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겨울나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쩌다 PD Dec 30. 2021

2021년의 책

2021년에 읽은 책은 완독 기준 71종(만화책 시리즈 5종 포함). 작년에 51권이었으니 좀 늘었다. 스트레스를 (만화)책으로 풀다보니 독서량은 스트레스의 척도... ㅠㅠ




1. 2021년의 책 베스트3



연초 출간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올해의 책을 꼽으라면 <사이보그가 되다>. 독서라는 행위에 내가 기대하는 모든 것을 충족시켜주는 책이었다. 서사가 주는 몰입감과 즐거움, 사고의 경계를 확장하는 쾌감, 때로 느껴지는 감동, 윤리적인 고민까지.. 몸/장애라는 아이콘을 클릭해 수많은 질문을 펼쳐낸다는 게 매력적이다.


올해 가장 푹 몸을 담갔던 책이 있다면 <별 것 아닌 선의>다. 5월이었나 번아웃으로 팟캐스트를 쉬면서 ‘보복소비’가 아니라 ‘보복독서’ 기간을 가졌는데 걸신들린 것마냥 일주일에 3-4권씩 읽어제끼던 와중에 참 보석 같았던 텍스트다. 사람은 정말 빵 한 조각에 담긴 온기에도 얼어붙은 마음이 녹아내릴 수 있구나, 새삼 깨닫게 해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나도 누군가에게, 별 것 아닌 선의를 건네고, 또 건네받으며 온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와 가장 먼 자리에 있기에 가장 밝아보였던 책은 <어린이라는 세계>다. 나는 어린이를 마주할 때 어떻게 해야할지 쩔쩔 매는 부류의 사람인지라, 온몸으로 그 세계와 부딪히는 작가의 용기와 그 부딪힘이 만들어내는 반짝임, 또 단단함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사이보그가 되다 / 별 것 아닌 선의 / 어린이라는 세계


2. 비틀린 현실 속을 거닐다



다들 그런 느낌적 느낌이라 나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점점 SF/환상문학 장르에 대한 관심이 커져간다. 사고실험이 주는 호기심이나 긴장감도 있고, 현실에 대한 부정적인 감각이 쌓일수록 좋은 상상력을 바라게 된달까. 올해의 작가라 할만한 김초엽의 첫 장편 <지구 끝의 온실>은 답답하면서도 묘하게 따뜻한 온실 속의 정서를 그대로 디스토피아적인 세계와 그 안의 인간들에게 옮겨놓은 듯 했고, 마가릿 애트우드가 <시녀 이야기>와 <증언들>을 통해 서늘한 세계 속에 번뜩이는 욕망을 쌓아서 보여주는 솜씨는 정말 놀라웠다. <얼마나 닮았는가>로 김보영 작가를 만난 건 큰 행운이었고, ‘무중력 증후군’ 이후 한참을 뛰어넘어 다시 만난 윤고은 작가의 <밤의 여행자들> 역시 짜릿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달콤쌉싸름한 거짓말>은 줄거리만 들었을 때와 독서체험이 매우 달랐던 작품인데, 문학에서 이 정도로 에로틱한 두근거림을 느껴본 건 처음이었다.


나에게 가장 ‘휴식’과 동의어인 활동은 게임보다는 만화책이다. 그래서(?)일 수도 있고, 그냥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원작을 찾다보니 그럴 수 있고, 올해는 만화책도 많이 읽었다. 특히 <약속의 네버랜드>는 망해버린 애니 2기를 보기보다는 원작을 보는 게 시간적으로나 만족도로나 훨씬 좋은 선택.


신라공주해적전 / 얼마나 닮았는가 / 목소리를 드릴게요 / 클라라와 태양 /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 / 달콤 쌉싸름한 거짓말 / 시녀 이야기 / 증언들 / 지구 끝의 온실 / 방금 떠나온 세계 / 밤의 여행자들 / 연애소설 읽는 노인 / 지옥 / 귀멸의 칼날 / 약속의 네버랜드 / 노다메 칸타빌레 / 진격의 거인 / 우리는 안녕 / 왕이 되고 싶었던 호랑이


3. 내 안을 들여다보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역시나 화두는 ‘어떻게 살 것인가’, 좀더 현실적인 표현으론 ‘뭐해먹고 살지...’ 20대 이후로 항상 확실한 근거지, 밑바닥이 없는 듯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데 너 혼자 그런 건 아니야, 밀레니얼들은 다 번아웃이야, 라고 말해주는 책이 있었으니 바로 <요즘 애들>. 내가 당사자다 보니 분석이 새롭진 않았고 결론도 뻔했지만 어쨌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건 위안이 되는 일이다. 제목 자체가 올해 내 심정을 대변했던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는 의외로 조직의 관리자들이 반드시 읽어봤으면 하는 통찰을 담고 있었고, 자기계발서에 대한 편견으로 시큰둥하게 집어들었던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는 스스로를 다독이는데 생각보다 도움이 됐다.


