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기스플랜>은 싱글맘이 되고자 했던 매기의 계획들이 와장창 깨지고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이야기다. 놀라운 것은 절대 풀리지 않을 것만 같은, 꼬일 대로 꼬여버린 일상에도 행복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경로를 이탈한 듯한 인생이 실은 계획대로 굴러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영화 속 매기를 바라보며 <매드맥스>의 퓨리오사가 떠오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임모탄으로부터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퓨리오사가 발견하는 것은 오아시스조차 없는 사막과 몇 줌의 씨앗뿐. 그러나 녹색땅이라는 희망이 사라진 뒤에도 퓨리오사는 멈추지 않고, 뒤돌아 달리기 시작한다. 때로는 그렇게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만들어온 길이,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정말이지 요란스럽고 감동적인 제자리걸음이다.
“인생이란 건, 백화점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나 마찬가지다. 너의 다리는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멈춰 있어도 너의 위치는 어느 틈엔가 저 앞으로 나가 있지. 그 위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흘러가는 거야. 도착할 곳은 이미 정해져 있어. 제멋대로 그곳을 향해 간다 이거야.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몰라. 자기가 있는 곳 만큼은 에스컬레이터가 아니라고들 생각해.” (이사카 코타로, 《오듀본의 기도》)
그리고 나는
오랜 시간 준비하고 기대한 것과는 전혀 다르지만, 6년 전 쿠바에서의 여름이 떠오를 만큼 행복한 연말을 보냈다. 그렇다면 내가 그동안 바라왔던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나는 꽤 어렸을 때부터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해왔는데, 지나고 보면 과거의 나는 항상 너무 낯선 모습이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인생. 문세형은 알 수 없는 인생이라 더욱 아름다운 거랬는데, 과연.
올해의 작가: 장류진과 김초엽
올해의 픽션: 단편은 <음복>, 장편은 《열광금지 에바로드》
올해의 논픽션: 《테러리스트의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