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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Dec 31. 2021

2021년의 술

2021년 새로 마셔본 맥주는 165종, 새로 마셔본 와인은 66종, 그리고 홈술로 소비한 위스키/꼬냑은 총 15종. 내가 앞으로 건강을 생각한다면, 이게 인생 최고치가 아닐까 싶다.




1. 2021년의 맥주


맥덕 시점에서 보자면, 올해 맥주씬 트렌드는 작년에 절정인 줄 알았던 뉴잉글랜드IPA의 시대가 드라이호핑과 고도수 레벨업을 만나 더욱 시장을 휩쓸었던 해였다. 사워에일도 작년에는 트렌디한 아이템이었다면 점점 시장을 넓혀가는 분위기. 이 두 가지 현상은 로컬 양조장들이 뉴잉아와 사워에일을 본격적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는 사실에서도 읽을 수 있다.


올해의 생맥주 BEST3
올해의 생맥주 BEST3
- 이퀄리브리엄 프랙탈 시트라 모자익
- 이퀄리브리엄 엔소
- 미스터리 브루잉 그래버IPA
올해의 캔/병맥주 BEST3
올해의 캔/병맥주 BEST3
- 아더하프 스택스 온 스택스 (별 다섯개 만점!!)
- 아더하프 트리플 크림
- 파이프웍스 트윈 스피크
올해의 브루어리 BEST3
- 아더하프
- 이퀄리브리엄
- 리비전


새로운 맥주를 마실 때는 IPA 편애가 심하다보니 올해 새로 마셔본 맥주 165종 중에 101종이 IPA. 세부적으론 뉴잉글랜드 IPA가 62종, IPA가 33종, 블랙IPA 3종, 세션IPA 2종, 사워IPA 1종, 과연 뉴잉아 전성시대. 마치 주스를 마시는 듯한 과일풍미에 주스보다 묵직한 바디감과 쓴맛을 낮춘 피니시를 갖추고 있다보니 뉴잉아가 잘 팔리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 여기에 드라이호핑으로 깔끔함을 더하거나, 아니면 아예 유당을 넣어 고소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추가하면서 누구한테 멕여도(?) 만족할 만한 장르가 되어버렸다. 특히 아더하프의 프리미엄 라인(한 캔 2만원....)은 요상하게 미국에서 캔입하자마자 바로 날아온 것들이 많아서 캔입된 지 1~2주 안에 한국에서 마시다보니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리비전과 이퀄리브리엄도 이제 브랜드만 보고도 주문해서 마실만한 신뢰가 쌓였다. 이퀄리브리엄은 캔 뿐만 아니라 생맥주도 들어온다는 게 장점.




올해의 국산 맥주 BEST3
올해의 국산 맥주 BEST3
- 미스터리 그래버 IPA
- 어메이징 첫사랑 IPA
- 크래프트 브로스 슈퍼IPA


한국의 로컬 양조장들 역시 미스터리 브루잉, 서울 브루어리 등을 중심으로 그냥 괜찮다, 가성비 좋다를 넘어 절대적으로 맛있는 맥주들이 늘어나고 있는데(물론 가성비도 수입맥주에 비해 좋다) 이쪽은 결국 하이엔드 급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편의점/마트 시장에 대기업이 수제맥주의 탈을 쓰고 뛰어드는 바람에 대중맥주 시장의 퀄리티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그래도 카브루나 어메이징 브루어리는 4캔 만원, 3캔 만원 컬렉션에서 마실만한 맥주를 뽑아내고 있다는 게 기대해볼만한 점.




非IPA BEST3
- 브루스키 아몬드 월넛 바닐라
- 파운더스 언더그라운드 마운틴 브라운
- 와일드배럴 힙스터 스윗 드림
어머 이건 마셔야 돼, 유니크 맥주 BEST3
- 미켈러x린데만스 스폰탄 바질
- 이퀄리브리엄 언코크드
- 제주맥주 커피 골든 에일


크래프트 씬의 실험적인 맥주들이 안정감 있는 퀄리티로 나오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생각이 드는 게 블랙IPA라든가, 제주 맥주의 커피 골든 에일이라든가 하는,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나면서도 만족스러운 향미를 구현한 맥주들이 눈에 띄었다. 이퀄리브리엄의 언코크드는 화이트 와인과 뉴잉아를 섞어놓은 느낌이니 눈에 띈다면 반드시 드셔보시길.




2. 2021년의 와인


작년부터 와인을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와인 소비가 팍 늘었다. 특히 수면부족이 바로 소화불량으로 이어지는(ㅠㅠ) 내 몸의 특성상 맥주만 주구장창 마시는 게 부담이 되다보니, 또 음식에 곁들이기 좋다는 점에서 와인은 가장 ‘오늘 한잔 할까’의 심리적인 장벽이 낮은 장르였다.


