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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 몽상가 Mar 28. 2018

삶을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바라보자!

그러나 전지적 작가 시점의 엄마는 되지 말자.





우리가 예전 문학시간에 배웠던 전지적(全知的) 작가(作家) 시점(視點)은 작가가 등장인물의 행동과 태도는 물론 그의 내면세계까지도 분석 설명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이다.




아이의 Spring break를 맞아 캐나다의 유일한 극장 CINEPLEX에서 각 주 별로 영화 할인 행사를 하였다.

British Colubia 주는 19, MAR - 23, MAR 까지 개봉된 지 좀 된 영화들에 한해 매일 오전 11시 영화를 $2,99 에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핫딜이었다.

마침 아이랑 극장에 다녀온 지 꽤 되었고, 길고 긴 20여 일의 봄방학을 뭐하며 둘이 보내나 고민하던 차에 보고 싶던 영화 'Wonder' 가 영화 목록에 있길래 보게 되었다.


                             영화 <원더>의 한국판 포스터


영화는 주인공이나 그의 엄마만의 관점이 아닌 여러 주인공들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사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여러 감정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거기서 가장 크게 소용돌이치는 감정이 바로 엄마인

'나' 자신의 감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아들 '어기'를 마주하는 엄마의 감정선도, 주인공 '어기'만도 아닌 모든 사람의 속사정을 엿볼 수 있어 더욱 가슴에 닿았는데...

그것은 각자의 인생과 삶은 모두 그들만의 속사정이 있다는 걸 영화에서 잘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각자의 속사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문득 내가 아이를 바라봄에 있어 너무나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분석하고, 단정 짓고, 억지로 끼워 맞추고 때로는 추측하여 아이를 다그치며 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그 어느 영화처럼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이야기를 논하지 않는 대신, 개개인의 인물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게 장치 해 두었다.

과거 학창 시절 우리가 느꼈던 또래집단에서의 의기소침함, 친구 관계에서 오는 배신감, 사춘기 때 흔히 겪는 이해할 수 없던 친구와의 갈등, 10대 들의 연애, 학교에서 받는 차별, 그리고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주인공과 그를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까지...

각 인물들의 감정과 행동에 타당함과 당위성이 묻어나 그 어느 것 하나 피할 수 없이 오롯이 내 마음에 와 박혔다.

그리고 내가 엄마로서 주인공 '어기'를 사랑과 인내로 키워낸 그 엄마의 수고로움에 찬사를 보낸 게 아닌,

세상에 나아가 힘든 시간을 울고 견디며 우뚝 선 그 '어기'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음에 매우 감사하게 된 영화였다.


나는 어릴 적 내가 나중에 '엄마'가 되면 정서적으로 풍족함을 느끼게 자녀를 양육하겠다고 매일을 다짐했었다.

그 뜻인 즉, 내가 정서적 결핍이 크다는 걸 나는 늘 인지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내 아이를 출산 한 후 '엄마'라는 이름의 사람이 되었을 때, 나는 내 아이를 마주 할 때마다 굳이 기억나지도 않는 내 어린 시절 느꼈던 애환을 끄집어내어 내 아이에게는 그런 정서가 닿지 않게 하려고 무던히 애쓰며

버겁게 육아를 해왔던 듯하다.

그래서 나에겐 아이를 양육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큰 경영이라고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훌륭하게 키워낼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고 공부했었다.

그런데 그건 나의 큰 오산이었다.

영화에서는 '어기'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물이 세상에 나가 홀로 부딪히고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서, 싸우고 화해하며 세상을 배우고 성장하고 있는 중이었고, 영화 속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나 또한 그렇게 인생을 배우고, 관계를 배웠다는 걸,

그 시절 부모가 내 성장에 미친 정서적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사실 초등학생 이후의 아이들에겐 가정에서의 정서적 경험보다 학교와 또래관계에서의 정서적 교류가 더 크게 작용하니까....

나는 여태껏 아직은 내 품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 내 아이를 마주할 때마다, 교만한 생각으로 나는 너보다 인생과 세상에 대해 경험과 지식이 훨씬 더 많은 사람이기에 네가 느끼는 감정은 지나고 나면 잊혀질 아주 사소하고도 하찮은 것의 일부 이리라 치부해 왔었다.

그렇게 내가 너의 인생과 우리 가족의 인생 모두를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바라보고, 이해하고, 결론짓는 아주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순간순간 울컥 치밀어 오르는 민망함과 서글픔을 동시에 느끼며 그때마다 눈물을 훔쳐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온 후 나는 내 아이를 좀 더 겸허하게 바라보며 기다려줘야겠다 생각하였다.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들의 인생사를 좀 더 다양한 시점으로 바라보며 이해는 하되, 그 시점이 나의 가족 특히

지금 성장하고 있는 내 아이에게만은 적용하지 않기를, 그 버릇을 이젠 버려야겠노라 다짐하였다.




번외 이야기... 극장에서 나와 영화 이야기를 하던 중, 영화를 함께 봤던 Grade 4 소녀가 주인공 '제이콥 트렘블레이'가 우리 동네 미들스쿨에 다니는 캐네디언 배우라는 소리를 하는 거다.

그에 두 엄마들은 고작 만 11세 아이의 깊은 연기력에 감탄을 하며 정말 우리 동네 주민이냐며 영광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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