현실보다 픽션에서 나와 닮은 이를 발견할 때가 있는데 김유원 작가의 <불펜의 시간> 속 혁오가 딱 그랬다. 나는 혁오처럼 넘사벽 존잘은 아니지만, 소위 ‘성공’이라고 하는 정답으로 가는 길이 눈앞에 놓여있는데 도저히 그 길로 방향을 틀지 못하게 막는 내면의 목소리가 있을 때, 브레이크를 망가뜨려 버릴 것인가, 아니면 다른 규칙을 만들 것인가, 라는 고민만큼은 닮아있었다. <눈으로 만든 사람>이나 <연년세세>, <믿는 인간에 대하여>는 소재만 보면 현실의 나와 참 거리가 멀었으나 오히려 그래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완전한 영혼 / 연년세세 / 디어 마더 / 눈으로 만든 사람 / 2021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 불펜의 시간 / 내가 왜 살아야 합니까 / 요즘 애들 /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 노력의 기쁨과 슬픔 / 슬픈 세상의 기쁜 말 / 믿는 인간에 대하여 /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4. 주변을 살핀다



미디어 산업 종사자다보니 인문/사회 도서나 사회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문학작품은 힘닿는 한 읽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다. 정확히는 ‘책을 읽어야 한다’기보다는 계속 공부하면서 업데이트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내가 이 일을 하면서 정치적/윤리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두려움에 가깝다.


뭐 이렇게 말해도 이 분야의 책들은 어쨌든 읽다보면 정말 흥미로운 사유나 분석을 만날 때가 많아 좋은데, 올해는 <페미니스트 라이프 스타일>이 딱 그랬다. 백래시와 더불어 성소수자를 배척하는 자칭 렏팸들마저 페미니즘을 깎아내리고 있는, 동시에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로서의 페미니즘이 대두하는 시대에 어떤 고민이 필요한지, 일종의 출발점을 짚어준 책이었다. 반면 여러 의미로 최전선의 사유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은 <짐을 끄는 짐승들>, 장애인권운동과 동물권 운동 사이의 긴장관계라니, 정말 너무나 많은 질문이 쏟아져 나오는 교차로였다.


김혜진 작가의 <불과 나의 자서전>이나 팟캐스트 애청자로 책 출간을 한참 기다렸던 <말하는 몸>은 ‘부동산’이라거나 ‘젠더갈등’이라는 기사 속 단어들로 드러나지 않는 경험과 존재양식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귀중한 텍스트였다.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 / 트릭 미러 / 말하는 몸1, 2 / 욕구들 / 어쩌면 이상한 몸 / 한국의 능력주의 / 능력주의와 불평등 / 짐을 끄는 짐승들 / 커밍 업 쇼트 / 대한민국의 설계자들 / 새로운 가난이 온다 / 20 vs 80의 사회 / 중국 애국주의의 홍위병, 분노청년 / K를 생각한다 / 개소리에 대하여 / 달까지 가자 / 불과 나의 자서전 / 빈 공장의 기타 소리 / 청년 도배사 이야기 / 우리가 오르는 언덕


5. 취향의 재발견



콘텐츠 범람의 시대다 보니 무엇을 읽고, 보고, 마시고,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정작 읽고 보고 마시고 하는 시간에 비해 너무 긴 것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도움이 되는 책들. 정희진 쌤의 서평 시리즈로부터 작년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데 올해 나온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역시 마찬가지였고, 오래 전부터 읽어야지 읽어야지 생각하며 미뤄둔 신형철 평론가의 <정확한 사랑의 실험>을 드디어 펼쳐들었다. 큐레이션을 넘어 새로운 생각을 더해준다는 점에서 믿고 보는 저자들. <키키 키린의 말>을 읽다가 그동안 안 봤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들을 정주행 했는데 책을 읽는 시간, 영화를 보는 시간 모두 따스했다. <모두를 위한 게임취급 설명서>는 책 자체가 무겁지 않음에도 읽다 말고 디아블로 하고, 읽다 말고 문명 하고... 이러느라 진도가 늦게 나갔고,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은 나도 언젠가 음주에세이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불을 지펴주었다.


모두를 위한 게임취급 설명서 / 정신과 의사의 서재 /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 정확한 사랑의 실험 / 키키 키린의 말 /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 아무튼, 연필 / 에세이 만드는 법 / 히사이시 조의 음악일기


6. 일과 함께


언제나처럼 직업이 직업이라 읽는 책들이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는데 팟캐스트에서 소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읽은 책들은 어떻게 하면 책의 내용 그 이상을 더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일종의 발판이 되어주기도 했다.


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 / 마케터의 문장 / 위반하는 글쓰기 / 스포티파이 플레이 / 트렌드코리아 2022 / 말하기를 말하기


매거진의 이전글 2021년의 드라마/애니메이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