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stories @ TSR, Russia 1
언젠가 몽골에서 미국인 친구와 술을 마시다 고향에서 서울까지 얼마냐 걸리냐는 질문을 받았다. 기차로 5시간 40분? 그랬더니 자긴 고향에서 대학교까지 2박 3일간 주야장천 친구와 교대로 운전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란 생각보단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단 이야기를 늘어놨다. 그러면서 베이징에서 울란바토르까지 기차를 타면서 예전 생각도 났다며, 미국은 기차여행이 시원찮다며 역시 기차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지!라고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던 술자리였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라. 키릴 문자도 배웠으니 도전해봐?!
...라고 생각했던 그 시절에서 그 친구가 한국 기차로 서울과 창원을 오가며 한국생활을 즐기다 떠나고 여객기차라곤 대나무 열차뿐이던 내 캄보디아 삶을 마무리한 2014년, 지금은 공중분해된 어떤 해운회사에서 일하는 친구의 출장길을 따라 그 여정을 시작했다. 건투를 비는 러시아어 어학연수 중인 대학생 동생들과 사서 고생이라며 걱정해주신 몇몇 교민분들의 응원을 뒤로하고.
무뚝뚝하지만, 칼 같은 매표소 직원의 발권과
익살스러운 플랫폼 안전요원의 익살스러운 작별인사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기차 여행의 출발.
"덜컹" 하는, 같은 것 같지만 다른 느낌의 철로 울림,
광궤를 쓰는 대륙의 기차의 승차감은 어떨까.라는 철덕의 물음에 답하기라도 하는 듯.
눈치껏 보드카를 주스에 타 마시고
가끔은 무장경찰의 검문도 받으면서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보드게임의 사투 속에서도
시리아 어느 고속도로에서 시베리아 철도 위까지
가장 오랜 시간 나와 여행 공간을 나누는 친구와 긴긴 이야기들 속에서.
무뚝뚝하게 혼내면서도 툭툭, 필요한 물건들을 던져주고 가는 츤데라 차장님
병조림 따준 뒤부터 더욱 성심성의껏 우리를 챙겨주신 막내 차장님
부리야트 공화국으로 가족 만나러 가냐고 물어보며 먹을 것 주던 친절한 우즈벡 청년까지.
얼마 없는 15호차 안에서도 소소한 인연들을 이어가며 열차는 우리를 이르쿠츠크에 72시간 만에 데려다주고.
현실은 부산 친구 따라서 공항에서 서면을 향했단 소문도 :)
다음 편에선 바이칼 호수와 출장 일정을 마치고 하바롭스크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Location : TSR, Russia
Date : Mar,2014
Format : Digital (Color)
Camera : Nikon Df
Lens: af Nikkor 35mm f/2D, af Nikkor 16mm f/2.8D Fisheye
Editing : Adobe Lightroom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