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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ng Ha Sep 06. 2023

2022 연말정산: 내 인생을 가장 ㅈ되게 하는 것이

다와다 요코, 《지구에 아로새겨진》




"어떠한 ‘직업’을 갖는 사람이 된다는 건 환상에 불과하며, 실제로 인간은 어떠한 ‘장소’에 놓이는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인종과 국적이 한 개인의 온 정체성을 압도하는 장소로의 출퇴근은, 곧잘 본질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하여 무기력으로 점철된 회의와 좌절로 마무리되곤 한다. 효율과 형평만으로는 온전히 정당화 될 수 없는, 이 업(규정과 배제)에 내재된 폭력성을 자각할 때마다, 배보다 배꼽이 큰 정도가 아니라 오직 배꼽만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배꼽의 때처럼 살고 있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당신은 무엇을 고향이라고 부릅니까?"


이렇듯 먹고 싸는 생활이 읽고 쓰는 삶으로부터 시나브로 멀어지는 느낌이 들 때면, 살기 위해 읽고 쓰는 것을 멈추는 발칙한 상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알고 있다. 이 아득함을 우리가 함께 느끼고 있음을 읽고 쓰는 삶만이 나의 먹고 싸는 생활을 지탱해주는 근본이라는 것을.


What doesn’t kill me makes me stronger에서 what이 바로 나 자신이었다는 건에 대하여.


"지상의 천국은 새해에도 오지 않을 것이므로, 자신의 사적인 평화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 (김영민,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정말이지 내 인생을 가장 ㅈ되게 하는 것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이 선사하는 좌절과 안도로 가득한 한 해였다. 한편 스스로의 “사적인 평화”를 지키고 그 평화를 발돋움 삼아 더 좋은 인간이 되고자하는 욕심은 주위의 좋은 사람들 덕분이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이것은 여행. 그러니 계속한다."


올해의 책: 다와다 요코, 《지구에 아로새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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