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오직 더 강화될 뿐이다
비트코인 만만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묻습니다.
"비트코인, 누군가 해킹하면 어떻게 해? 미국이나 중국이 마음먹으면 무너뜨릴 수 있는 거 아냐?
간단히 답하자면, "그렇지 않다"입니다. 비트코인 시스템을 해킹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막대한 비용이 필요합니다. 먼저 비트코인 채굴의 한 가지 법칙을 살펴보겠습니다.
블록체인은 오직 "Longest chain (긴 체인)"만이 살아남는다.
비트코인 채굴에서는 "Longest chain rule"이라는 긴 체인 규칙이 적용됩니다. 이것은 가장 긴 체인만이 최종적으로 인정받는다는 뜻입니다.
아래 그림에는 블록들과 다양하게 연결된 체인들을 볼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제네시스 블록(첫 블록) 이후로 블록을 추가하며 체인이 확장됩니다. 하지만 가끔 체인이 두 갈래로 갈라지기도 합니다.
중간에 두 갈래로 갈라지더라도 결국 시간이 흐르면 가장 긴 체인 하나가 남게 됩니다. 아래 예시의 경우 남색 블록으로 이어진 체인이 가장 긴 체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반면, 오렌지색 블록처럼 중간에 끊긴 블록들은 '고아 블록(Orphaned blocks)'이라고 불리며 사라집니다.
채굴자들은 중간에 체인이 갈라져 고아 블록이 생기더라도, 결국 더 긴 체인이 발견되면 자연스럽게 긴 체인에 채굴 파워를 집중하게 됩니다. 이는 시스템이 가장 긴 체인을 유효한 체인으로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채굴자들은 더 많은 보상을 얻기 위해 채굴 파워를 가장 긴 체인에 집중합니다. 이는 앞서 소개했던 비잔티움 장군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한 방식입니다. 이는 비트코인의 보안성과 신뢰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습니다.
51% 공격
비트코인 시스템의 해킹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간단히 말해, 공격자가 가장 긴 체인을 만드는 데 성공하면 됩니다. 이를 통해 원하는 대로 거래를 조작하고 정직한 채굴자들보다 빠르게 새로운 블록을 생성하여 가장 긴 체인을 확보하면 됩니다.
달리기 경주를 떠올려봅시다. 상대방보다 내가 결승점에 먼저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대방보다 더 빠르게 달리면 됩니다. 비트코인 채굴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긴 체인으로 선점하기 위해선 달리기 속도, 즉 채굴 파워를 많이 확보하면 됩니다.
네트워크 해킹을 위해서 여러 시나리오들이 있지만 간략하게 설명하면 전체 네트워크의 51% 이상의 채굴 파워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는 "51% 공격"이라고 불립니다. 실제로 51%의 채굴 파워를 얻기 위해서는 막대한 컴퓨팅 자원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비트코인을 해킹하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해시파워를 확보해야 한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비트코인의 채굴자들의 채굴 파워 (해시 레이트)는 현재 기준 대략 800 EH/sec입니다 [1]. 한국어로 다시 쓰면 800 엑사 해시 레이트입니다. 감이 잘 오지 않으시지요?
해시 레이트(Hash rate)란 앞서 글에서 설명한 대로, 암호화 문제를 초당 몇 번이나 해결하는가를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즉, 1H/sec는 1초에 1번 해시 연산을 수행한다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1 EH/sec (엑사 해시레이트)는 도대체 0이 몇 개가 붙는 걸까요? 자그마치 10의 18 제곱입니다. 현재 비트코인 시스템을 해킹하려면 적어도 800 엑사 해시 레이트의 50%인 400 엑사 해시 레이트를 확보해야 합니다
채굴기와 전기비용은 도대체 얼마나 들까?
여기에 드는 투자비용은 도대체 얼마일까요? 비트코인 채굴에는 ASIC이라는 특수한 칩을 사용하는 기계가 필요합니다. 이 기계는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 데스크톱이나 랩탑과 다르게, 오직 SHA-256 해시 함수를 푸는 데 매우 특화되어 있습니다.
현재 인터넷에서 주문 가능한 비트메인사의 S21 Pro라는 모델은 가격은 약 6천 달러입니다. 연산 능력은 초당 234 테라 해시레이트, 전력소모는 대략 3500 와트 정도입니다.
1 엑사 해시레이트 = 100만 테라 해시레이트
400 엑사 해시레이트를 달성하려면, 얼마나 많은 S21 기계가 필요한지 먼저 계산해야 합니다. 1 EH/sec는 1,000,000 테라 해시레이트인 만큼, 400 EH/sec는 400,000,000 테라 해시레이트가 필요합니다. S21의 성능은 234 테라 해시레이트이므로, 필요한 기계의 대수는 약 1,709,401대입니다.
다음으로, 총비용을 계산해 보면, 약 1,709,401대를 각각 6천 달러에 구입해야 하므로 대략 102억 5천64만 6천 달러(!)가 필요합니다. 우리 돈으로 약 14조 원입니다. 이것은 오직 기계 값만을 고려한 비용입니다.
전기 요금은 어떨까요? 이 모든 기계를 하루 동안 구동한다고 가정 시, 각 S21 기계는 3500와트를 소비합니다.
하루 전력 소비량 계산: 총 전력 소모량은 1,709,401대 × 3500와트 = 5,983,903,500 와트이며, 이는 5,983,903.5 킬로와트입니다.
하루 전기 소비량: 하루 동안의 총 전기 소비량은 5,983,903.5 kW × 24시간 = 143,613,684 kWh입니다.
전기 요금 계산: kWh당 전기 요금을 평균적인 0.10 달러라고 가정하면, 하루 전기 요금은 143,613,684 kWh × 0.10 달러/kWh = 14,361,368.4 달러, 대략 1400만 달러가 소모됩니다.
악의적인 노드 혹은 채굴자는 비트코인을
무너뜨릴 경제적인 동기가 없다.
그 주체가 누구든지 비트코인 생태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약 102억 달러(14조 원)의 장비 비용과 하루에 1,400만 달러(약 200억 원)의 전기세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게는 오히려 그 자원을 이용하여 정직하게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거래 수수료와 비트코인 보상을 받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채굴자들의 51%를 설득하려 한다 해도 그들은 이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비트코인 생태계 파괴와 신뢰성 상실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면, 자신들의 채굴 동기는 사라지고 장비 투자 비용도 회수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생태계는 너무 커져버렸다.
비트코인 생태계는 단순히 맥북으로 심심풀이로 채굴하던 초기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해 버렸습니다. 지난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비트코인 생태계에는 막대한 채굴 장비와 전기 비용이 투입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악의적인 의도로 시스템을 뒤집기 위한 기회비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이러한 점이 비트코인 시스템을 개인, 집단, 국가가 쉽게 손댈 수 없는 강력한 보안과 안전성을 갖추게 만든 요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