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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 Apr 17. 2022

오늘은 오늘뿐이니까

가장 좋은 날

"매일이 이렇게 좋을 수도 있구나." 

'새참 먹는 시간'에서 포장해 온 점심을 먹으면서 백군이 말한다. 

구례에 오기 전 매일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던 백군이었다. 

우리는 오늘이 가장 좋은 날이라며 '가장 좋은 날'을 벌써 여러번 갱신했다. 

'좋은 날'은 매일 다른표정으로 좋았다. 

하지만 좋은것만 잔뜩 늘어놓는 글은 어쩐지 별로 좋은 글이 아닌것만 같아 글을 아꼈다. (뭐래..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학생들이 꽉 들어찬 도서관 구석에 앉아 글을 쓴다.

나처럼 지낸다고 모두가 이렇게나 '좋은 날'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무심코 걷던 산책길에 시원하게 흔들리는 대나무숲을 만나는 우연, 햇빛에 반짝이는 섬진강을 한참동안 바라보는 여유, 예쁜 가게를 만나고, 예쁜 사람들을 만나는 설렘, 해질무렵 이른 저녁을 먹고 빛바랜 무지개색의 학교 운동장을 빠른걸음으로 걸으면서 별거 아닌말에 웃는 날들.

우리가 매일 행복이라고 부르는 날들은 아주 사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좋은 것만 잔뜩 늘어놓기 때문이 아니라, 막상 쓰려고 하면 이런것도 행복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는걸까 자신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조용하게 매일 설레고 행복하지만 나를 이렇게 만드는 것들이 그렇게 대단한 것들은 아니다. 

아마도 아직은 여행자의 눈으로 살고있기 때문에 

모두 낯설게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4월의 날씨가 한껏 돕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좋은 날' 일지 모르겠다.

여튼, 찬란한 순간은 순간이다. 

오늘은 오늘뿐이니까. 


봄 알러지와의 고군분투 중에도 기어이 오늘의 행복을 지켜낼거다. 

언덕을 오르지 않아도 되는 길은 만만해서 매일 걷게된다.
높은 건물로 눈이 가지 않으니, 낮은 담장밑에 작은 꽃들과 자주 눈을 맞춘다.
철쭉 무시해서 미안했어. 
새참 먹는 시간 
이렇게나 예쁜것들이 길가에 아무렇게나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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