- 올해의 레드와인: 브레드 앤 버터 까베르네 소비뇽
- 올해의 화이트와인: 롱반 샤도네이
- 올해의 로제와인: 베린저 화이트 진판델


올해 처음 마셔본 와인은 66종, 물론 마셔보고 맛있으면 또 마시고 또 마시고 하는 스타일이라 실제로 마신 와인은 훨씬 많지만 아무튼...ㅋ 작년까지는 그냥 이게 유명하다더라 하는 것들 가끔 마셔보는 정도였으니 몰랐는데 올해는 그래도 1주일에 1번 이상은 꼭 마셨다보니 대략 내 취향을 파악하게 됐다.


품종으로 보면 레드 와인은 진판델 > 까베르네 소비뇽 > 말벡 > 피노 누아 >>> 쉬라즈, 화이트 와인은 샤도네이 >>> 리슬링 >>>>> 소비뇽 블랑. 대략 무거운 걸 선호한다는 느낌. 쉬라즈랑 소비뇽 블랑은 좀 비싸다는 걸 먹어봐도 그닥 ㅠㅠ 취향이 아니더라.


구대륙 와인은 별로 마셔보질 않아서 주로 나파 밸리에서 품종 이름대로 나오는 걸 자주 마셨는데 특히 롱반 샤도네이는 그냥 맨날 1병씩 마실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서브미션이나 브레드 앤 버터 같은 상위호환이 더 맛있긴 하지만 롱반의 압도적인 갓성비.. (이마트에서 몇 달째 9900원...). 누가 그랬지.. 100만원 짜리 와인 1병보다 만원 짜리 와인 100병이 낫다고 #그거아님


올해 마셔본 와인들 중에 집에 쟁여놓을 만한 것들(가격대는 세일 시점)
- 1~2만원: 롱반 진판델/피노누아/멜롯/샤도네이, 서브미션 까쇼/레드/샤도네이, 브로켈 말벡, 트리벤토 까버네 말벡, 옐로테일 모스카토/핑크 모스카토, 베린저 화이트 진판델
- 2~3만원: 그란데 알베로네 진판델, 카니버 진판델/까쇼
- 3~4만원: 1865 까쇼, 올드소울 진판델
- 4~5만원: 브레드 앤 버터 까쇼/샤도네이




3. 올해의 위스키/꼬냑


올해 함께한 위스키/꼬냑은 총 15병. 아직 5병은 현역(?)으로 남아있고 작년에 뜯어서 마시다가 올해까지 넘어온 것도 있지만 그냥 올해 마신 술이라는 기준으로 계산. 싱글몰트 10병, 블렌디드 2병, 꼬냑 3병. 이제 위스키/꼬냑은 그냥 필수품이다. 맥주를 마시기도 와인을 마시기도 부담스러운 날은 무조건 위스키..... 돈 열심히 벌어야지 흑


사실 와인도 그렇지만 위스키도 절대적으로 뭐가 맛있다기 보단 브랜드 별로, 숙성기간 별로 서로 다른 캐릭터가 강해서 그냥 적당히 스타일 별로 회전시켜가면서 5병 정도는 상비해두는 편. 그러니까 좀 단순화시키면, 초콜릿/오크/바닐라 등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좋은 싱글몰트(글렌모렌지 시그넷, 글렌피딕18y, 글렌피딕 15y, 글렌버기15y), 상대적으로 꽃향과 캬라멜틱한 달콤함이 강조된 싱글몰트(글렌고인 12y, 달모어 15y, 오반14y), 스모키/피트가 튀는 싱글몰트(탈리스커 10y, 아드벡 10y, 보모어18y), 블렌디드(로얄살루트 21y, 발렌타인17y), 꼬냑(까뮈XO, 헤네시 VSOP, 르미마탱VSOP). 요렇게 5개 계열에 1병씩은 꼭 구비해둔달까. 지금 꽃향/달콤 계열이 비어있어서 맥캘란 구입 예정.


여기에 마티니용 진(탱커레이 NO.10, 봄베이 사파이어)과 기타 칵테일용 럼(바카디 화이트), 이게 다 질렸을 때를 대비한 보드카(스미노프 애플민트)까지 집에 술이 넘쳐나네.. 혹시라도 나는 술집 하면 안되겠다. 장사할 술 내가 다 먹을라 ㅠㅠ


- 올해의 싱글몰트: 글렌모렌지 시그넷
- 올해의 블렌디드: 발렌타인17y
- 올해의 꼬냑: 까뮈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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