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겨울나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쩌다 PD Dec 31. 2022

2022년의 책

2022년에 읽은 책은 단행본 기준 총 37권. 작년보다 거의 반토막. 원래 스트레스를 독서로 풀었는데 올해의 스트레스는 독서할 여력조차 빨아먹는 수준이었던 듯.. 




1. 2022년의 책 베스트3



올해의 책을 하나만 꼽으라면 <다른 의견>. 책 내용 자체가 어마무시하다기보다는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고민이 모두 담겨있어서 그렇다. 다른 의견이 없어지면 망하는 이유부터 다른 의견을 나누면서 감정만 상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결론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로 풀어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언젠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로웠다. 사회와 개인, 정보와 공감, 재미와 의미를 훌륭하게 버무려낸 논픽션 스토리텔링의 수작.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는 작년에 ‘실버 취준생 분투기’로 화제가 된 고 이순자 작가의 유고 산문집이다. 글에 투영된 마음의 깊이에 여러 번 감동하며 읽어 내려갔고, 고 이순자 작가를 올해의 작가로 꼽기에 주저함이 없다.


다른 의견(이언 레슬리)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룰루 밀러) /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이순자)




2. 한국의 풍경 / 정치, 사회



올해는 대선이 있었다. 작년 중순쯤이었을까, 각 정당에서 경선이 시작될락말락 하던 때만 해도 올해 대선은 뭐.. 뉴노멀의 시작이고, 새로운 시대정신의 이정표가 어쩌구... 이런 얘기가 꽤 있었는데 현실은 시궁창. 정치와 사회 갈등의 최전선에 있는 프로그램 제작진으로 살다보니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꽤 컸다. 


그래도 정치 혐오, 뉴스 혐오에 빠지기보다는 이해하고 바꿔내기 위한 실천을 고민하는 게 낫다. <저쪽이 싫어 투표하는 민주주의>는 최근 몇 년의 정당정치가 돌아가는 모양새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공정 이후의 세계>는 최근의 사회 이슈들을 중심으로 능력주의 담론을 다루고 있는데, 이제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능력주의 비판 담론’ 그 자체를 정리하고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도들도 나올 시점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MZ세대 어쩌구’를 너도 팔고 나도 팔고 모두가 팔아먹는 시대에 <세대 감각>에 인용된 데이터들은 머릿속을 맑게 해주었다. 그래, 역시 세대론은 쩜쩜쩜... 


세대 감각(바비 더피) / 저쪽이 싫어 투표하는 민주주의(김민하) / 보통 일베들의 시대(김학준) / 공정 이후의 세계(김정희원)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김영민) / 한국의 논점2022(강양구 외)




3. 위로의 이야기 / 픽션



긴 호흡의 서사를 많이 접하지는 못했다. 그만큼 정신력이 딸렸다는 뜻.. 그래서 올해 읽은 소설 단행본들도 단편소설집이 많다. 시간여행, 혹은 시간의 어긋남에 그리움을 입히는 건 ‘정석’이라 할 수 있지만 그 공식 안에서 얼마나 마음에 남는 이야기를 쓰느냐가 관건일텐데,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 <당신에게 가고 있어> - <미래로 가는 사람들> 3부작이나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는 정말 강력하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이야기에서 받는 위로나 이야기를 통해 배우는 것도 많은데 정리해놓고 보니 정말 올해는 소설 적게 읽었다 싶다. 내년엔 더 많이 읽어야지.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이경희) / 브로콜리 펀치(이유리) / 인생은 소설이다(기욤 뮈소) / 상아의 문으로(구병모) / 2022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임솔아 외) / 카지노 베이비(강성봉) /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김보영) / 당신에게 가고 있어(김보영) / 미래로 가는 사람들(김보영) / 행성어 서점(김초엽) / 헤어질 결심 각본집(정서경, 박찬욱)




4. 어떤 현실을 감싸는 / 논픽션



현실의 조각들이 작가라는 창을 통과해 글이 되고, 그 글이 다시 하나의 창이 되어 내가 사회를, 사람들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이질적인 존재들과 섞일 수 있는 용기와 공감에 대해서는 역시 브래디 미카코의 저작에 잘 담겨있다. 특히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는 ‘공감’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서 뜯어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좋은 발제문을 읽는 느낌이었다. <언어가 삶이 될 때>나 <미끄러지는 말들>을 비슷한 시기에 읽으며 말/글에 담긴 영혼-삶의 조각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고, <한없이 가까운 세계와의 포옹>은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던 ‘촉각’의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었다.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이반지하) / 언어가 삶이 될 때(김미소) / 미끄러지는 말들(백승주) /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브래디 미카코) /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브래디 미카코) / 한없이 가까운 세계와의 포옹(수시마 수브라마니안) / 향모를 땋으며(로빈 월 키머러) / 선창은 언제나 나의 몫이었다(양정인) / 일단 한잔, 안주는 이걸로 하시죠(구스미 마사유키) / 시네마토피아(강유정) / 밤이 선생이다(황현산)




5. 일해야지, 일



장면들(손석희) / 가상 사회의 철학(다이고쿠 다케히코) / 기자들 유튜브에 뛰어들다(박수진 외) / 플롯 강화(노아 후크먼) / 케이팝의 역사, 100번의 웨이브(이정수 외) /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정지우)
매거진의 이전글 2021년의 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