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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간호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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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단단 Sep 03. 2024

새로운 시작


1.

16.02월 중순에 국시를 통과하고 종합병원의 신경외과 간호사가 되었다. 줄곧 간호사가 맞지 않다고 고민했던 이십 대를 얼렁뚱땅 마무리하고선 정신과 간호사로 다시 시작한 지금이다. 딱 30.

2.

주머니에 이것저것 챙겨 다니는 걸 좋아했던 나였는데 병원 필수품인 줄 알았던 토니켓도, 시저도 이제는 반입금지 물품이 되었고 어쩔 땐 피부 같아서 걸고 있는 줄도 몰랐던 사원증도 회진 때 따라 들고 가던 인계판도 볼펜도 가져가기를 잠깐 머뭇거리게 만드는 보호병동에서 일하고 있다.

3.

외과시절엔 항상 환자를 치료받는 대상자로서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때는 원인과 결과를 따지며 증상들의 호전만 생각했는데 정신과는 생각보다 내원하는 대상자들이 살아온 인생과 가치관이 만들어진 과정, Acting out을 감당해서라도 제한을 둬야 하는 상황을 배우는 일이 많다. 직접적인 치료 외에도 비언어적 치료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4.

외과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간호사가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정신과 간호사는 조그만 날갯짓에도, 한 가지 단어에도 대상자의 생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의미가 남다르다. 때때로 바쁠 때 해결하기 바빠서 툭툭거리며 말했던 것을 후회하기도. 그러면서도 때로는 그 사람에게 필요한, 예전의 나에게도 필요했던 해결책을 조언해 줄 수 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 기도하는 T간호사의 일상과 감정을 종종 기록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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