아 10명의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기 적당했다. 국적도 다양했었는데 미국인 2명, 이스라엘 1명, 한국 1명, 일본 2명, 인도 1명, 시리아 1명, 르완다 1명, 코소보 1명으로 다양했으며 난민 신분으로 무상수업이 지원되었던 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은 3개월에 1200유로 (약 160만 원)의 적지 않은 수업료를 지불해야 했다. 고등교육까지 무상교육이 일반적이며 VHS 등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어학기관이 있는 독일에서 1200유로의 비교적 높은 어학 비용 때문이었는지 학생 대부분 부모의 도움을 통해 수업을 듣는 학생이었으며 파트타임이나 기타 생업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는 학생들이었다. 수강생들의 특징을 짧게 요약하자면 「첫째, 그들에겐 분명한 목적이 있었으며 둘째, 그 목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학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대학/대학원 진학이 주된 목적인 수업 특성상 DSH, TestDaF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수강생을 위한 내용도 많았다. 방대한 양의 지원서류와 시험을 통해 입학생을 선발하여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인지 수업 분위기는 열정적이었으며 진도도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성취도에 따라 월반이 가능했던 점은 학생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약 3달간의 기초반 (A1-A2) 과정을 거쳐 중급반 (B1-B2) 과정을 신청해야 하는 시점에서 독일의 평생교육기관인 VHS의 문을 두드렸다. 대학부설 어학원의 특성상 취업이 아닌 대학/대학원 진학 연계형으로 진행되었던 수업방식과 등록금에 대한 부담이 교육기관을 변경하게된 이유였다. 그리하여 조금 더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과정을 찾던 중 노동청 (Bundesagentur für Arbeit)을 통해 직업 연계형 어학코스 (무료)를 신청할 수 있었다. 신청자격은 이민자와 난민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취업이 가능한 비자를 가지고 있었기에 Bundesamt für Migration und Flüchtlinge (연방이주난민청) 을 방문하여 심사 확인증을 발급 받은 뒤 신청할 수 있었다. 통과시 관할시로부터 일자리 추천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에 2차 직업교육과정 (아우스빌둥) 을 통해 생활비도 벌며 전문자격증 취득과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인 과정이었다. 당시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기로 했던 독일정부의 결정으로 시리아 난민 지원자가 많았고 자격심사와 면접이 있었기에 내심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일자리 연계 과정으로서 독일어 인텐시브 코스를 수강할 수 있었다.
신청부터 합격 그리고 등록까지 쉽지 않았던 이민자 인텐시브코스의 특징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① 무상교육
- 학비 뿐 아니라 집으로부터 거리를 계산하여 교통비 지급(출석확인 후 출석한 날짜 만큼만)
② 실용적
-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내용의 수업과 체계적 시스템
③ 국가 인증 자격증 발급과정
20명 정도의 참여자 중 절반 이상이 시리아, 이란, 그리고 동유럽 난민이었으며 나머지 수강생도 독일에 정착하여 살아갈 생각이 있는 이민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수업을 듣는 과정에서도 일상생활을 위한 독일어가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거주지 주차구역 신청하는 법, 계좌만드는 법, 자녀가 어린이집에 들어갈 수 있는 나이, 독일의 초,중,고등학교 시스템, 치과예약방법, 이웃간 갈등상황시 신고하는 방법 등 실용적이며 유익한 내용을 점진적으로 어려운 단어와 문법내용을 접목시키는 방식의 체계적인 수업방식의 수업을 통해 수업의 등급이 A→B→C 로 올라갈 때마다 자신의 실력이 향상된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 국가 인증 독일어 자격증 또한 매우 중요한데 추후 시민권을 획득하거나 영주권 획득시에도 반드시 필요한 자격증이기 때문이다.
인텐시브 코스는 특성상 난민 뿐 아니라 스페인, 루마니아 등 자국의 경제위기로 일자리를 찾아 독일까지 오게된 절박한 상황의 수강생의 비중이 높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일자리를 얻기 위한 언어교육이 필요하지만 경제적 이유로 파트타임 일을 겸하여 교육에 참여하는 수강생이 많아 앞서 언급한 대학 부설 어학원과는 달리 수강생의 피로도는 대체로 높고 수업의 밀도도 낮은편이다. 나의 경우 첫시간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된 것이 인연이 되어 한학기 동안 함께 수업을 듣던 이란계 이탈리안 친구 Spiro는 파트타임 직장일과 수업을 병행하며 6개월 정도 수업에 참여해오다 잦은 결석으로 출석률 문제로 중도하차 하게 되었다. 중도하차 없이 빠르면 9개월에서 늦어도 18개월 안에 끝낼 수 있는 과정이지만 초급과정을 마친 중급반 등록 학생중 상당수는 2년 이상 수업을 듣고 있는 장수생 학생들이었다. 과정 이수률을 따져보았을 때 일을 하며 수업을 듣는 Spiro와 같은 경우, 아이를 친정이나 시댁에 맡기고 수업에 참석하는 전업주부나 경제 지원을 받으며 수강하고 있는 난민신분의 학생들보다도 낮았다.
