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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슬기 Sep 27. 2023

평범한 내 인생도 좋은 글감이 될 수 있어

2023.09.20.

<미드나잇 소설쓰기클럽> 3기 3회차

<나인오클락 소설쓰기클럽> 1기 2회차


글쓰기 수업을 듣는 사람에게 '실제의 삶에서 경험을 얻어라'라고 강조한다면, 그들은 아마 작가가 되지 못할 것이다. 제대로 다루기만 한다면 어떤 인생이라도 좋은 글감이 될 수 있다. -윌리스 스테그너


늦은 밤, 모여 소설 쓰고 앉아있는 대견한 뒤통수들!


"어서오세요. 일주일 동안 잘 지내셨나요?"

정작 나조차도 '잘 지냈다' 생각하며 사는 순간들이 손에 꼽을 정도인데, 온라인 커뮤니티룸에 접속한 멤버들을 향해 나는 늘 이렇게 인사를 건넨다. 멤버들의 대답은 비슷하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그럭저럭'이거나, '뭐... 네. 잘 지냈습니다.' 대답하는 것이다. 나는 이 점이 퍽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하우 아 유' 하고 물으면 '아임 파인 땡큐 앤유?' 기계적으로 잘 지냈다고 대답하는 것보단, 소설 쓰기 모임에서만큼은 자신의 진심에 가깝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다는 게 꽤 긍정적으로 느껴진달까.


1시간의 소설 쓰기 시간이 끝나고, 다시 가상의 소파에 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시간. 멤버들에게 어떤 소설을 쓰고 있는지 물었다. 그렇게 물을 땐 누구 하나 '내 얘기 최고인데, 한 번 들어볼래?' 하고 나서는 사람은 드물다. 쭈뼛거리기 일쑤다. 사건 진행이 너무 뻔해서 쑥스럽다거나, 구상이 별로여서 몇 번을 갈아엎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먼저 튀어나온다. 그렇게 조심조심 꺼낸 이야기는, 듣는 사람 입장에선 꽤 특별하다. 때때로 이 멋진 이야기를 왜 감췄을까 놀라기도 한다. 이곳에 그들의 멋진 아이디어를 적을 순 없지만, 믿어보시라. 아무튼 우리 멤버들의 아이디어는 멋지기 그지없었다. 아마도 작가가 자신이 떠올린 그 이야기를 너무 오래 품고 있어 익숙해져 버린 탓은 아닐까, 생각했다.  


"내 삶을 소설로 쓰면, 베스트셀러야!" 

소설을 쓰고 있다고 하면,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10명 중 다섯 명은 이렇게 대답하시는 듯했다. 맞는 말이다. 나보다 배는 오래 산 그들의 삶을 우연히 듣게 되는 날엔, 이들이 소설의 언어를 갖고 있는다면 나보다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겠다 생각하게 되는 때가 많다. 하지만 그런 기구하고도 사연 많은 인생은 결국 소설이 되지 못한다. 가끔 옛 친구와 만난 술자리에서, 드문드문 떠오른 이야깃거리로 안주 삼을 뿐이다. 특별한 삶의 경험이, 소설로 바로 치환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수많은 인생들의 시간이 증명해 준다.


결국 소설은 소재가 아니라, '의미'인지도 모른다. 작가가 이 모든 소설적 요소를 활용해, 자신이 이 이야기를 하려는 '이유'를 설득시키고, 이를 재미있게 가공해 독자에게 읽히는 것이다. 삶에 얇고 넓게 퍼져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뾰족하게 아래로 파고드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어떤 인생이나 소설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인생도 소설이 될 수 있는 아이러니가 여기에 있다.


<소설 쓰기 클럽>에서 '그럭저럭' 한 주를 살아낸 우리는 특별한 이야기를 쓴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맹숭맹숭한 시절을 보내면서도, 뾰족하게 갈아낸 날로 세상의 단면을 들여다보고, 없던 것을 기어코 지어내고 만다. 혼자 글을 쓸 때엔, 내 것이 뾰족한지 뭉툭한지 알 길이 없고, 그럭저럭인 내 삶이 최악인지 혹은 행복에 겨운 것인지 조차 분간이 되지 않을 때가 많은데, 함께 있어서 안다. 아는 것은 또 확신이 된다. 아, 내가 소설을 쓰고 있구나, 소설을 써야 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 오늘 운영 일기 끝 -



암사자북스에선 온라인 커뮤니티룸에 모여 소설을 쓰는 '소설쓰기클럽'을 운영합니다.

소설을 쓰며 '자유로움'을 느꼈거나 느끼고 싶은 누구나 참여 가능한 모임이에요.

처음 소설을 쓰는 사람도, 공모전에 준비할 소설을 준비하는 사람도 가릴 것 없습니다.

무엇보다 운영자인 암사자가 한 주 동안 가장 기다리는 모임인 것은 (안)비밀!


https://smartstore.naver.com/hit_seul/products/877206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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