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cy Feb 09. 2022

욕심때문에 우울할 때

법륜스님

어제 저와 백군은 우울감에 깊이 빠져있었어요.

다른 삶의 환경을 바라면서 덜컥 저질러 놓고도 때때로 욕심이 일어 두렵거든요.

그 두려움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번갈아 가면서 혹은 동시에 우울해 지곤 했습니다.


오전 시간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어요.

글을 쓰려고 오래 앉아 있었지만 결과물이 좋지 않았고, 좋지 않은 글을 고치느라 약속했던 3시간도 훌쩍 지나있었습니다. 1시가 넘어갈 때쯤 '오늘도 망했네' 하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울적해진 기분을 잊고 싶어서 '지금 우리 학교는'을 본 게 더 화근이 됐습니다.

연달아 4편을 보고 나니 쓰레기가 된 것만 같았어요.

드라마를 끄고 난 후 우리는 급속도로 스스로가 싫어졌습니다.

이 귀한 시간에 뭐 하는 건가 싶었죠.


자발적 백수인 우리는 시간을 잘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있어요. 그러지 않으면 향유하는 자가 아니고 패배자가 된 것 같았거든요. 우리는 패배감이 들지 않도록, 스스로 좋아하는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어요.


그런데 어제는 스스로를 좋아하기가 어려웠어요. 욕심 때문에 글도 잘 써지지 않았고, 그것으로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어서 하루를 홀랑 허비해 버린 것도 마음에 안 들었으니까요.  





저녁 7시 23분, 거실에 있던 백군이 방에 있던 저한테 톡을 보내왔어요.


여보

나 우울해.


저는 이 메시지가 어쩐지 반갑게 느껴졌어요.


오. 신기하다.

나도 우울한데

우리 기분 전환 좀 할까?

산책하자.


귀찮은 기분도 조금 들었지만 산책을 하기로 합니다.

꽁꽁 싸매고 나가 한참 걸었더니 한결 좋아졌어요.

산책길에 우연히 봄이를 만나서 우울했던 기분도 잊어버렸습니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빨래해둔 새 잠옷을 입고, 벗어놓은 옷 무더기를 세탁실에 던져놓고, 향이 강하지 않은 향수를 두어 번 뿌렸습니다. 집을 가볍게 정리하면서 유튜브를 켜고 법륜스님이 나와있는 영상을 아무거나 클릭했습니다.

질문자가 어떤 질문을 했는지는 생각에 잠겨 못 듣고 있다가, 스님의 답변에서 갑자기 마음에 닿는 게 있었어요.

아....! 하는 탄성이 나왔습니다.   




사람이 돈을 벌겠다는 것은 욕심이 아니다.

노력은 안 하고 돈을 벌겠다는 것이 욕심이다.

출세하고, 명예를 얻겠다는 것도 다 욕심이 아니다.


욕심을 부리면 뜻대로 안 되기 때문에 괴롭다.

욕심이 아닌 사람은 안돼도 괴롭지 않다.

목표를 세웠을 때 그게 안되면 그냥 다시 한다.

다시 연구하고 또 다시 한다.

연구하고 노력하기 때문에 실력이 는다.

어떤 목표를 향해서 노력하는 것을 원이라고 한다.

원은 세우고, 욕심은 버려라.

괴로워하면 자기를 갉아먹고 피폐해진다.

강박관념은 욕심이다.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한다.


내가 강연할 때 욕심으로 하면 대중의 환호를 바라게 된다.

강의는 잘 못하면서 대중의 환호를 바라고 환호가 없으면 괴롭다.

괴로우면 다음 강의가 두렵다. 심리가 불안하기 때문에 더 못하게 된다.

강의는 내가 하고 평가는 청중이 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돈이나 명예는 원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 욕심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습니다.

지금껏 저는 원을 세우길 포기하고 욕심이 없다고 우겨왔던 거였어요.


옆에 있던 백군도 깨달은 바가 큰 것 같았습니다.

"아..... 내가 돈을 안 벌면서 돈 생각만 하니까.. 당연히 우울하지."


우리는 부끄럽고, 조금 시원해졌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