국적과 인종은 다르지만 같은 목표로 함께 수업에 참여했던 친구의 중도 탈락 이 후 여러가지 복합적인 생각이 들었는데. 그 중 정리된 두가지 질문은 아래와 같다.
(1) 수업에 참여하는 대상의 대다수가 선호하지 않는 ⌜14:00~18:00⌟의 길고 어중간한 수업시간이 지속적인 참여의 저해요인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2) 수강생 중심의 수업의 내용과 다르게 수업 운영방식은 기관의 운영효율성에 초점을 맡주고 있는 않은가?
성인 중심의 평생교육기관에서 발생되는 수강생의 참여 저해 요인은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개인의 재정상태와 여가시간의 부족이 포함되어있는 상황적 요인, 그리고 나머지하나는 학습 및 스케쥴의 문제점, 수업 참여에 호의적이지 않은 정책이나 제도 등이 포함되어있는 제도적 요인을 들 수 있다. 내가 경험했던 동료들의 이탈 현상의 원인이 개인의 빈약한 재정상태와 빡빡한 노동시간으로 인한 여가시간의 부족, 그리고 획일적인 수업시간과 출결방식 때문이었다고 보았을 때 이는 참여 저해 요인 중 상황적 요인과 제도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된 이탈사례라고 볼 수 있다.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 교육 참가는 생계형 근로를 병행해야하는 수강생에게 무리가 될 수 있어 일자리 제공과 같은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이 필요하다(배경석, 2004). 뉴질랜드에서도 생계형 근로관련, 대출상환 등 좋지 않은 재정적 상황이 스트레스와 건강악화 등으로 이어져 학업 중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을 볼 때, 수강생의 좋지 않은 재정적 상황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특정 국가에 국한된 현상으로 볼 수 없다(Māori, T. T. M., 2007).
친구의 사례를 통해 교육과정 중단까지의 과정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1] 생계를 위한 근로시간이 필요
[2] 하루 일과 중 중간에 위치해 있는 4시간의 수업시간
[3] 아침, 저녁으로 근로가 나눠져야 하는 상황 (추가 이동시간 발생)
[4] 과제/시험준비 등을 위한 확보를 위한 학습시간 부족
[5] 시간 확보 위한 휴식/수면 시간 감소
[6] 수업시간 내 집중력 감소
[7] 피로도 증가
[8] 일과 학업 병행 어려움
[9] 일자리 및 수업 결석률 증가
[10] 출석률 미충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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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무상수업 제공 중단
참여 저해 요인 중 [1], [3]에 해당하는 개인적 차원의 원인을 교육자나 교육기관에서 개선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2], [4], [10] 제도적 요인의 변화를 통한 참여 저해 및 이탈현상 개선은 가능하다고 생각되어 아래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2] 14:00~18:00로 배정된 수업시간은 08:00~12:00 또는 18:00~22:00로 수정할 경우 생계가 필요한 근로자의 연속근무가 가능해 일자리의 선택 폭과 생계비 증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집-일터-교육기관-일터-집>으로 효율적이지 못했던 일정이 <집-일터-교육기관-집>으로 단순해져 이동시간과 체력소모를 줄일 수 있다.
즉, [2]의 변경은 [1], [3]~[10] 개선에 직・간접적 개선효과를 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
[4] 학습 관리차원의 주5회 과제는 자율에 맡기고, 상대적으로 학습시간 확보가 수월한 주말시간을 이용해 시험 준비 및 과제작성이 가능할 수 있도록 조정한다.
즉, [4]의 변경은 [5]~[8] 개선에 직・간접적 개선효과를 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
[10] 성인학습자는 다양한 역할 수행 및 가족/본인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특성으로 참여의지와 무관한 결석이 발생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1주일 내로 동영상 강의수강 확인이나 과제물 작성으로 대체하여 수업을 인정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때 강의와 과제는 4시간 동안 진행되는 수업에 준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즉, [10]의 개선은 [8], [9] 개선에 직・간접적 개선효과를 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독일 평생교육기관에서 제공하고 있는 수업 중 상당 수는 성인학습자의 사회진출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는 수업의 특성상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한 관료적 차원의 관리 방식으로 인해 교육프로그램의 근본적 교육목적 달성 측면에 있어서는 미숙한 점들이 발견된다. 이 것이 안타까운 것은 많은 학습자들의 중도탈락으로 이어져 학습기간은 늘어나고 안정적인 직업을 얻기까지 불안정한 삶을 버텨야 할 인고의 기간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위의 개선점들은 평생교육기관에 몸담아보지 않은 일개 교직원의 단상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수업의 최대 수혜자가 수강생이 되어야 해당 기간도 발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영을 위한 운영으로 인해 수강생을 놓히는 일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보고 싶다 Spi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