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는다
노란 큰 버스 안에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 안에 탄 여러 사람 중 한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허리가 구부정하신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보따리를 손에 쥐고 계신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그 할머니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 한다
'내릴 때 도와달라 하신다'
무언가를 전해주시려 한다
'애쓰지 말라고 지금 이대로 너무 잘 살고 있다고'
손에서 은가락지를 빼서 주신다
눈을 서서히 뜬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그 할머니는 바로 내 안의 나였다
외롭게 힘겹게 살아간 나의 모습
나도 모르게 그녀의 안타까운 아니 나의 삶이 안쓰러워
한없이 눈물을 흘린다
내일은 꼬부랑 할머니가 아니 다른 나의 모습이 떠오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