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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석 Oct 05. 2017

거리 외전 : On the Railways #4

Another stories @ SRT, Thailand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겨울 열차를 뒤로하고 태국의 무더위를 체험하실 준비되었나요? 협궤로 지어진 탓에 확장성에 제약이 많고 복선보다는 단선이 많아 정시성도 떨어지며 영어방송 같은 친절함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가끔 에어컨 없는 객차라도 만난다면...? 그런데도 이런 철도 시스템이 동남아에서 그나마 나은 편이고 이런 오래된 시스템도 차차 철도 강국들의 투자로 달라질 상황이라면...? 철덕이라면 응당 이런 시기를 놓칠 수 없겠죠? 그래서 에어컨 잘 나오는 대형버스나 롯뚜(미니밴 버스)로 갈 수 있는 몇몇 관광지들을 굳이 태국 국유철도를 이용해 떠나봅니다.

Another stories @ SRT, Thailand 태국에서만큼은 개팔자가 상팔자 :)
Another stories @ SRT, Thailand 북동선 종점치곤 한가한 우본역 풍경
Another stories @ SRT, Thailand 기차여행의 시작은 행상인들과.
Another stories @ SRT, Thailand 스페셜 익스프레스가 타고싶었지만.

우본 랏차타니อุบลราชธานี는 태국 동북부 이싼อีสาน 지방의 주도 중 하나입니다. 방콕의 후알람퐁 역에서 출발하는 북동부 노선의 종점이기도 하죠. 종점인 것치곤 시골역 같은 한산함이 느껴집니다. 이 곳에서 피마이พิมาย 역사공원이 가까운, 코랏이란 이름으로 잘 알려진 나콘 랏차시마 นครราชสีมา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아침 일찍 도착하여 Rapid 행 2등칸을 삽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Rapid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2등칸임에도 에어컨이 없다는 말을 충분히 의심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Another stories @ SRT, Thailand 3등칸에 비하면 천국.

3등칸이 나무로 된 직각(!) 의자인데 반해, 비록 에어컨 없는 2등칸이지만 리클라이닝도 되고 창문도 열려있는 데다 선풍기도 있으니 달릴 때만큼은 안심이겠거니... 하며 시트에 몸을 맡깁니다. 인조가죽의 끈적거림이 그대로 전달되지만 이내 교외를 달리자 제법 산뜻한 바람과 마주합니다. 이대로 14시 37분 정시 도착이라는 꿈을 꿉니다만, 그 꿈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됩니다.

Another stories @ SRT, Thailand 여기까진 좋았다.

이유 없이 부리람 근처에서 멈춰 선 기차와 마주하길 3시간, 일행과 맥주를 사다 마시고 볶음밥을 사다 먹고 물을 사다 마시고 손짓 발짓 직원과 이야기하고 승객들과 이야기해도 답이 없는 상황. 38도가 넘는 기차 안은 우리를 탈진상태로 몰아가고... 그러다 열차는 출발합니다.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현실에 허탈하면서도 그저 지금이 아니면 겪을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하며 2014년의 태국 기차여행 맛보기를 끝냅니다.

Another stories @ SRT, Thailand 조금 고생한만큼 특별했던 협궤의 추억

그래서 2016년의 여행은 꼭. 반드시. 기필코. 혹은 가급적이면 (...) 에어컨이 있는 Express 라인이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기에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티켓을 구했습니다. 국왕의 서거로 검은 복장들이 줄을 잇는 방콕을 떠나 아유타야 역사공원으로, 그리고 수코타이สุโขทัย 역사공원을 향해 아유타야 역에서 핏사눌록พิษณุโลก역으로 향합니다.

Another stories @ SRT, Thailand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위치한 국왕영정사진
Another stories @ SRT, Thailand 방콕으로 향하는 사람들
Another stories @ SRT, Thailand 님아, 그 차는 타지마오
Another stories @ SRT, Thailand 완행만큼은 이제 그만 Naver...
Another stories @ SRT, Thailand 알아듣는지, 못알아듣는지 끊임없이 집중하던 아이 :)

익스프레스 라인의 에어컨 2등칸은 식사도 주고, 커피도 주고, 콜라도 주고, 커튼도 있습니다 :) 승차감도 그냥 그렇고 정시 도착 역시 기대하긴 어렵지만 영어가 아주 약간 통하는 차장님의 도움을 받으며 긴 여행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습니다. 아저씨 두 사람이 춥다고 느꼈으니, 에어컨 성능만큼은 기대하셔도 좋을 듯 :) 아유타야부터 치앙마이까지는 외국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노선인만큼 관광객들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마냥 신기하게 바라보던 꼬맹이 :)

Another stories @ SRT, Thailand 호기심 가득!
Another stories @ SRT, Thailand 통근열차의 익숙한 비쥬얼
Another stories @ SRT, Thailand 익숙한 철판 디자인, 낯선 행선지
Another stories @ SRT, Thailand 고향을 잠시 떠나는 젊은이와 고향을 지키는 아저씨의 소소한 대화
Another stories @ SRT, Thailand 핏싸눌록. 잠시만 안녕.

수코타이로 가기 위해서는 핏사눌록에서도 택시로 1시간은 더 이동해야 합니다. 버스가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기차가 주는 아늑함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어느 철덕. 다시 또 핏사눌록에서 방콕으로 기차를 예매하려고 하는데...


"근데 관석씨, 그 돈이면 차라리 수코타이에서 돈무앙까지 비행기를 타는 게 정신건강에 안 낫겠나?"


백번 지당한 말씀. 태국에선 국내선을 이용하는 게 비용면에서는 물론, 정신건강에 좋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

근데 다음 달에 또 탈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건 왜죠?!


마구놈 포토스의 거리 외전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연재는 프놈펜 이야기, '잃어버린 아이들의 거리'로 찾아뵙겠습니다.


Location : SRT, Thailand

Date : May,2014 / Dec,2016

Format : Digital (Color)

Camera : Nikon Df

Lens: af-s Nikkor 16-35mm f/4G ED VR, af-s Nikkor 58mm f1.4N

Editing : Adobe Lightroom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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